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SSM 문제가 현실로…
상태바
대형마트와 SSM 문제가 현실로…
  • 이혜정
  • 승인 2011.07.2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발길 뜸한 인천지역 재래시장을 가다


학익시장 입구

취재 : 이혜정 기자

지난 14일 오후 2시30분께 남구 GS supermarket.  하루종일 장마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슈퍼마켓(SSM) 앞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했다. 슈퍼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한 계산대에는 서너 명이 카터에 짐을 가득 싣고 서 있다. 초복이라 그런지 유난히 생닭을 판매하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조금 지나 찻길 하나를 두고 있는 학익시장에는 사람 발길이 뜸하다. 한적한 느낌이 든다.

이곳이 시장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록 썰렁하다. 입구에서 과일장사를 하고 있는 할머니(75)가 파리를 쫓고 있다. 지나가던  할아버지에게 "이 토마토 찰지고 맛 있어요. 잘 익었으니까 먹어봐요. 5천원이야."라며 할아버지를 붙잡으려고 "3천원에 줄게 가져가요"라고 손짓을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외면하고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얼마나 파셨어요?"

"아이고 말도 마. 오늘은 개시도 못했어. 이거 못 팔면 그냥 버려야 하니까 어떻게든 팔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와야 팔지. 아휴 답답해."

"몇 년 전만 해도 시장이 이렇지는 않았어. 지금 봐봐. 다 나가고 없지. 그나마 내가 이 앞에서 이러고 있으니 '시장이 아직 있구나'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 시장이 많이 죽었지. 나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에미 없는 11살짜리 손녀 키우려면 이렇게 나와서 뭐라도 해야지. 평생 장사만 했는데 다 늙어서 내가 뭘하겠어?"

할머니는 10여년 전만 해도 안쪽에서 생선을 팔았다고 한다. 당시 사람이 붐벼 물건이 모자를 만큼 장사를 빨리 마쳤다.

"몇년 전부터 이 옆에 큰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시장이 장사를 안 하는 줄 알았더라고. 그런 데다가 앞에 큰 슈퍼마켓 같은 게 생겨서 사람들이 여기로 오지를 않아. 아예 시장이 죽었어. 이것 좀 어떻게 살려봐. 우리 같은 노인네들 먹고 좀 살게."


학익시장 내부

시장 안으로 더 들어가자 상점을 홍보하는 플래카드가 나란히 붙어 있다. 그러나 시장 안은 어두컴컴하고 쾌쾌한 냄새까지 풍겼다. 대부분 상점은 문이 닫혀 있고, 몇개만 열려 있다. 큰 건물을 짓고 있는 뒷길 시장으로 걸어가 봤다. 들어서는 입구에는 나무책상, 싱크대, 의자, 스티로폼, 종이박스, 비닐 등 상점 물건들이 양쪽으로 쌓여 있다.

'쿵쿵 쾅쾅! 끼~익'. 눈살이 지푸려질 만큼 소음이 심하다. 더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야말로 썰렁하다. 사람들이 다니기에도 거북할 정도다. 그 곳 한 야채가게에 들어갔다. 주인 아저씨는 한가롭게 누워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여기 젊은 아가씨가 어떻게 알고 들어왔어?". 시장을 둘러보러 왔다고 했더니 한숨을 내쉬며 아저씨(54)가 말을 한다.

"말하면 뭐 합니까? 아가씨가 들어오면서 시장 봤을 거 아니에요. 이렇게 음침한데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어요. 저기 찻길 건너 마트에 한 번 가보면 사람들로 붐벼요. 여기는 하루에 10명 들어오는 것도 보기 힘들어요. 그렇다고 그들이 다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고. 정말 속 터지는데 어떡 합니까? 문이라도 열고 있어야지."

"더군다나 시장 안에 들어서면 귀를 자극하는 소음과 장사를 하다 만 물건들을 그냥 쌓아놔 물건 썩는 냄새까지 코끝을 찔러요. 나 같아도 저기 마트를 갈 거예요. 어휴 정말 답답합니다. 민원도 넣어보고 했지만, 별 효과가 없으니."  아저씨는 그나마 시장을 찾아주는 어르신 단골 손님을 위해서라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어 놓는다고 했다.

대형마트들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이처럼 재래시장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주변 상황은 점점 더 열악해진다. 하지만 상인들은 막을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학익시장만 해도 바로 옆 대형 슈퍼마켓이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편리한 구조로 만들었다.


학익시장 내부

날이 갈수록 재래시장 매출은 줄어든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전과 대비해 매출이 50~90%까지 준 가게들이 속출하면서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간다. 

또 다른 통로로 연결된 시장으로 들어가 본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57)씨를 만났다.

"내가 여기서 장사한 지 10여년 됐어요. 삼촌이 하던 정육점을 받아서 장사하고 있는데, 그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어요. 이 시장에 정육점만 5곳이나 됐는데, 다 망해 나갔습니다. 사람들이 편리하니까 대형마트로 가니 장사가 될 리 없지요. 더군다나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더 장사가 안 됩니다. 정말 말하면 비명소리밖에 안 나와요."

"오늘 초복이라 사람들이 삼계탕 거리라도 사러 나올까 해서 생닭도 좀 갔다 놨는데, 한 마리도 못 팔고. 그냥 이러고 있는 겁니다. 상인들 속 상한 거 말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어떡합니까? 힘이 없는데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내 자리에 있어야지."

김씨 가게 앞은 텅 비어 있었다. 상점들이 어디로 갔는지 평상이 놓여 있고, 각종 물건이 쌓여 있다. 주위 철구조물은 마치 폐허처럼 보인다.

"얼마 전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우연히 우리 집을 이용하던 단골손님이 요 앞 슈퍼마켓(SSM)에서 나오는 걸 봤어요. 마음은 상하지만 웃으면서 억지로 인사했죠, 어쩌겠어요. 단골이라 더 속상하지만 그렇다고 막을 수 는 없으니. 내 속만 타는 거죠." 김씨의 한숨이다.


학익시장 건너편 슈퍼마켓

현재 학익시장에는 200여개 상점 중 장사를 하는 곳이 50여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남아 있는 상인들은 이곳을 떠날 수 없거나 나이가 많은 이들이다.

학익시장은 시장을 살려보기 위해 시장내부를 정비하는 등 자구노력을 해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학익시장 내 상점 주인인 김모(55)씨는 "몇년 전 사람들을 끌어들이려고 가게 앞 청소하기 등 스스로 깨끗한 시장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떠나는 이들이 상점을 치우지 않고 물건을 그냥 쌓아두고 가 시장이 점점 폐허처럼 변했다"면서  "이곳 상인들 중 상당수가 노인인데, 이것저것 신경을 쓸 여력도 안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문만 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처럼 힘없는 상인들이 대형마트, 대형슈퍼를 상대한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덧붙였다.

인천상인회 관계자는 "학익시장, 삼산시장, 석바위시장 등을 보면 대형마트와 ssm이 들어서면서 지역상인들에게 미치는 폐해를 실감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 슈퍼들이 지역 내 상권에 진입을 하면 상인들은 비참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숭의운동장에 들어설 예정인 홈플러스 입점과 관련해, 인근 상인들은 살아남으려고 온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면서 "더 이상 이런 폐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치단체에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상인회는 재래시장 상인의 영업권 보호를 위해 오는 28일 오전 남구 숭의운동장에 입점을 하려는 홈플플러스 저지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