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진정한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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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진정한 복지
  • 박병상
  • 승인 2022.06.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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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2016년 개봉한 영국 영화 《나, 다니엘 브레이크》

2016년 80세 나이의 거장 켄 로치는 《나, 다니엘 브레이크》로 칸영화제에서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심장병 악화로 일을 계속할 수 없어 실업급여를 청구하려던 성실한 목수의 이야기다. 복잡한 절차에 번번이 좌절하다 겨우 성공해 숨돌리려는 순간, 심장 발작으로 사망하고 만다는 내용으로 주목받은 거장은 기자회견에서 “가난은 너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회의 잔인함을 비판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그러면, 우리 복지정책은 영국보다 인간적일까?

우리나라 60대 이상은 대개 병원보다 집에서 태어나 이웃의 보살핌으로 자랐다. 병원이 상식인 요즘은 다르다. 산모와 신생아는 물론, 아빠까지 산후조리원에 2주 머물고 유아원과 유치원을 다니며 성장한다. 비용이 천차만별인 산후조리원은 국민건강보험 대상이 아니다. 집에서 아이 낳던 시절에 많던 사고는 크게 줄었는데, 산후조리원의 국민건강보험 대상은 시기상조일까? ‘공공산후조리원’을 공약한 지방선거 후보가 있었는데, 실현되려면 논의할 사항이 복잡하겠다. 산후조리원은 보편적 복지 영역으로 등극할 수 있을까?

도시 곳곳에 늘어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복지기관인가? 여태 관심 기울이지 않았는데, 사회복지 전공한 후배에게 물으니 ‘장애 등급에 따라 다를 거’라며 고개를 갸웃한다. 복지기관이든 아니든, 비용이 천차만별이든 아니든, 핵가족이 대세인 사회에서 기력 잃어가는 부모를 보살피는 일을 대신하는 요양시설은 고마운 존재일지 모른다. 그런데 성격이 다른 두 시설은 보살핌의 온도가 다르다. 산후조리원과 달리 요양시설은 보호자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지 않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보호자는 의지와 무관하게 접근이 차단되었다.

우리가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지 못하는데,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나, 다니엘 브레이크》가 문제 삼았듯, 구직행위가 필수라고 들었다. 의지와 달리 일자리를 잃어야 일정 기간의 실업수당 대상자가 되므로 젊은 직장인은 서류상 강제 퇴직을 원한다고 한다. 그럴 때의 실업수당은 복지정책인가? 퇴직당한 젊은이는 일정 기간 이후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능히 구할까? 나이 들어 강의를 잃는 시간강사는 알량한 국민연금에 의존하는데, 기운 잃은 농민이나 자영업자는 어떤 복지정책에 의지해야 할까? 화석연료 소비로 이끌어갈 반도체산업과 자동화로 일자리의 다양성과 만족도는 위축될 텐데, 위기로 치달아가는 기후변화 시대에 미래세대는 어떤 삶을 꾸려가야 할까?

인천시장으로 당선된 이는 기자회견에서 “세계 초일류 인천”을 약속했다. 구도심부터 신도시 이상 “발전”시킬 모양인데, 발전하면 시민이 행복해지는 걸까? 낙후된 구도심과 흔히 비교되는 신도시를 보자. 화석연료 뒷받침 없으면 찬란함을 잠시도 유지하기 어려운데, 세계 초일류 도시는 어느 정도의 화석연료를 요구할까?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는 시점에서 기름값이 치솟아 서민 살아가기 벅차다는 뉴스가 빗발친다. 송도나 청라에 사는 시민은 모두 행복하지 않은데, 세계 초일류 인천시민이므로 행복할 리 없다. 요즘은 일부만 누릴 행복보다 보편적 시민의 안정된 생존 보장이 시급한 시절이다.

얼마 전에, 낙후된 지역이라는 자탄이 맴도는 구도심의 한 식당에서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저녁 나눌 기회가 있었다. 번듯한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도 있지만, 재개발 소식이 들릴 때마다 세입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라 했다. 다행인지, 재개발 수익이 분명치 않다는데, 장사가 잘되는 아니든, 세입자인 주민 대부분은 영업장을 옮길 여력이 없다. 처지를 서로 이해하는 주민은 크고 작은 대소사를 의논한다고 한다. 갈등과 의기투합이 교차하더라도 걱정과 어려움을 나누는 까닭에 그 지역은 낙후되었다기보다 따뜻한 마을이었다. 산후조리원과 요양시설이 불필요해 보였다.

복지제도가 완벽할수록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북유럽이 그렇다는데,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1위로 등극한 지 오래다. 복지제도가 완벽해 그럴까? 켄 로치가 강조했듯, 가난한 사람을 향한 복지정책이 잔인해서 그런 건 아닐까? 사회복지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는 “평등하면 건강하다.” 하고 주장한다. 부촌이라도 따돌림당하는 사람에게 병치레가 잦다는데, 우리 복지정책은 어떤가? 구도심에 세계 초일류를 지향할 인천은 어떨 것인가? 기후위기가 몰고 오는 기상이변은 미래세대의 앞날을 두렵게 만드는데, 해수면 상승을 앞둔 인천에서 급한 복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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