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인하대생이 전한 춘천 산사태 매몰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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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인하대생이 전한 춘천 산사태 매몰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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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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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바퀴 구른 뒤 정신차리니 토사가 머리끝까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는 많이 왔지만 산사태가 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순식간에 토사가 머리까지 차올랐어요"

연합뉴스가 28일 인하대 자원봉사자들의 '춘천 매몰 참사' 순간을 보도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동아리 회원들과 봉사활동 중 묵었던 펜션이 산사태에 매몰됐으나,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인하대생 박모(26)씨는 끔찍했던 사고 순간을 떠올렸다.

사고 직전 동아리 회원 상당수가 잠을 자거나 쉬고 있었다. 몇몇은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26일 인근 초등학교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한데 이어 다음날 활동 준비까지 마친 뒤였다.

일행 35명은 나무로 지은 2층짜리 펜션 건물의 2층에 방 2개, 1층에 방 4개에 각각 머물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27일 0시께 박씨는 펜션 2층에 있다가 외부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예고도 없이 모래와 자갈 더미가 자신의 몸을 덮쳐왔다.

몸이 서너 바퀴 구른 다음 정신을 차려 보니 토사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주변이 온통 깜깜했다. 위치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입과 코로 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빗물이 입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박씨는 일단 여기에서 빠져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모래와 흙더미를 파내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팠을까. 가까스로 몸을 빼낼 수 있었다.

그때 바로 옆에서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남자 후배의 목소리였다. "손을 내밀어!"라고 외치며 빗물이 섞여 죽처럼 돼버린 토사를 필사적으로 휘저었다.

손과 손이 겨우 잡혔다. 박씨가 흙더미에서 후배를 끌어내자마자 구조대가 도착한 것이 보였다.

박씨는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현장을 빠져 나오는 중에도 이곳저곳에서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구조대원이 "학생도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데 우리가 구조할 테니 걱정 말고 가라"고 했다. 박씨는 후배와 구급차로 이동하며 서로 감싸 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이마와 무릎, 팔 등을 다쳤지만 경상자로 분류돼 인하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병원에 머물며 사망자가 누구인지 들었다"며 "희생자 대부분이 후배들인데 하나같이 친한 애들이라 안타깝고 불쌍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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