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을 호국의 불빛, 인천상륙작전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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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을 호국의 불빛, 인천상륙작전기념관
  • 유광식
  • 승인 2022.06.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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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82) 인천상륙작전기념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자유수호의탑 뒤에서 바라본 모습, 2022ⓒ유광식
자유수호의탑 뒤에서 바라본 모습, 2022ⓒ유광식
야외전시장에서 팔미도(보이지는 않음)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2022ⓒ유광식
야외전시장에서 팔미도(보이지는 않음)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2022ⓒ유광식

 

식료품 가게에 진열된 농산물을 바라보면 달력 없이도 절기를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진열대에는 참외와 수박이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살구와 산딸기, 앵두, 보리수 등이 주변으로 주렁주렁 열렸다. 살구나무에 대한 기억이 깊어 살구 한 팩을 꼭 끌어안고 와서 먹는다. 제철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만남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현시대는 하우스 농사가 주류인지라 제철을 넘어 사시사철이 된 작물이 많아졌다. 또한 품종 개량으로 같은 작물이라도 특이한 모양새가 많다. 소비자는 노지와 하우스용이라는 두 가지 재배 형태를 분별하는 지혜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6월은 1년의 가운데를 넘는 고갯마루다. 절기상 그렇기도 하거니와 이사와 문병도 자제한다는 세시 풍속적 금기도 전해져 온다. 그만큼 전환점을 맞았을 때는 조심하고 볼 이야기란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로 한국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조심스럽게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연수구 청량로 138, 이하 기념관)을 둘러보며 때를 맞이했다. 

 

야외전시장에서 바라본 청량산(기념 사진을 남기는 관람객들), 2022ⓒ유광식
야외전시장에서 바라본 청량산(기념 사진을 남기는 관람객들), 2022ⓒ유광식
야외전시장에 전시된 장비와 참전국 깃발, 2022ⓒ유광식
야외전시장에 전시된 장비와 참전국 깃발, 2022ⓒ유광식

 

연수구 청량산 기슭에 위치한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서해를 바라보며 자유수호의 깊은 뜻을 전하고 있다. 기념관의 외부 모습은 시선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옆 인천시립박물관에 올 때마다 육중한 회색 돌들로 견고히 쌓아 올린 벽의 이미지가 강해 힐끗 쳐다보곤 했다. 짧은 동선의 전시실을 보고 나오면 외부 경치가 좀 더 강하게 밀려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역사를 가볍게 보기야 하겠느냐마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오래된 이야기라 생각하면서도 내심 생생함을 기대하게도 되는데, 자동차 창고로 전락한 송도유원지의 모습처럼 군데군데 세월의 때와 경직을 본다. 

 

기념관을 찾은 시민들, 2022ⓒ유광식
기념관을 찾은 시민들, 2022ⓒ유광식
1층 입구면(좌측에는 종자를 공수해 키운 맥아더 나무가 자란다), 2022ⓒ유광식
1층 입구면(좌측에는 종자를 공수해 키운 맥아더 나무가 자란다), 2022ⓒ유광식

 

기념관의 내부 전시실보다는 외부 산책로를 따라 당시 사용된 무기들과 항전의 증거물을 둘러보는 것이 마음을 되새기는데 좀 더 도움이 된다. 어렸을 때 견학 목적으로 방문했을 분들은 감회가 새로울 것이고 말이다. 실제로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비행기나 차량, 미사일, 탱크 등이 당시의 참상을 환기하는 것은 분명하다. 아주 거대한 프라모델 같기도 했다. 6월은 조금씩 더워지는 시기이기도 한데 빛이 강하기도 해 기념관 전체를 차양으로 덮으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한편 외장재의 느낌 때문이겠지만 혹여 의도된 것이라도 육중함을 떨쳐낼 수 없음은 그저 무겁기만 하다.

