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범죄, 증오범죄일까? 혐오범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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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범죄, 증오범죄일까? 혐오범죄일까?
  • 김정형 객원 기자
  • 승인 2022.08.1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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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공동체 자투리', 인종주의 집담회 개최

 

평화교회에서 이루어진 집답회
인천시 연수구 평화교회에서 이루어진 집답회

다문화인들과 관련해 이중언어 연극 등 국제 문화사업을 펼쳐오고 있는 '배우공동체 자투리' (예술감독 신승일)가 주최한 인종주의 집담회가 8월 12일 인천 연수구 학나래로46 평화교회에서 열렸다.

신승일 감독은 이 자리서 외국에서 인종차별을 바탕으로 일어난 범죄에 대한 보도를 인용하면서 한국인 기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증오범죄에 대해 혐오범죄와 비교하여 그 오류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서 신 감독은 먼저 흔히 쓰는 '헤이트 크라임'(Hate Crime)은 혐오범죄로 번역될 수는 있어도 증오범죄로 번역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에 따르면 우리 말 어감상 증오라는 말은 인과관계가 있는 말이다. 이를테면 '우리 부모를 죽인 원수를 증오한다'는 문장에서 혐오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혐오라는 것은, 나보다 못한 이를 싫어한다거나 도리에 맞지 않는 이를 싫어하는 감정이다. '시꺼먼 피부를 한 그가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혐오의 감정으로 자기가 세운 기준을 채우지 못한 이에 대하여 미워하는 감정이다.

증오범죄라는 표현에는 가해자의 시선을 어느 정도 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살인이나 폭력 등 위중한 범죄에만 사회적 문제로 본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어 이은숙 AAPI Civic Engagement Fund 이사(인권운동가)가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집담을 이어갔다.

미국 사회에서는 남아시아, 동아시아 태평양 연안 섬 주민들을 하나의 인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일본, 인도 등은 모두 다른 민족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다 다르기에 그 안에서도 갈등이 있다

인종적 소수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접근과 해석들이 존재하고 있다. 주류사회에 대해서 인종적 소수자를 의미하는 유색인종(POC : People of Color)이란 표현도 흑인, 원주민들이 빠져 있으니 BIPOC(Black, Indigenous, People of Color)으로 하자는 다양한 논쟁의 과정 중에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헤이트 크라임'이란 용어는 개인의 감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용어로 인식되고 있으며 개별 상황에 맞는 용어들이 제안되고 있다. 특히 인종 범죄의 경우 제도적인 부분이 주된 문제이기에 '헤이트 크라임'이란 용어는 적절하지 않으며 상황에 맞는 용어들이 사용되어야 한다.

이은숙 이사는 "인종 문제는 소수자 커뮤니티의 정치적 파워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커뮤니티 간 조율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마무리 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이주민 여성들이 혐오범죄의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이에 21년 전에 입국하여 국적을 회복한 재중 교포 정춘홍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 강사로 활동)가 답변했다.

그는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하여 '잡종'이란 표현을 쓴 익산시장 사건과 서울시에서 임산부에게 70만 원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정책에서 다문화가정을 배제한 사건, 그리고 최근 건강가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가족센터로 명칭이 변경된 사실 등을 전했다.

가족센터로 명칭이 변경된 후, 센터 내의 기구가 축소되고 예산이 삭감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렇게 다문화인들이 배제되고 있어 서글픈 마음을 토로하였다. 특히 센터에서 다문화인들이 맡은 역할에도 불구하고 고용안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본인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던 사정을 설명하면서 거꾸로 가고 있는 다문화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줌으로 회의에 참석한 야마다 다카코씨 역시 다문화인들에 대한 불공정한 고용문화가 공공기관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다문화 강사들이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게 10개월만 고용되는 현실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이런 일들은 세부적인 법률 조항이 없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미약하나마 외국인들이 법률적으로 보호를 받도록 법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날 집담회 소식을 듣고 참석한 핑퐁드림 선교회 이규철 목사는 헤이트 크라임의 문제를 마음의 분단, 지역적 분단, 문화적 분단, 인종적 분단에 기인한다며 자신이 경험한 것을 이야기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문제와 북한에 대한 인식의 문제를 전하면서 다문화 문제와 증오의 문제에 더하여 남북의 협력 문제에서 확산되고 있는 증오의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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