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저어새 E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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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저어새 E05!
  • 박정운
  • 승인 2022.04.0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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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12) 봄, 저어새 E05가 도착했다.

 

 

#관찰일지

‘2022325일 오후 230분경. 오늘 저어새 3마리, 노랑부리저어새 2마리가 새로 백령도에 도착했다. 315일 선발대로 도착한 저어새 1마리를 포함해서 이미 와 있던 저어새 3마리까지 저어새 총 6마리, 노랑부리저어새 2마리가 있다. 그리고 기다렸던 저어새 E05도 도착했다. 각각의 월동지역을 떠나 백령도에 미리 도착한 저어새 3마리는 이제 한 팀이 되어 주변 물댄 논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백령도에서 저어새 E05를 처음 만난 건 2020년 4월 5일 이었다. 집 근처에 나타난 솔개 3마리 관찰하러 나갔다가 화동습지에 들러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꼬마물떼새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새들을 관찰하고 돌아오던 중이었다. 논두렁길을 지나는데, 바로 옆 논에서 다리에 빨간색과 노란색 가락지를 낀 저어새 한 마리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저어새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이 처음이었다.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리고 크게 뛰었던지.

저어새 E05를 처음 본 날
2022년 3월 25일에 도착한 저어새 E05

저어새 E05는 2010년생(수컷)으로 2010년 6월 30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이 연평도 인근 구지도에서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가락지를 부착한 새였다. 연평도 옆에서 태어나 백령도에 자리를 잡은 개체라고 했다. 2014년 백령도에서 처음 번식하는 것이 확인된 이후에 매년 봄에 백령도를 찾아와 번식하고 있다.

백령도와 대만을 오고 가며 생활을 하고 있는 저어새 E05는 봄(3월)에 백령도에 도착해서 번식 준비를 하고, 새로 태어난 저어새와 함께 백령도에서 여름을 보낸 후, 가을에 대만으로 이동하여 겨울을 보낸다. 저어새 E05가 백령도와 대만을 오고가며 지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국-대만-일본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저어새 이동경로를 관찰하여 기록하고 있는 홈페이지(http://bfsn.bfsa.org.tw)를 통해서였다. 올해도 1월 15일까지 대만의 가오슝 인근 지역에서 머물렀던 관찰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어새 E05의 이동경로
저어새 E05의 이동경로

 

저어새가 찾아올 무렵의 백령도 풍경

 

#관찰일지

‘2021년 3월 27일. 오늘 저어새 7마리, 노랑부리저어새 13마리가 백령도에 도착했다. 1차 도착 무리인 것 같다. 저어새 E05도 왔다. 종일 비가 오고 풍랑주의보(예비특보)로 날씨가 좋지 않았으나, 새벽부터 동남풍이 불어왔다. 바람타고 오기 좋은 날이다. 어제 저녁 무렵 섬을 한 바퀴를 돌아보니 1/3 정도가 논갈이를 마쳤고 1/4정도의 논에 물이 채워져 있었다. 볕 좋은 곳의 진달래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벚나무 꽃망울은 부풀어 오르고 갯버들에 연두빛이 돈다. 저어새들이 나타날 때가 되었다.’

 

월동지인 대만을 떠난 저어새가 백령도에 도착할 무렵은 봄이 오느라 며칠동안 거친 비바람이 이어지고 1차 논갈이를 먼저 끝낸 몇몇 논에 물이 채워지기 시작할 때이다. 먼 거리를 날아 백령도에 도착한 저어새들은 화동습지에서 여장을 풀고 머물며 휴식을 취한다. 그리곤 논갈이를 끝낸 물댄 논을 찾아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 특히, 이 무렵에 백령도 내에서도 가장 먼저 논갈이를 한 물댄 논이 있는데, 매년 갓 도착한 저어새 무리들에게 좋은 먹이터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논농사 준비를 위해 물을 채워놓은 논에는 미꾸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봄철 논경지 풍경
봄철 논경지 풍경

이렇게 1차 논갈이를 하고 물을 채워놓은 논은 번식을 위해 백령도를 찾아 온 저어새들에게는 보물 같은 곳이다. 3월 초 전후로 논에 물이 채워지기 시작해서 4월 중순 경부터 모내기를 위한 논 정리가 이어진다. 해안가에 있는 논들은 염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륙의 논보다 물을 일찍 대어놓는다고 했다. 이와 같은 섬이나 해안가 지역의 논농사 방식은 3월 중순부터 우리나라에 도착해서 번식을 시작하는 저어새들이 물댄 논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는 기막힌 공생관계를 보여준다. 저어새들이 우리나라 서해안의 무인도와 백령도 등에서 주로 번식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백령도의 논농사 방식은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저어새의 번식과 생존에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모내기를 한 논의 모습
모내기를 한 논의 모습

 

백령도와 대만 가오슝 지역의 생태축을 이어 온 저어새 E05와 후손들

2010년에 태어난 저어새 E05의 나이가 어느덧 12살이 되었다. 월동지인 대만과 번식지인 백령도를 오고갔던 그 동안에 번식지와 월동지의 생태계와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러 동료 저어새들과 후손들과 함께 꾸준히 오고가며 백령도와 대만 지역의 동아시아 생태축을 이어주고 있다. 저어새 E05가 앞으로도 건강하게 백령도에 찾아와 주길 바라며, 저어새 E05가 오고갔던 백령도의 논 생태계와 대만의 가오슝 지역의 강하구 생태계가 잘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화동습지에서 잠을 자고 있는 어린 저어새 모습
화동습지에서 잠을 자고 있는 어린 저어새 모습
백령도에 도착한 저어새 무리들
백령도에 도착한 저어새 무리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자료목록의 위기종(EN)인 저어새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6,100여 개체가 살아가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번식하는 저어새 중 80%는 인천지역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저어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자료목록에 위기종(EN)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205-1호, 멸종위기야생생물1급,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있다. 황새목 저어새과에 속하는 조류로 검은색의 길고 납작한 주걱 모양의 부리를 이용해 갯벌이나 하구의 얕은 물 속의 물고기, 새우 등을 잡아먹는다. 평균수명은 15년 정도로, 알을 2~3개 낳고, 포란기간은 26일이며, 새끼는 부화 후 약 40일 후에 둥지를 떠난다. 번식기에는 가슴에 노란색 띠와 함께 뒷머리에는 엷은 노란색 댕기깃 이 나타난다. 저어새가 먹이활동을 하는 갯벌과 논습지 등은 각종 개발계획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참고자료

2022년 1월 7~9일 국제저어새(BFS) 동시센서스 결과

저어새 전국 모니터링과 서식지 이용 연구(2020), (사)한국물새네트워크

인천녹색연합 보도자료 http://greenincheon.org/

저어새 관찰기록 홈페이지 http://bfsn.bfsa.org.tw

환경부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mesns/22151033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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