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록 문화를 꽃피우다... 배다리 헌책방 ‘모갈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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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록 문화를 꽃피우다... 배다리 헌책방 ‘모갈 1호’
  • 김민경 기자
  • 승인 2022.08.18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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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를 수놓은 책방들]
(8) 모갈1호- 헌책방 겸 문화공간
오른쪽부터 장덕윤 대표, 한은영 씨, 이인순 씨, 허윤정 작가, 심은실 씨
오른쪽부터 장덕윤 대표, 한은영 씨, 이인순 씨, 허윤정 작가, 심은실 씨

“기록하는 문화를 모갈1호에서 꽃피우다"  

배다리 헌책방이자 문화공간인 ‘모갈1호’(금곡로 3). 이곳은 김주환 대표가 1969년에 시작한 헌책방 대창서림을 2018년 7월에 장덕윤 대표가 인수해 공간을 이어가고 있다. 공간 1층은 헌책방, 2층은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갈1호’라는 이름은 장 대표의 시인 친구가 그를 위해 쓴 시의 제목이자 경인철도 개통시 사용된 우리나라 최초의 증기기관차의 명칭을 따서 지었다. 서점의 이름은 바꿨지만 대창서림의 옛 간판은 그대로 두고 유리창 벽면에 바꾼 상호를 붙이고 영업 중이다.

그는 “배다리 책방거리를 걷다가 헌책방을 충동구매 한 덕분에 잘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그 뒷감당을 하고 있는 책방지기”라고 자신을 설명한다.

모갈1호는 오픈 첫 해인 2018년 ‘천개의 문화오아시스’ 사업에 선정돼 3년 동안 ‘마음사이’라는 주제로 문학치료, 한국신화, 사진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천개의 문화오아시스’란 인천시에서 민간 및 공공의 문화공간과 유휴공간을 시민이 일상에서 쉽게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모갈1호는 작년과 올해 공간에서 지원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대신 2층 공간을 무료로 개방하고, 허윤정 작가를 초대해 ‘담아쓴 포토앤북 스튜디오’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천개의 문화오아시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시민들과 함께 글과 사진을 매개로 한 하루하루의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장 대표는 “모갈1호가 ‘마음과 마음’이 모이는 장소로,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생활예술공간으로 자리잡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1층 서점 내부에 헌책들이 가득하다

2층 공간에는 장덕윤 대표를 비롯해 사진가인 허윤정 작가, 이인순 씨, 심은실 씨, 한은영 씨 등 5인이 생활기록가로 활동 중이다.

생활기록가 모임의 리더인 허윤정(61) 작가는 지난 2011년부터 평창, 부산, 서울, 김포, 동인천에서 ‘사진에 담아쓰는 나의 이야기’를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생활기록에 대해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의 일상 등 개인의 생생하게 살아있는, 가장 진솔하고도 가장 밀착된 삶의 이야기를 담는 일”이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모갈1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와 우리를 기록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허 작가는 모갈1호에서 ‘천개의 문화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9년 10월부터 8주 동안 사진으로 내책을 만드는 ‘인디아- 인생을 디자인하는 아침’와 2020년 7월 ‘사진으로 쓰는 나의 이야기- 사진한점 마음하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어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모갈1호 2층에서 사진과 글을 엮어 책을 만들어 나와 우리의 일상을 기록하는 ‘담아씀 포토앤북’ 스튜디오를 열고 ‘생활기록가’ 모임을 진행 중이다.

이 모임의 멤버인 주부이자 나이스미추 명예기자로 활동 중인 이인순(63) 씨는 2019년 10월부터 '인디아' 프로그램에 참여해 현재까지 생활기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일기와 수집해온 생활 기록물을 바탕으로 올해 2월 모갈1호에서 진행한 개인전 '찾아가다'와 서울 충무로 비움갤러리에서 '아화', '사진, 일기를 쓰다' 등의 그룹전을 진행했다. 

시각장애 4급인 그는 기록을 남길 때 돋보기와 안경을 번갈아 쓰는 등 남들보다 몇배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나만의 기록이 될만한 것들을 찾는 순간이 소중하다"며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닌 좋아서 하는 기록 작업이기 때문에 이렇게 기록하는 삶을 살며 늙어가고 싶다"고 환하게 웃는다. 

기초학력 강사로 활동 중인 심은실 씨도 지난 2020년 허윤정 작가의 수업을 계기로 생활기록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잘 기록한 오늘이 내일을 위한 탄탄한 거름이 될 거라고 믿으며 살고 있다. 모갈1호에서 '꽃같고 시같은 한순간'과 이인순 씨와 함께 서울 충무로 비움갤러리에서 '사진, 일기를 쓰다' 그룹전을 진행했다.

그는 "개인의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결국 이 기록물을 통해 내 개인의 삶이 내 주변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렇게 개인의 기록을 쌓다보면 결국 그 기록이 지역사회로 확장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부인 한은영 씨도 2020년 10월 '사진으로 쓰는 나의 이야기' 수업에 참여해 현재까지 자신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지난 7월 '꽃.숨'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찍었던 사진과 책들을 모아 전시회를 가졌다. 

그는 "처음에 전시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부담이 됐었는데 아주 사소한 나의 생활 기록이 다른 누군가와 경험을 공유하고,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늘도 이들은 느리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차곡차곡 생활 속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한편, '담아씀 포토앤북'은 올해 가을부터 핸드폰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보는 생활기록 기초과정과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할 예정이며 내년 5월 어머니를 주제로 한 그룹전을 열기 위해 기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모갈1호 2층에서 전시 중인 생활 기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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