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마다 꽃 한 송이 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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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마다 꽃 한 송이 피어나길~
  • 강영희
  • 승인 2011.07.26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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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갤러리 다섯 번째 기획전 - 김영옥 한국화전

장마에 폭염이 지난 한점갤러리에 책장 하나를 짜서 넣었습니다.
스프러스로 짰는데 니스도 물감도 칠할 필요 없이,
살그머니 풍겨오는 나무냄새도 참 좋습니다. 
다인아트에서 펴낸 인천에 관한 책들도 좀 있고요.
저는 오래된 카달로그들을 갖다 놓을 참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니 각종 영화전단지도 좋을 것 같구요.  
 
다섯 번째 전시 작품 중 하나가 마치 우리집 거실인양 자연스럽게 걸렸습니다.
이 계절 곳곳에 꽃들이 곱고 아름다운 색채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이 안경을 쓴 꽃은 창영초교 3학년 화빈이.
갑자기 쑥쑥 자라는 덕에 눈이 나빠진 모양입니다.

박의상실 어머니는 꽃들이 정말 이쁘다며
  그리고 싶다면서 한참을 보시고 가셨어요.

코스모스와 옛날식 파란 선풍기가 잘 어울립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기와 엄마.

작은 거실같은 한점갤러리가 이번에는 작은 정원으로 되었습니다.
상처에 하나씩 피는 꽃. 
한여름 꽃들이 가득한 창영동에 어딘가 피어 있을 법한 꽃들이
갤러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김영옥 작가노트] 

우리사회는 어느새 원초적인 욕망을 직설로 말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화려하고 빛나는 것에 대한 숭배가 도를 넘어 즉물적이고 감각적인 것이 아니면 주목 받지 못하고 너무 빠르게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선명하게 과장해도 누군가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은 뱉어낸 말의 속도를 따라 가지 못하고 우리의 대화는 머릿 속에서 명멸하는 생각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이제 우리에게 아름다운 일상은 그저 추억이라 명명하는 과거일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람들의 시선 한 가운데로 등장하지 못하고 잊혀지는 사소한 것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어쩌면 그들은 아름다움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려는 것지도 모른다.  때문에 예술에서도 일상이 되어버린 과장과 수식은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하는 장애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하여 내그림의 꽃들은 화려하거나 가시가 돋친 꽃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일상에서 익숙하게 보고 지나치던 것들을 유심하고 자상하게 봄으로써 건져 올리게 된 꽃들이다.

일찍이 랭보가  "상처가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고 노래했듯이 우리 삶은 상처와 흉터로 기워져 있다. 그 황폐하고 쓸쓸한 생의 공간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테지만, 우리 주변에 흔한 이 꽃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나만의 정원을 그려 내고 싶었다.  늘 보아오던 꽃을 다시 찬찬히 살피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한 필치 한 필치 더해가는 붓질의 과정 속에서 나는 지난한 시간들을 통과해 가는 어떤 명상적 투명함을 맛 볼 수 있었다. 깊지만 순한 대단하기 보다는 사소한 일상의 것들이 소중해지는 말미에 나를 돌아 보고 정성을 다해 나의 정원을 가꾸려 한다.

가치의 중심에 비켜서 있는 그것들이 오롯이 내 시선의 중앙으로 등장해 나 아닌 다른 이에게도 상처마다에 꽃 한 송이씩 피어내 지금껏 버려졌던 각자의 오래된 정원에서 다시 태어나고 자라나서 작지만 생명력 넘치는 많은 꽃들이 살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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