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0대0 무승부' - 모든 게 최악이었던 전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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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0대0 무승부' - 모든 게 최악이었던 전남전
  • 김동환
  • 승인 2011.08.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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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20R 리뷰

▲ 인천은 김한섭(좌)과 정인환(우)을 투입시키며 수비진에 변화를 꾀했다(ⓒ UTD기자단 김유미)
 
꿈에서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골키퍼가 차낸 공은 맞바람에 부딪혀 하프라인을 넘지 못했고, 선수의 발을 떠난 공이 물살을 일으키는 장면은 마치 게임의 특수효과 화면 같았다.

7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전남 드래곤즈(이하 전남)와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의 20라운드 경기는 양 팀의 득점 없이 0대0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이 경기는 승패가 갈리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90분간 아무 탈 없이 경기가 진행된 점에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태풍 ‘무이파’ 상륙… 주도권은 누가?

인천을 출발할 때만 해도 날씨는 꽤 괜찮았다. 하지만 점점 광양으로 향할수록 하늘은 어두워졌고 도로변 나무는 바람에 이리저리 춤을 추기 시작했다. 순천에 다다르니 유리창에 하나둘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광양구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비가 쏟아지는 그라운드를 보니 지난 전북과의 홈경기가 문득 떠올랐다. 뿌옇게 된 시야 때문에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칠 수 없었던 그 날, 인천은 전북에 ‘2대6’ 대패를 당했다. 홈경기 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점을 하나도 살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니 이번 20라운드 경기도 전남이 100% 유리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인천은 승점 3점을 따기 위해 선수단 전체가 필승의지를 다짐한데다 전남은 주축 선수 몇몇이 ‘U-20’월드컵으로 인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씨가 이런 때일수록 누가 유연한 전술을 구사해서 먼저 주도권을 채느냐가 승패를 가르므로 결과 예측은 큰 의미가 없었다.

▲ 허정무의 선택… ‘포백 카드’

전남전에서 인천의 수비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지난 경남전에서 부상을 입어 약 3주간의 휴식 및 재활이 필요한 전재호를 대신해 대전에서 새로 영입한 김한섭이 선발로 나섰다. 김한섭은 인천에 오기 전까지 올 시즌 19경기에 출전해 꾸준한 활약을 보여 왔기 때문에 전남전 선발출전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정인환이 오랜만에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월에 부상을 당한 정인환은 그동안 경기에 뛸 수 없었다. 그를 대신해 장경진이 큰 활약을 해왔지만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어딘가 탐탁지 않은 모습이었다. 언제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으나 선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 정인환의 복귀는 너무나 간절했다. 다행히 리그가 지난 2주동안 휴식기를 가질 수 있었고, 경기에 투입되기만을 기다려온 정인환에게는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따라서 허정무 감독은 그를 선발로 내보내는데 전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거기에 그동안 꾸준한 활약을 보인 이윤표가 경고누적으로 20라운드에 결장하기 때문에 수비진 구축을 위해 정인환의 선발출전은 필수요건이었다.

허정무의 선택, 그것은 ‘장원석-배효성-정인환-김한섭’으로 이루어진 ‘포백카드’였다.

▲ 인천의 ‘이적생’들… 일단 합격점 받은 듯

전남전을 통해 인천에서 데뷔한 김한섭은 90분 동안 공수 양면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며 합격점을 받은 듯하다. 그는 이 날 오른쪽 수비로 나서 오른쪽 공격수로 출장한 한교원과 호흡을 맞추며 매서운 공격 전개를 펼쳤다. 더불어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는데 전남의 왼쪽 공격수로 나선 레이나와 자주 충돌하며 전남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던졌다.

또 다른 이적생인 엘리오도 전남을 상대로 무난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엘리오는 선발로 출장해 한교원과 함께 공격을 이끌며 전남의 수비를 계속해서 두드렸다. 그는 빗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브라질 선수 특유의 현란한 개인기를 보여주며 전남 선수들을 계속해서 당황하게 만들었다.

김한섭과 엘리오는 인천이 펼친 공격에서 상당한 부분에 기여 했다. 전반 23분, 엘리오가 전남의 측면을 돌파하며 올린 공을 이어받은 이재권은 왼쪽에서 들어오던 정혁에게 바로 연결했다. 순간적으로 정혁에게 일대일 찬스가 생겼지만 슈팅이 골대 정면으로 향하며 득점 기회가 무산되었다.

후반전에도 김한섭과 엘리오는 여러 번의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후반 8분, 김한섭이 전남의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엘리오의 헤딩패스로 이어졌고, 이재권이 이를 받아 다시 카파제에게 밀어주며 또 한 번의 결정적 찬스가 생겼다. 하지만, 카파제가 때린 슈팅이 이운재의 정면으로 향하면서 다시 한 번 득점 찬스가 깨지고 말았다.

한편, 이들보다 먼저 인천에 합류한 권정혁도 전남이 여러 차례 때린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내며 승점 1점을 가져오는데 큰 몫을 했다. 비 때문에 공을 잡기 어려웠던 탓인지 그는 주로 공을 쳐내는 데 집중하며 김명중, 신영준, 웨슬리 등 여러 공격수들의 슈팅을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엘리오와 김한섭의 활약에 대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입을 뗐다. 이어 “김한섭의 수비와 공격 가담 모두 만족스러웠다.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 날 데뷔전을 치른 엘리오에 대해서는 “유병수의 대체자로서 좋은 스트라이커의 자질을 가졌다.”며 앞으로의 활약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 정혁의 퇴장… 수적 열세를 잘 극복한 인천

인천은 전반 33분, 정혁이 퇴장을 당하며 뜻밖의 일을 마주하게 되고 말았다. 빗속의 거친 몸싸움으로 양 팀 선수들의 신경전이 과하게 이어지다가 그 불x이 정혁에게 튀고 만 것이다. 정혁은 인천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전남의 레이나를 향해 깊은 태클을 했다. 슬라이딩 거리가 길기는 했지만 경기 진행을 맡은 홍진호 주심은 정혁이 발을 높게 들었다고 판단한 듯 했다. 바로 휘슬을 불며 정혁에게 달려온 홍진호 주심은 먼저 다른 선수들을 물러서게 한 후, 정혁만 앞으로 불러내 레드카드를 꺼내며 즉각 퇴장을 지시했다.

인천 벤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코칭스태프는 일제히 대기심에게 격렬히 항의하기 시작했고, 정혁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전남에게는 뜻밖의 횡재였다. 수중전이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부족한 팀은 나머지 선수들에게 체력적 부담이 고스란히 가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부터 측면을 흔들며 공격을 퍼붓던 인천에게 전남은 이제 자신들이 뭔가를 보여줄 차례가 왔다며 경기 주도권을 잡기 위해 활발히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수적인 차이가 그리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인천은 안재곤을 투입하며 허리를 두텁게 했고, 카파제가 공격 진영과 미드필더 진영의 중간에서 적절히 경기 템포를 조절하며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급해진 것은 전남이었다. 분명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기였음에도 권정혁의 선방에 막혀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자 중거리슈팅을 때리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전남은 신영준과 윤석영을 앞세워 쉴 새 없이 골대를 향해 슛을 했지만 번번이 막히거나 골대를 벗어나기만 했다. 아마 이는 기상악화가 수적인 차이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수적 열세와 궂은 날씨를 극복하고 승점 1점을 캐낸 인천. 다만, 전남전에서 정혁이 퇴장을 당하면서 부산, 강원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점이 갈 길 바쁜 인천에게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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