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원과의 정규리그 경기서 0대1로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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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원과의 정규리그 경기서 0대1로 패
  • 김동환
  • 승인 2011.07.18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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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수원 원정서 무승부 기록 없어

[오늘은 어떤 결과가] 
허정무 감독이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다(ⓒ UTD기자단 남궁경상)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중부지방을 강타하던 비도 경기시간이 다가오면서 말끔히 그쳤다.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선수들의 의지도 하늘을 찔렀다. 수원 홈팬들의 거센 응원도 문제없었다. 하지만 딱 한 번의 패스가 문제였다. 수원과 인천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18라운드 경기 이야기다.

경기가 끝나고 인천 선수들이나 허정무 감독 모두 허탈함이 가득했을 것이다. 무리한 비유같지만 가위 바위 보를 다섯 번이나 했는데 모두 비기고 여섯 번째에 진 느낌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인천은 5월 29일 수원에 승리한 이후 전남(1:1), 울산(1:1), 서울(1:1), 광주(2:2), 성남(2:2)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5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이었다. 패하지 않았다는 게 다행일수도 있지만 전남전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는 경기를 이끌고 가다가 비겼다는 점이 선수와 팬들을 힘 빠지게 했다. 이를 계기로 인천은 16개 팀 중 가장 많은 무승부를 거두며 ‘지지 않는 팀’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이기지 못하는 팀’이라는 반갑지 않은 수식어도 따라 붙게 됐다.

돌이켜보니 인천의 ‘5연무 행진’의 앞과 뒤가 모두 수원과의 경기다. 어쩐지 흥미롭다. 수원을 이기고 다섯 번 무승부를 거둔 후에 수원에 패하면서 무승부 행진을 끊었다니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망설여진다.

인천은 창단 이후 리그와 컵대회를 합해 수원원정에서 비긴 적이 없다. 2번의 승리와 7번의 패배를 거뒀을 뿐이다. 여기에 16일 결과까지 추가하면 2승 8패가 된다. 통합 준우승을 일궈냈던 2005년에는 셀미르와 방승환의 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이겼고, 2009년에는 장원석과 코로만의 득점으로 2대1 승리를 거뒀다.

원정에서 무승부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 비춰 몇몇 팬들은 ‘무승부 행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거기에 무승부의 마침표를 이미 홈에서 이겼던 수원을 상대로 찍는다면 이보다 기분좋은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인천은 14일 서울과의 R리그서 골을 넣으며 자신감을 회복한 유준수와 한교원을 짝을 지어 선발로 내보냈다. 수비진에는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장경진 대신 떠오르는 신인 전준형이 나섰다. 그 외에는 선수구성에 큰 변화가 없었다.

전반 2분, 카파제와 충돌한 수원의 최성환이 머리에 붕대를 감는 것과 함께 경기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박종진을 이용해 측면공략에 나선 수원과는 달리 인천은 차분히 공격을 막으며 역습위주의 전술을 펼쳤다.

기회는 먼저 수원에 왔다. 전반 25분, 박종진이 오른쪽 코너킥 지점에서 감아 올린 공을 곽희주가 달려들며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인천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렸던 공격이었다.

기대했던 유준수가 별다른 활약이 없자 허정무 감독은 전반 33분에 유준수를 빼고 박준태를 투입하며 공격에 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교체투입으로 팀을 재정비하던 인천은 1분 만에 수원에 일격을 당했다. 전반 34분, 인천의 중앙을 돌파하던 박종진이 수비 틈으로 달려 들어가는 스테보를 향해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이어받은 스테보가 권정혁을 제친 후 공을 밀어 넣어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인천을 압박했다. 박종진과 이상호를 중심으로 측면을 공략한 수원의 공격에 인천은 이렇다 할 반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 종료 직전, 인천은 수원의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으로 치고 들어온 카파제가 골대를 향해 낮은 크로스를 올렸으나 전재호의 몸을 날린 슈팅시도가 무산되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인천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한교원을 빼고 유병수를 투입시켰음에도 전체적으로 공격에서 리드를 하지 못했다. 전재호-박준태로 연결되는 패스와 유병수의 돌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한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가 후반중반을 넘어 가면서 인천은 개인화된 움직임이 더욱 많아졌다. 선수들의 간격이 점차 넓어져 공중볼 다툼이후의 리바운드 볼이나 돌파 이후의 패스를 받아줄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 역시 “서로 도와주면서 패스가 연결될 수 있는 각을 만들어주는 플레이가 부족했다”며 이를 지적했다.

이날 수원과 인천에서 각각 상대방에 골칫덩어리가 되었을만한 선수로 박종진과 박준태를 뽑고 싶다. 박종진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인천의 측면을 쉴 새 없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패스 한방으로 스테보의 결승골을 도왔다. 박준태는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발재간을 부리며 요리조리 돌파하는 모습도 특급조커다운 플레이였다.

수원에 이겼다면 인천으로서는 무승부 행진을 마치고 팀 분위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홈과 원정에서 모두 수원을 잡았다는 것도 자신감 회복에 큰 기폭제가 되었을 것은 물론이다.

인천은 23일 경남과 홈경기를 치른다. 인천과 같은 날 조금 이른 시간에 경기를 치른 경남은 대전에 7대1 대승을 거뒀다. 실로 엄청난 결과다. 따라서 홈경기이기는 하나 경남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겹게 내리던 비가 그쳤다. 비록 지기는 했지만 장마와도 같았던 인천의 무승부 행진도 끝났다. 인천 팬들에게 수원전패배가 아쉽겠지만 이를 승리를 위한 패배라고 달리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긍정적인 생각일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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