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색채는 빛의 고통 때문에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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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색채는 빛의 고통 때문에 만들어진다
  • 최원영
  • 승인 2022.09.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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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71화

 

오늘은 두 권의 책 속에 담긴 지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위안》(정호승)이라는 책에 나온 글입니다.

“고통은 진정한 어머니다. 엄마는 생명을 선사하지만, 고통도 선사한다. 신도 같다. 신은 생명의 기쁨을 주지만 죽음의 슬픔도 준다. 고통 없이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

무통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기와 정상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엄마 젖을 빠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스웨덴 칼론린스카 연구소 과학자들에 따르면, 28명의 신생아를 씻긴 뒤 곧바로 산모의 가슴에 올려놓자, 진통제에 노출이 되지 않은 10명은 태어난 지 한 시간 만에 젖을 빨기 시작했지만, 산모가 진통제를 맞은, 나머지 8명의 아이는 더듬거리는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고, 절반은 2시간 30분이나 지나서야 젖을 물었다.

정상분만한 산모는 자궁이 수축하면서 젖샘을 자극하는 옥시토신 호르몬의 분비가 급증해 아이와의 친밀감을 곧장 끌어올리지만, 진통제에 노출된 아기들은 산모에 대한 반응도 늦고 옥시토신 수치도 떨어져서 엄마와의 유대감 형성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진통제를 원하는 산모의 마음을 지니고 살기보다 진통제를 원하지 않는 아기의 마음을 지니고 살겠다고 다짐한다. 고통 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이 왜 고통의 방법인지 이젠 알 듯하다.”

멋진 통찰입니다. 나비가 딱딱한 고치의 껍질을 뚫고 나오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와 하늘을 자유롭게 날 듯이, 우리의 삶도 고통이 필요한가 봅니다. 고통이라는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나야 만이 사랑도 성숙해질 테니까요.

맞습니다. 사랑에도 고통이라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있습니다. 오늘 전해드릴 두 번째 책은 앞의 책과 같은 저자인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입니다.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는 괴테의 이 한마디에 충격을 받았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빛에게 고통이 있다면 바로 어둠이라고 생각했으나, 빛의 고통은 오히려 아름다움이었다.

산과 바다가 산과 바다의 색깔을 내는 것이, 꽃과 노을이 꽃과 노을의 색깔을 내는 것이 모두 빛의 고통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당연히 주어지는 거라고만 여겼다. 고비사막의 높은 모래산의 그 고운 물결무늬가 빛의 고통이었다니!

그리고 나의 삶을 주도하는 고통이야말로 내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사랑이 시작되면 고통도 시작된다. 고통이 없으면 이미 사랑이 아니다.

여대생이 말했다.

‘사랑하면 너무 고통스러워 사랑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건 배고플 때 밥을 먹지 않고 배부르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다’라고 답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사랑을 해야 한다.

세상 모든 만물이 빛의 고통이 없으면 제 색깔을 낼 수 없듯이, 세상을 사는 우리도 고통이 없으면 인간으로의 삶을 살 수 없다.

만물이 색채를 지닌다는 것은 바로 고통의 빛이 있다는 증거이고, 내 삶에 고통이 있다는 것은 바로 내가 인간으로서 건강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자 증명이다.”

제가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는 괴테의 말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조금 알 듯합니다. 정성을 다해 키운 화초가 무럭무럭 자랐다는 사실, 성실하게 운동해서 건강한 몸이 되었다는 사실, 수백 번 넘어진 끝에 최고의 피겨 스케이터가 된 사실, 이 모든 것이 고통이 준 선물임을요.

우리 눈에 보이는 성공과 아름다움이나 수려함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고통의 산물이라는 가르침이 오늘의 힘겨움을 견뎌내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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