 

전시관 내부, 2022ⓒ유광식
전시관 내부, 2022ⓒ유광식
전시관의 당시 유물들, 2022ⓒ유광식
전시관의 당시 유물들, 2022ⓒ유광식

 

작년에는 기념관 외부의 전두환 현판·헌시비를 뜯어냈다고 한다. 그 전엔 기념식수 표지석도 걷어 냈다. 시대에 따라 미묘한 변화가 함께 상륙한다. 전시관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겠지만 전쟁 중에 개최했던 시화전 작품이라든지 어머니께 미처 부치지 못한 병사의 편지를 볼 땐 나도 모르게 숙연함이 올라왔다.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맞닥뜨려야만 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며 화가 나기도 했다. 바랄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참상의 기록이 보태지지 않을 상황이겠다. 지금도 전쟁의 늪에 빠져있는 세계 많은 나라들의 평화를 빌 따름이다. 

 

시화전 작품 중 하나, 2022ⓒ유광식
시화전 작품 중 하나, 2022ⓒ유광식
자유수호의탑, 2022ⓒ유광식
자유수호의탑, 2022ⓒ유광식

 

기념관 주변으로 총 3개의 주차장이 있다.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상륙 시에 지칭했던 레드, 블루, 그린 비치를 형상화한 건 아닌지 문득 생각이 스쳤다. 시민들의 접근이 다양한 루트에서 이뤄지며 역사와 대면할 수 있길 바란다. 인천의 이야기꾼인 시립박물관으로부터 흘러온 걸음이 21세기 격동의 고갯마루인 현대의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거쳤다. 몇 년 후 시립박물관이 건넛마을로 이사를 하면 상륙작전기념관이 다소 심심하겠다. 준비하고 있겠지만 사례 중심의 특별 전시도 좋겠고 야외 쉼터에서의 도시락 식사도 소풍 못지않아질 노릇이다.  

 

상륙을 형상화한 야외 조형물, 2022ⓒ김주혜
상륙을 형상화한 야외 조형물, 2022ⓒ김주혜
소련제 미그 전투기 킬러라고 불리던 F-86D 전투기,2022ⓒ김주혜
소련제 미그 전투기 킬러라고 불리던 F-86D 전투기,2022ⓒ김주혜

 

돌계단과 경사로를 걷다 보니 쉴 곳을 찾게 된다. 외부 교육장이나 비탈면에 위치한 벤치들이 견학하러 온 학생들에게 주로 이용된 곳이겠구나 싶었다. 그 위로 매점과 카페(화장실 1F) 시설이 있지만 휴점 상태다. 뻔한 예상이지만 코로나 여파일 것이다. 시립박물관 옆 노상 토스트 가게는 성황이었지만 말이다. 부질없는 생각이겠지만 휴게실은 작가 공간(별장)으로 이용하고 인근 연수 예술창작공간인 ‘아트플러그’와 연계해도 좋겠다. 기념관 외부 계단 위에서 친구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이고 탑 아래에서 먼바다를 응시하는 어르신도 계셨다. 서해가 입을 벌리고 떨어지는 사과(태양)를 삼키려던 시간에 기념관의 표면엔 윤기가 흐른다. 그저 어렵고 피하고 싶은 잿빛 사건처럼 여겨질지언정 기념관의 존재를 호국 정신을 되새기며 우리 삶과 사회가 가고자 하는 그림을 스케치해볼 수 있는 지렛대로 여긴다면 뜻깊은 의미일 터이다. 백일장 시즌이기도 한 6월의 제철 고민, 제철 역사가 빛나 보이는 이유일 터이다.  

 

야외 휴게실/매점 및 카페 건물(현재 1층 화장실만 이용 가능), 2022ⓒ유광식
야외 휴게실/매점 및 카페 건물(현재 1층 화장실만 이용 가능), 2022ⓒ유광식
작전의 중요한 신호탄이었던 팔미도 등대(모형), 2022ⓒ유광식
작전의 중요한 신호탄이었던 팔미도 등대(모형), 2022ⓒ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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