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소리를 눈으로 듣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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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소리를 눈으로 듣는 사람들
  • 심현빈
  • 승인 2022.04.19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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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주에서 예술영화 한편]
코다(CODA 2021) / 션 헤이더 감독

 

코다(CODA : Children Of Deaf Adult)는 농인(청각장애인)을 부모로 둔 아이를 의미한다.영화에서는 루비를 제외한 가족으로 부모와 오빠가 청각장애인이다. 루비는 가족을 도와 새벽에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는 학생이다. 청각장애인들끼리 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것이 금지되었기에 루비는 가족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가족의 의사소통을 대신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 할 수 있는 자녀(코다)는 어려서부터 가족의 귀와 입이 되면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짊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책임감은 가족에 대한 부담감이 되고 자신의 삶이나 미래에 대한 꿈과 충돌하게 된다. 하지만 루비의 가족은 표현에 거침이 없고 매우 솔직하며 유쾌하게 산다. 루비에 의지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의 사랑을 기반으로 루비를 전폭적으로 응원하는 가족이다.

고기잡이를 하면서 푸른 바다에서 큰소리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루비는 우연히 짝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따라 합창단에 들어가 메인보컬이 되고 재능을 알아 본 교사가 보스턴 음대에 추천서를 써 주지만 루비는 갈 수가 없다. 자기를 빼고 모두 듣지 못하기 때문에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책임져야 하는 건 늘 루비의 몫이기 때문이다. 식구들 또한 루비의 앞날과 가족들의 생계에 대한 루비의 도움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지만 루비의 공연 모습을 보고 음대를 진학하도록 한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오디션을 보러 대학에 간 날 오디션장에 몰래 들어온 가족을 보고 루비는 듣지 못하는 가족을 위해 수화로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코다>는 음악영화이며, 가족영화이자 성장영화이며, 루비의 노래를 통해 가족의 성장을 다룬 가족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장애인 성공비화를 앞 세운 신파영화를 생각했고, 곧 루비와 마일스의 하이틴 영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루비의 성장과 더불어 가족의 성장을 이야기하려는 것을 알게 된다. 루비의 노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조력자는 바로 청각장애인 가족들이며 이들 가족이 루비 없이도 지역사회공동체에 참여 할 것을 결심하기 때문이다.

루비의 아름다운 노래를 가족들은 들을 수가 없다. 이때 감독은 졸업콘서트장 공연에서 가족을 제외 한 모든 관람객을 숨죽인 채 열광하도록 하면서 오로지 청각장애인 부모의 관점에서 루비의 공연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낸다. 난 이때 극장의 스피커가 고장 난 줄 알았다. 영화가 끝날 때면 부지불식간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 할 수 없게 되면서 감동이란 선물을 가슴에 품고 극장을 나올 것이다.

<코다>는 프랑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했지만 션 헤이더 감독의 탄탄한 연출에 힘입어 전작과 더불어 많은 감동을 선사한다. <코다>의 주인공 루비 역을 맡은 에밀리아 존스를 제외한 가족 모두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이다. <작은 신의 아이들>로 오스카상 최연소 농인 최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말리 매트린(엄마), 트로이 코처(아빠), 다니엘 듀린트(오빠)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상을 수상한 청각장애인 배우들이다. 청각장애인 배우들과 함께 한 감독은 수어 통역사가 동행하고 있지만 직접 수어를 배웠다고 한다. 아마도 청각장애인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눈으로 듣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코다>가 2022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하면서 재개봉을 하였다. 영화공간주안에서도 2021년 8월에 이어 재상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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