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시대에 잊혀지는 아이들, '중도입국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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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에 잊혀지는 아이들, '중도입국청소년'
  • 이병철
  • 승인 2022.08.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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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칼럼]
이병철 / 어울림이끌림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사회복지학 박사
다문화가정 교육(사진=인천시 동구청)

최근 한국의 외국인주민 수는 215만 명이고 인천에는 13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약 100만 명(2%)은 다문화 가정으로 추정 된다. 이제는 생활 속에서 결혼 이민자, 외국인이주노동자, 유학생 등 다양한 이주민을 자연스럽게 마주치지만, ‘다문화 시대’ 속에 이들의 삶은 모두 동일하지 않다.

그들 중에서도 해외에서 성장하다 입국한 '중도입국 청소년'은 어떠할까. 이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있으나 통계조차 정확하지 않아 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 지도 알 수 없다. 여성가족부(2015) 다문화가정 실태조사에서 중도입국청소년을 3만 2330명으로 추정하고 있고, 법무부(2019) 통계는 1만 1000여 명으로, 교육부(2020) 교육기본통계에서는 9151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니트족(NEET)까지 고려하면 중도입국청소년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정확한 통계도 없다보니 중도입국청소년의 존재와 어려움을 드러내는 것조차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다.

 

중도입국 자녀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요?

일반적으로 '중도입국 청소년'의 의미는 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다 한국으로 이주한 청소년이다. 경우에 따라 한국인과 재혼한 결혼이민자가 이전 혼인 중에 출산한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 국제결혼가정 자녀 중 본국에서 성장하다 학령기에 입국한 경우, 외국인근로자가 입국 후 일정기간이 지난 후 본국에 있는 자녀를 데려오는 경우, 탈북여성이 외국인과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를 데려오는 경우를 말한다. 중도입국 자녀와 국내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다문화 자녀와는 다름을 알 수 있다.

출처 : igoodnews.or.kr
출처 : igoodnews.or.kr

중도입국 청소년을 만나다

지난 주말에는 10년차 결혼이주여성 한분과 자녀 학습상담을 하였다. 중도입국시킨 아들이 한국어가 미숙해 이에따른 염려와 극복에 대한 방법이었다. 그간 많은 노력을 들인 것에 비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 한국어 교육에 관한 대화였다. 아마도 첫 단추를 잘 여미었으면 지금은 어땠을까하는 아쉬움 마져 든다.

어머니는 먼저 입국하였고 그의 아들 가연(16세)이는 그보다 늦게 4년 후에 중도입국 하여 현재는 인천에 모 고등학교에 2학년 재학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어가 매우 미숙하여 또래 관계는 물론 심지어 방과 후나 주말에도 거의 은둔형으로 홀로 지내고 있다. 가정에서도 낯설은 새 아빠, 이복형제들과의 생활도 여의치 않아 염려가 많다고 하였다. 내년 한해만 더 다니면 졸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쁨은커녕 이 사회에 부적응자로 될 까봐 걱정이 많다고 하였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중도입국청소년은 23,349명(2018)에서 33,604명(2020)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경우 공교육 진입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고 그 기간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적절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다.

출처 : SIT(Social Innovatots Table), 중도입국청소년의 공교육 대기시간
출처 : SIT(Social Innovatots Table), 중도입국청소년의 공교육 대기시간

입학을 하여도 그들만을 위한 학습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천에서 외국인 주민이 2만 명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 집중 거주 지역인 부평구(3만0005명), 서구(2만2633명), 남구(2만2262명), 연수구(2만1296명) 등의 밀집지역 학교에서도 중도입국 청소년만을 위한 학습 배려는 여의치 않을 것이다.

당사자인 가연이 의견에 의하면 학급에서 가연이만을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한다. 가연이 외에도 난민 학생까지 있어서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한다. 어떤 날은 선생님으로부터 눈길조차 받지 못하다보면 ‘선생님은 내가 싫은가? 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한다. 또한 입학 전에 자음, 모음이라도 배우고 입학했더라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 인구 구성도 다양해졌고, 각 학교 교실내의 다문화적 변화도 증가하여 국내 출생 다문화 학생 외에 난민, 탈북 학생들까지 포함되고 있다. 실제 보도자료에 의하면 외국인 밀집지역에 인천 함박초교의 경우 러시아와 우즈벡키스탄, 중국 등 총 15개국 150여 명의 다문화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도 혼자서 도움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학습 배려도 물론 여의치 않을 것이다.

 

다양한 지원책은 꾸준히 준비되고 있지만 특별히 보완해야할 것이 있다면?

인천형 다문화 예비학교가 부평구 외에도 외국인 집중 거주 지역인 서구, 남구, 연수구 등의 밀집지역에 추가 설치되고 공교육 진입 전에 반드시 의무적으로 한국어를 학습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교사를 위해 다문화교육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여야 함은 물론 처우 개선도 병행하여 소진(Burn Out)을 예방해야 한다.

언어장벽 해소와 정서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인천형 다문화 예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권인순 어울림이끌림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우리에게 다가온 미래이기 때문에 우리사회가 이들을 위하여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라고 말한다.

현재 공교육 체계 내에서도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주로 한국어와 문화를 중심으로 되어있어서 복잡 다양한 문제들을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그들도 우리사회의 청소년이라는 보편성을 기억해야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일반화 하지 말고 ‘중도입국자’라는 특수한 환경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고, 다문화학생 밀집지역 학교에서는 공평한 교수법(equity pedagogy)이 실천될 수 있도록 학급에 학생 수는 줄이고 교사는 증가해야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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