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불소화사업은 신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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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불소화사업은 신중하게!
  • 최문영
  • 승인 2011.07.22 16: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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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최문영 / 인천YMCA 기획관리실장


지난 14일 송도에서 열린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3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인천시는 올해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준비 중이고 예산도 이미 확보됐다. 시범정수장으로 남동정수장을 선정했고, 법적 절차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바로 시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인천시 수불사업은 1995년 처음으로 수불시행조례재정 청원이 있은 후 2002년과 2008년 등 총 세 차례의 청원이 있었지만, 지금껏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오래된 논제다.

수불사업이란 수돗물에 아주 적은 양의 불소를 넣으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시민의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수돗물에는 미량의 불소가 함유돼 있기 때문에 좀더 농도를 높이자는 취지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라고 부른다. 지난주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이 수불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처럼 불소가 인체와 환경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적은 양의 불소를 수돗물에 넣으면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지만, 수돗물에 너무 많은 양의 불소가 들어가게 되면 건강에 해롭다는 점에 대해서는 찬반 양측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적은 양의 불소가 인체에 해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다.

양측 주장을 살펴보면 둘 다 옳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둘 다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다. 찬성 측은 반대 측이 내세우는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들어 반박하는 게 아니라 '오래된 자료다, 근거가 미약하다' 며 무조건 배격한다.

반대 측도 불소 유해론의 근거가 되는 문헌의 정확한 출처와 발표시점을 밝히지 못해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또한 반대 주장을 하면서 불소는 산업폐기물이라거나 독극물이라는 식의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렇듯 불소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양측 주장이 극명한 가운데 어느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시민들은 양측이 허심탄회하게 모여 각자 주장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모으고, 그것을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인사들과 하나하나 검증해 보고 타당성 여부를 따져 주길 원한다.

개인적으로는 불소의 유해성 여부를 떠나 수돗물 불소농도를 높이는 것은 아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시행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예방접종 예를 들면서 예방접종은 권하면서 충치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인 수불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예방접종과 수불사업을 같다고는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법으로 정하여 맞도록 한 예방접종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예방접종을 한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병에 걸리지 않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겨주는 것을 막는 일이다. 즉, 스스로 다른 사람 건강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일이다.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것은 그 물을 마시는 주민이 충치를 앓는 걸 예방해 준다. 그러나 그 주민이 충치를 앓지 않게 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충치를 앓는 걸 막는 효과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충치를 막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불소를 넣은 수돗물을 먹어야 한다면, 흡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담배 피우는 걸 모두 금해야 하는 일과도 같다.

자신에게 병이 생겨서 다른 사람에게 역시 같은 병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면, 그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충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수돗물에는 이미 염소가 들어 있으니 불소를 조금 넣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염소를 넣는 것은 수돗물에 세균이 불어나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걸 막고자 하는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것이지, 수돗물의 질을 향상시켜 다른 병까지 막고자 하는 건 아니니 불소를 넣는 것과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수불사업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 수돗물 관리체계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기회만 있으면 강조하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가끔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거나 발암물질이 섞였다는 식의 문제가 생겨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수돗물 관리 체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사람들이 수돗물 불소 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인체에 해롭다는 건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수돗물 관리체계를 보면 수돗물에 불소가 너무 많이 섞이는 사고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걱정이다. 원자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관리소홀로 인해 재앙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점과 유사한 논리다.

인천시민은 수불사업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한다. 인천지역 소비자단체들로 구성된 인천소비자단체협의회(인천소협)는 공공재인 수돗물을 소비하는 인천시민 입장에서 수불사업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인천시 수불사업 추진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자료다. 또한 '인천소협'은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불사업 공개 토론회도 추진하고 있다. 열린 공간에서 찬반양론을 듣고 시민들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필요한 절차는 밟으며 가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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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2011-07-21 00:47:46
불소는 화학책만 들춰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독극물입니다. 또한 충치를 예방한다는 건, 사람에 따라 다르고, 양치와 식습관이 예전과 다른 요즘은 효과가 낮아졌다는 주장도 의미 있게 제시됩니다, 수돗물에 불소를 넣으면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몸에 축적되는 까닭에 노인이 골절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고 이가 없는 아기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불소를 원하고, 몸에 비교적 안전한 이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은 많은데, 왜 아무도 피할 수 없게 수돗물에 강제로 넣겠다고 하는 건가요? 민주주의에서 예방주사도 강제로 주입하지 않지요.

홍길이 2011-07-21 13:21:44
현재 시행중인 시의 시민들의 신체검사를 해봅시다. 불소 사용전과 사용후의 변화를..(최소 10년 이상 투입한 시) 그런데 왠지 좀 냄새가 나는군요... 불소 제조업체와 치과협회의 특검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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