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산실, 인천 산선의 역사성·가치 재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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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산실, 인천 산선의 역사성·가치 재확립"
  • 송정로 기자
  • 승인 2022.05.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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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농성 287일 만에 사태 일단락, 인천 산선 김도진 목사

지난 25일 인천시 동구 화수·화평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장기간 농성을 벌여온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 이하 인천산선)는 인천시, 재개발조합과 3자 ‘상생 방안’에 합의했다. 인천산선이 농성에 돌입한 지 287일 만에 사태가 일단락됐다.

9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일꾼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26일 288일간의 농성을 5월로 마감하고 향후 일정을 모색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합의대로 교회 원형 이축과 상징물 설치, 노동역사문화관 조성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화수·화평구역 재개발 사업도 교통·환경·문화재 심의 등 행정절차가 남아 있어 인천 산선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문의일꾼교회 김도진(64) 목사를 만나 그간의 과정과 향후 일정에 대해 인터뷰했다.

 

- 상생방안 합의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인천산선의 역사성, 장소성 담보를 위해 그간 ‘존치’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조합측 입장은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어서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그런 끝에 ‘상생 합의’를 도출한 것이어서 분명 의미가 있다.

사태 초기 인천시가 산선의 역사성과 ‘인권·민주’의 가치에 대해 적극 대응했으면 1년 이상 겪어온 갈등과 고난, 나아가 재개발 사업의 지연도 막을 수 있었던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늦었지만 상생합의를 이끌어낸 인천시의 수고를 치하한다.

 

- 농성이 꽤 길게 이어져왔는데, 그 과정에 대해 평가한다면.

인천 시민사회단체와 감리교 교단이 적극 나서줘 장기 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초 주로 산선의 실무자 출신 20여명을 중심으로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전협의회’를 결성해 활동했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6월 인천시의 도시계획심의위 2차 회의를 앞두고 우리의 입장을 피력할 수단이 없어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인천산선의 6대 총무였던 김정택(72) 목사님의 한달에 걸친 단식 농성이 이어졌는데, 목사님의 건강을 염려한 시민들이 '인천산선존치를위한범시민대책위를 구성했다. 지금까지 이 대책위가 농성을 이끌어온 것이 큰 힘이 됐다. 최근 유례없이 대규모로 연인원 300여명이 참여했고 실 인원 100여명이 계속 릴레이 단식농성을 이어줬다. 코로나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인천 산선 존치에 대한 절박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학술회의 논문들도 발표했고, 인천 산선을 설립한 조지 오글(Gorge Ogle) 목사 추모 학술제도 열렸다. 이 과정을 통해 민주노동운동과 민주화 산실로서 인천 산선의 역사와 가치가 재조명되고 다시 그 가치에 공감하고 재확립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감리교단은 인천산선 존치를 위한 1만명 서명운동을 벌였고, 올해 2월 감리교 감독회의에서 인천산선을 '감리교의 민주 성지’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인천로선이 ‘부활’했다고 이야기도 했다. 난관을 통해 주어진 ‘축복’으로 여겨져서 이점에 대해 인천 시민사회와 감리교단에 감사한다.

 

27일 오후, 288일 동안 농성의 현장이던 미문의일꾼교회 안.
27일 오후, 288일 동안 농성의 현장이던 미문의일꾼교회 안.

- 합의안에 교회를 원형 이축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가.

실재적으로 기술적인 검토가 있어야겠지만 현 건물을 원형 그대로 대체부지로 옮기는 것이다. 물론 기술적인 한계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서 원형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중국 상해의 임시정부 청사도 그렇게 옮긴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도 원형 이축 사례가 10건 있다고 한다. 이번에 조합측도 원형 이축을 제안할 정도로 애를 많이 썼다. 

우리의 사례가 근현대 유물과 유산을 보존하는 전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 이전을 하면 교회는 어떻게 쓰이나

이전된 교회에서도 현재 하고 있는 사역과 사업이 계속될 것이다. 현재도 ‘박물관교회’로서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고 평일에는 기념관 사업과 주민사업을 한다. 이전된 교회에서는 인천산선 기념사업이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지금 창고에 보관중인 기록물 8,000여점이 연구되고 전시될 것이다.

또 인천산선을 창립한 오글 목사의 신학과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던 인천산선의 전통을 살리고 그 전통을 2020년대의 바뀐 현실에 적용토록 노력할 것이다. 그 내용은 도시와 환경, 실업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인천시가 조성하기로 한 노동역사문화관은 어떤 것인가.

재개발조합이 기부채납한 부지에 인천시 예산으로 짓는 것으로 안다. 그 위치는 화도진공원쪽이 될 것이라고 한다. 화도진공원과 재개발 아파트 단지 사이에 생길 도로변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와 인천산선 그리고 관련 시민사회가 협의하며 진행할 것 같다. 인천산선에 가까이 위치하게 되는데 그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지, 어떻게 운영할 지는 계속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인천시, 인천산선, 시민사회와 감리교단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 같다.

 

- 재개발 사업이 끝나려면 앞으로 적어도 5~6년가량 더 남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인천산선은 무슨 일을 하나.

여러분들과 먼저 의논해서 결정할 일이지만,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공익법인으로 전환하여 인천의 노동문화유산을 보전하고 그 가치를 미래지향적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준비하고자 한다. 이와함께 인천산선의 자료를 연구하고 전시하고 '어느 여성노동자의 길' 같은 노동자 순례길 탐방 사업을 정례화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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