꼭꼭 숨어있는 강화 북일곶돈대를 가다 만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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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있는 강화 북일곶돈대를 가다 만난 봄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2.03.0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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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기획]
장화리 낙조마을~북일곶돈대~대섬 봄맞이길
"이런 호젓한 길이 있다니!"

봄빛이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다. 하늘은 맑고 날은 포근하다. 연일 코로나 폭증 속에 어디 나가기도 겁이 난다. 그렇다고 마냥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강화나들길 7코스 '낙조 보는 길'에 나섰다. 화도면 장화리 낙조마을에서 시작한다. 이곳 낙조마을은 해질녘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아 서해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탄성을 지른다. 아름다운 노을을 작품에 남기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길도 잦다.

장화리 낙조마을 전망대. 해질녘 멋진 낙조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천연기념물 저어새를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의 유명세는 낙조도 낙조이지만 천연기념물 저어새 서식지로 잘 알려졌다. 저어새는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세계적 희귀 종이다. 드넓은 강화 갯벌은 저어새가 번식하고 서식하기에 알맞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숟가락처럼 생긴 부리를 좌우로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저어새의 진귀한 모습을 이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때마침 드넓은 갯벌 위로 바닷물이 철썩철썩 들어오고 있다. 파도를 타는 갈매기떼가 자맥질을 하며 시끄럽게 떠든다.

하천 수문에 고려시대 백운거사 이규보의 <감로사(甘露寺)>에서 나온 구절을 옮겨 쓴 액자가 걸려있다.

鴻雁偶成文字去(홍안우성문자거), 鷺鶿自作畵圖飛(로자자작화도비)

기러기는 우연히 문자를 이루며 날고, 해오라기는 스스로 그림을 그리며 난다.

고려시대 이규보 선생의 한시가 걸려있습니다.

기러기는 문자를, 해오라기는 그림을 그리며 난다는 표현이 기가 막히다. 그림을 그리며 나는 해오라기 풍광이 더 멋있을 듯싶다. 시를 음미하며 갯가에서 새떼의 날갯짓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북일곶돈대를 안내하는 나들길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갈매기 소리를 벗 삼아 산길로 들어섰다. 첫 들머리가 좀 가파르다. 타이어로 만든 계단길이 이색적이다.

북일곶돈대 가는 들머리.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시작합니다.
구불구불 산길이 호젓하고 걷기에 좋습니다.

계단이 끝나자 바닷가 바로 옆으로 나 있는 구불구불 산길이 호젓하다. 숨이 가빠질 만하면 내리막길, 그러다 또 나지막한 오르막길이 여러 번 반복된다. 나그네의 발길이 호사스럽다. 수북이 쌓인 낙엽 밟는 느낌이 좋다.

숲속에서 듣는 새소리도 즐겁다. 어디서 왔는지 머리 위에서 까마귀가 깍깍 울어댄다. 어느 고목에서 난타공연을 할까? 따다닥 따다닥! 딱따구리 소리가 들린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직박구리도 뒤질세라 시끄럽게 떠든다. 나뭇가지 끝에서 보일 듯 말 듯 박새도 낮은 목소리로 반긴다.

나들길 안내 리본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낙조 전망대에서 멀리 보던 아주 작은 섬이 길옆에서 보인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어떤 부부가 나를 반긴다. 숨을 고르다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저기 멀리 보이는 새떼 속에 저어새도 있을까요?"
"저어새는 봄이 돼야 오지요."
"지금 봄 아닌가요?"
"아직 더 기다려야!"
 
물이 차오르면서 하얀 갈매기떼가 자멕질을 하며 먹이를 찾습니다.

내가 너무 성급했나? 저어새는 모내기철 즈음에 이곳에서 목격이 된다고 한다.

"저 앞 작은 섬도 이름이 있을까요?"
"물론 있죠. 자세히 보면 이름이 짐작 갈 텐데! 대나무밭이 있잖아요?"
"그럼, 혹시 대섬?"
"그래요. 대섬이라 불러요!"
 
