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보양식, '인천 鰍湯(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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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보양식, '인천 鰍湯(추탕)'
  • 김석배 객원기자
  • 승인 2011.07.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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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배의 인천이야기] 해방 전 인천 유일의 용동 추탕집

용동 마루터기(현 애관극장 뒤쪽)에 당시 '영화양조장' 사장의 모친(필자의 사촌누님의 시어머니)이 양조장 옆에서 직접 경영하던 鰍魚湯(추어탕)집이 있었다. 해방 전까지 인천에선 유일한 추어탕집이었다. 양조장 사장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추어탕집이니 손님들의 신뢰도 있었다. 여름내 논두렁에서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로 끓여내면 당시 한여름 보양식으론 제격이었다. 고기보다 영양이 많고, 미꾸라지를 뼈째 끓이기 때문에 칼슘도 풍부하다. 지금 보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개고기를 파는 식당은 없던 시절이다.

세간에 유명했던 이 추어탕은 실은 추어탕이라기 보단 추어가 두부(豆腐)에 박힌, 독특한 형태의 鰍腐湯(추부탕)이었다.

추부탕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미꾸라지를 넓은 그릇에 담고 굵은 소금을 듬뿍 뿌려 뚜껑을 덮는다. 그대로 20분 정도 지나면 미꾸라지의 미끌거림과  잡냄새가 빠지게 된다. 그 다음에 물을 부어 헹군다. 그리고 가마솥에 두부를 세워놓고 미꾸라지를 넣는다. 그리고 물을 넣고 끓이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미꾸라지들이 찬 두부 속으로 기어들어가 익는다. 미꾸라지가 박힌 두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데친 토란과 콩 대가리를 따낸 콩나물과 양념을 넣어 푹 끓이면 그 유명했던 추부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추어탕을 먹을 때 산초가루, 들깨가루, 송송 썬 부추 등을 넣으면 미꾸라지 특유의 비린내와 흙내가 사라지고 향긋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특히 산초가루는 향이 강하므로 1인분에 1작은술 정도를 넣으면 적당하고, 부추는 먹기 직전에 넣어야 향긋하다.

미꾸라지 영양가가 뱀장어 못지 않게 높은 식품이어서 오래 전부터 환절기 보신 요리에 많이 이용됐다. 단백질과 지방, 칼슘, 철분이 풍부하며 내장을 따뜻하게 하고 피 흐름을 좋게 하므로 강장·강정작용이 뛰어났다고 전해져왔다.

그러나 1942년경 전시체제로 접어들며 식량난이 심화되자 모든 곡물에는 배급제가 실시됐다. 그리고 기업정비령이 선포됨에 따라 식당 요식업들이 폐업을 하게 되었고, 인천의 명물이었던 추부탕도 사라지게 되었다.

배고픈 시절, 남자들은 군복 입고 여자들은 몸빼바지를 입던 전시체제였으니 비단가게도 문을 닫던 때였다. 있는 사람들은 '야미쌀'을 몰래 사다 먹던 시절에 추탕집이 자리잡을 곳은 없었다.

당시 사돈댁 추부탕을 여러번 얻어 먹은 경험과 호기심에 추부탕을 끓이는 것을 본 기억과 사돈댁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글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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