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 물고기가 알을 적게 낳는 이유
상태바
어항 속 물고기가 알을 적게 낳는 이유
  • 최원영
  • 승인 2022.09.19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원영의 책갈피] 제70화

행복하게 살고 싶고 늘 기쁜 일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삶은 우리를 그렇게 놔두질 않습니다. 삶의 실체는 이렇게 비정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내가 겪는 고통이 고통으로만 끝나진 않습니다.

《긍정력 사전》(최규상)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 강이 흐르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 강을 건널 때는 모두 큰 돌덩이를 지고 건넌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돌이 무거울수록 거센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능하면 무거운 돌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이게 삶입니다. 돌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의 삶은 더욱더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그래도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겁니다. 아픔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사실에서 여러분 모두 지금의 힘겨움을 견디는 힘을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일화도 전하고 있습니다.

“그의 부인은 악처로 유명하다. 그녀는 그에게 매일 욕설을 하고 심지어 구타까지 했다. 동네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런 여자와 헤어지지 않나?’

그때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기수는 성질이 가장 사나운 말을 고르는 법이야. 그런 말을 길들여 탄다면 세상 어떤 말도 다 탈 수 있거든.’”

소크라테스는 매우 긍정적인 사람이었나 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나무가 쉽사리 죽지 않는 이유는 바람이 하루에 300번씩 흔들어주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뿌리들이 서로 끌어안기 때문에 더 튼튼해지고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비록 고통이 두려워서 피하고 싶다고 해도 피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것을 회피하는 순간 고통이 주는 선물까지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위안》(정호승)에 나오는 한 편의 글을 전해드립니다.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게 고통의 본질이다. 비를 피하려고 어느 집 처마 밑에 들어갔다고 해서 비가 오지 않는 건 아니다. 비가 오는 게 하늘의 본질이다. 하늘이 늘 푸르기만 하다면 그건 하늘의 본질이 상실된 거다. 고통이 없길 바라듯 하늘이 푸르게 개어 있기만 바라는 것은 아닐까. 지금 하늘이 맑게 개어 있다고 해도 언젠간 다시 바람이 불고 비가 올 텐데.

자연상태에 사는 금붕어와 어항 속 금붕어는 같을까. 자연상태의 금붕어는 1만여 개나 되는 알을 낳지만, 어항 속 금붕어는 3~4천 개밖에 낳지 못한다. 아무런 위험도 없이 적당한 온도와 먹이를 자연상태와 똑같이 공급받는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그건 어항이 고통이란 자연법칙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통을 수반한 삶이 자연의 삶이므로 어항 속 금붕어는 삶의 실재를 잃어버린 거다.

나는 지금 자연상태의 금붕어이길 원하는지 어항 속 금붕어를 원하는지 생각해본다. 비록 위협과 불안이란 고통이 있다고 해도 자연상태의 금붕어를 원한다. 고통이 있어야만 내 삶이 더 풍부해지니까.”

맞습니다. 어항 속 금붕어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는 채소와도 같습니다. 폭염이나 혹한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먹이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인이 다 해줄 테니까요. 그러나 어느 날, 비닐하우스가 파손되어버리면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생명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고통이 없는 평온한 삶은 언제 다가올지 모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풍전등화와도 같은 운명입니다.

이런 이유로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 사람들이 강을 건널 때 커다란 돌덩어리를 지고 건너는 것이겠지요. 무거운 돌일수록 거센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삶은 공짜가 없습니다. 너무나 무거워서 강을 건너기조차 힘들지만, 그 무거운 돌이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