아주 작은 대섬. 밀물 땐 섬, 썰물 땐 뭍으로 연결됩니다.
대섬에는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봐도 코딱지만 한 섬! '대섬'이라는 이쁜 이름을 가졌다. 장화리 낙조마을에서 대섬을 배경으로 넘어가는 해넘이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다고 한다. 사진작가의 작품 속 대섬을 코앞에서 보게 된다, 대섬은 밀려드는 물에는 섬이 되었다가 물이 빠지면 뭍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새들의 휴식처가 되는 앙증맞은 섬이다.

"여기서 돈대는 얼마 남았나요?"
"돈대를 찾아왔군요. 여기서 계단을 오르면 바로 있어요!"
 
직사각형 모양의 북일곶돈대. 인천광역시 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입니다.

아저씨가 조금만 가면 멋진 돈대가 있다며 곧장 올라가라 안내한다. 대섬이 보이는 곳에서 이동하니 나무 계단이 놓여있다. 바로 돈대가 보인다. 산속 깊숙한 곳에 있는 돈대가 신기하다.

북일곶돈대는 직사각형 구조이다. 시야가 딱 트인 해안지대 위치하여 적의 감시가 쉬운 최적지 초소가 아닌가 싶다. 돈대 밖은 성곽으로 높게 하였고, 안은 낮게 하였다. 바다를 향하여 포좌 네 곳이 있다. 성곽 위에는 몸을 숨길 수 있도록 담을 쌓았던 여장(女牆)은 흔적만 남았다. 원래 모습대로 복원이 되었으며 좋겠다.

배수구멍이 인상적입니다.
많은 부분 복원이 되었는데, 여장은 흔적만 남았습니다.

북일곶돈대(인천광역시 기념물 41)는 숙종 5(1679)에 강화유수 윤이제(尹以濟)가 함경, 황해, 강원 3도의 승군 8,000명과 어영군 4,300여명을 동원하여 80여일 동안 쌓은 48개 돈대 중 하나이다.

돈대 안쪽을 서성이며 걷는데, 양지바른 쪽에는 봄이 오고 있다. 앙증맞은 봄꽃이 벌써 피었다.

광대나물이 군데군데 피었습니다.
벌써 냉이꽃도 눈에 띄었습니다.
노란꽃을 피운 꽃다지.

추위를 견뎌내고 꽃을 피워 낸 작은 생명이 경이롭다. 광대나물꽃이 군데군데 피었다. 광대나물은 꽃이 코딱지만 하다 하여 코딱지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찬바람에 맞서 핀 꽃이 참 예쁘다. 이에 뒤질세라 막 피어난 노란 꽃다지도 반갑다. 4월에나 본격적으로 피는 꽃이 뭐가 바빠 한 달이나 먼저 피웠을까? 봄소식을 누구보다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느 틈에 하얀 냉이꽃도 얼굴을 내밀었다. 추운 겨울나기가 버거웠던 듯 자잘한 꽃으로 자기 생존을 드러낸 것 같다. 머지않아 구수한 향기로 봄 입맛을 되찾아 줄 냉이는 지천으로 피어날 것이다.

돈대 위로 올라왔다. 가슴이 탁 트인다. 적막한 돈대 앞쪽에 펼쳐지는 옅은 안개 속의 바다가 그야말로 몽환적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갯벌이 시원시원하다. 바다는 수평선이 어디인지 지평선이 어디인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저 바다 너머로 주문도 볼음도와 석모도의 능선이 아스라이 출렁인다. 인천공항에서 날아오른 비행기가 하늘을 가른다.

북일곶돈대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멋진 풍광을 연출하였습니다.

돈대 안에 몇 조각의 기왓장이 보인다. 온돌과 구들을 갖춘 돈사(墩舍)로 추정되는 건물이 있었다는데 그 흔적이 아닌가 싶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꼭꼭 숨어있는 북일곶돈대를 찾아간 길이 너무 좋았다. 파도소리, 새소리, 그리고 봄소식을 알려준 꽃까지! 우리 사는 세상이 늘 봄날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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