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녹아든 ‘공간 듬’… 낯선 문화·예술에 한 발짝 다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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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녹아든 ‘공간 듬’… 낯선 문화·예술에 한 발짝 다가서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2.05.1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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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7동 신기시장 옆골목 토담집...주민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지 어느새 8년
공간 듬 전경
'공간 듬' 전경

지난 2014년 12월. 열 평 남짓했던 버려진 집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부터 꼬꼬마 어린이까지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7동 주택가 ‘공간 듬’은 이렇게 모두에게 열려있다.

미추홀구는 인천의 원도심 중 하나로 문화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다. 8년 전, 차기율 작가의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신기시장 옆 골목에 있던 토담집이 발굴됐다.

수십 년간 방치됐던 폐가를 신미선 공간 듬 대표와 최 바람 작가, 차기율 작가가 합심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어느새 미추홀구에 뿌리내린 지 8년. 10주년을 바라보는 ‘공간 듬’은 오늘도 동네 주민들에게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인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직접 쓴 글과 그림을 엮어 만든 책

■동네 주민들의 일상에 스며든 ‘문화공간’

신기시장 옆 골목에 들어서면 솜처럼 하얀 외관의 ‘공간 듬’이 햇살을 머금고 있다. 건너편 마을 쉼터에서는 의자에 앉은 어르신들과 뛰노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공간 듬’의 방문객이기도 하다. 공간 듬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정도로 동네 주민들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풍경에 힐끗 문만 쳐다봤던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문지방을 넘나들 정도로 공간 듬은 동네에 스며들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공간 듬’ 대표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공간 듬은 자체 운영비 없이 지원사업과 기금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원사업을 통해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쓴 글과 그림을 엮어 책을 만들기도 했다.

“문화예술은 문턱을 넘는 게 어렵습니다. 정보가 없다면 식당에 들어가기도 망설여지잖아요. 동네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가니 소통의 문제는 해결된 상황입니다.”

 

폐가를 발굴 중인 최바람 작가(왼쪽)와 차기율 작가

■실험적인 전시를 발굴하다

공간 듬은 차기율 작가의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된 대안공간이다. 일반 갤러리에서 보기 힘든 실험적인 전시·공연이 주로 진행된다.

개관전부터 공간 듬의 실험적인 성격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발굴 프로젝트’ 전시로 공간 듬이 있던 자리에 묻혀 있던 깨진 항아리 조각, 옛날 라면 봉지 등을 통해 이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기억을 추적했다.

현재 차기율 작가의 ‘사유-기억의 층위’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관람객이 재활용된 종이에 점, 선, 면을 그려 넣으면 작가가 이를 연결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키는 전시다.

8월부터 10월까지는 ‘짓거리’ 릴레이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사운드와 시각예술이 만난 실험적인 전시다. 시각 작가 1명·사운드 작가 1명씩 짝을 이뤄 총 6명의 작가가 3차례 전시를 펼친다. 자신들의 행위를 ‘짓거리’라고 정의 내리고 작가별로 주제를 정해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별한 목적을 맞춰놓고 공간을 운영하진 않아요. 불특정하게 전시와 공연이 열리고 기간이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습니다.”

 

차기율 작가 개인전 ‘사유-기억의 층위'

■대안공간에서 공간으로

2014년 ‘대안공간 듬’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안이라는 말을 뺀 ‘공간 듬’이다. 대안공간은 버려진 공간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을 의미한다. 공간 듬에서는 전시, 공연과 인천문화재단이 공모하는 각종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안공간이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가 있는 대명사잖아요. 성격을 규정해버린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공간 듬’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10주년까지 2년이 남았다. 문화 불모지인 미추홀구에서 버티고 있는 만큼 뜻깊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사항은 없지만, 공간 듬의 역사가 담긴 다양한 전시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공간 듬으로 조성되기 전 모습
폐가에서 깨진 항아리 조각, 플라스틱 조각 등이 발굴됐다. 이후 공간 듬 개관전에서 전시됐다.
권순학 작가 개인전 'A moment'(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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