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역사문화·자연환경의 보고 - 14개의 하천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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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역사문화·자연환경의 보고 - 14개의 하천이 흐른다
  • 장정구
  • 승인 2022.04.0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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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48) 강화의 산줄기와 물줄기 답사를 시작하며
강화에는 14개 지방하천이 있다. 인천
강화에는 인천이 지방하천 중 30개 중 14개가 흐르고 있다

철산돈대~별악봉~성덕산~별립산, 봉천산, 당산~북산~고려산~낙조봉, 남산~노적산~퇴모산~퇴미산~국수산, 덕정산~진강산, 초피산~마니산~상봉, 길정저수지~정족산~길상산~택이돈대. 갑비고차(甲比古次) 강화의 동서방향 삐죽삐죽한 산줄기이다. 산줄기 사이 반듯한 농경지는 과거 갯벌이었을 것이다. 농경지 사이 농수로는 낚시터이고 또 하천이기도 하다. 삼거천, 내가천, 숭릉천, 덕하천, 길정천, 인산천, 다송천, 온수천, 삼홍천, 덕교천, 삼동암천, 선행천, 동락천, 교산천. 연장이 6km도 채 되지 않는 강화의 지방하천들이다. 30개의 인천 지방하천 중 14개가 갯벌이 농경지로 변하는 과정에서 강화에 생겼다.

교산천 상류의 교산저수지
교산천 상류의 교산저수지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한반도의 산줄기를 산자분수에 따라 백두대간과 장백정간 그리고 13정맥으로 구분하였다. 산과 물을 함께 생각했고 산줄기 이름을 기본적으로 물줄기 이름에서 가져왔다. 한강의 남쪽을 담당하는 한남정맥은 안성을 칠현산에서 금강의 북쪽 경계인 금북정맥과 갈라져 인천을 관통한 후 김포 문수산에 이른다. 한강의 북쪽을 담당하는 한북정맥은 백두대간의 추가령에서 시작되어 철원 대성산을 거쳐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오두산까지 남서쪽을 내달리고 있다. 화개산에서 해서정맥과 갈라진 임진북예성남정맥은 남으로 남으로 뻗어 개성의 송악산을 지나 백마산에서 조강을 만난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강화를 통해 바다를 만나듯 한남정맥, 한북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도 강화를 향하고 있다. 강화는 한강하구이며 임진강하구이며 또 예성강하구이다. 강화 주변의 물은 민물이며 짠물이다. 기수역이다.

강화의 옛이름은 갑비고차다. 갑곶의 우리말로 삐죽삐죽 바다로 향한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해석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강화는 유사 시 임금님이 피난하는 보장지처(保障之處)였는데 바다로 향하는 산줄기인 곶은 방어에 유리했을 것이다. 곶과 곶 사이 갯벌은 늪처럼 접근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물때에 따라 낭패를 볼 수 있어 방어에 매우 유리했을 것이다. 산줄기와 산줄기 사이의 갯벌이 매립되면서 요새로의 기능이 많이 약화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성과 한양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번화했던 강화는 한국전쟁 이후 분단으로 물길이 막히면서 그냥 시골 섬이 되었다.

강화 양오리의 보호수. 마을의 이야기를 품고 수백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화는 우리나라 역사의 중심으로 산기슭으로 여러 역사유적이 남아있는 공간이다. 해안가로는 보와 진, 돈대가 많다. 고려왕궁터가 있고 강화산성과 삼랑성이 있다. 왕릉들도 있고 전통사찰들도 있다. 사기리와 갑곶리의 탱자나무는 천연기념물이고 마니산 참성단의 소사나무도 천연기념물이다. 또 인천의 보호수 전체 116그루 중 절반에 해당하는 57그루가 강화본도에 있다. 보호수들은 마을 입구나 마을이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보호수 한그루 한그루가 그 마을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자연유산이다. 2019년 태풍에 연미정 느티나무 중 한 그루가 뿌려져 안타까웠는데 그루터기에서는 새싹이 돋아나고 부러진 기둥을 기억하는 조형물이 생겼다. 또 부러진 기둥이 반닫이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주민들이 그 마을의 보호수를 어찌 생각하고 기억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강화의 북쪽 해안은 철책으로 닫혀 있지만 동쪽으로 염하, 서쪽으로 석모수로 그리고 남쪽 바다로 향하는 포구는 열려 있다. 더리미포구, 초지진선착장, 황산도선착장, 선두리선착장, 분오리항, 미루지항, 선수선착장, 선수포구, 건평항, 외포항, 황청리선착장, 창후리선착장.

강화는 농촌이기도 하다. 과거 갯벌이었을 반듯반듯하게 정리된 논들이 곳곳에 많다. 구제역과 돼지열병으로 환란을 겪었지만 소와 돼지 등 축산업의 농장들이 아직 많다. 개 농장도 100개 가까이 있다. 축산폐수와 악취 그리고 매몰지 침출수 등 환경관리가 필요하다. 낚시터로 이용되는 농수로의 쓰레기, 몰래 버린 쓰레기 문제도 가볍지 않다. 이들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하천으로 또 바다로 흘러들기도 한다. 강화의 산줄기와 물줄기, 자연경관의 가치를 바로 이해하며 생활환경,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별립산 서쪽 기슭, 창후리와 인화리를 잇는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별립산 서쪽 기슭, 창후리와 인화리를 잇는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강화에 많은 사람들이 귀촌하고 또 주말과 휴일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산기슭으로 팬션들이 들어섰고 바닷가와 길가 전망 좋은 곳에는 음식점뿐 아니라 카페들이 들어찼다. 전철이다 고속도로다 남북평화도로다 도로계획들도 줄을 잇고 있다. 강화대교, 초지대교 등 육지와의 연결뿐 아니라 교동도, 석모도와 다리로 연결되면서 점점 많은 차들이 강화를 찾고 또 지나고 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과 연결되는 다리도 추진될 것이다. 강화의 개발압력이 점점 커질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강화를 아는, 강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발전이 아닌 난개발로 강화의 가치를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강화 자연환경, 역사문화의 가치를 잘 보전하고 계승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로부터 한반도 역사의 중심이며 관문이었던 강화의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문화재보호지역이면서 군사시설보호지역으로 이중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환경보호가 또 다른 규제라는 인식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역사문화계승, 자연환경보호와 지역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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