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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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의 삶
  • 송자
  • 승인 2022.10.0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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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송자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인문학 아카데미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가다 마침내 생을 마감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누구도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니 누구든 처음으로 태어나 처음 젊어지고 늙어져서 마침내 처음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어쩌다보니 나도 이 자리에 있습니다.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백세라는 나이가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치를 때였으니 그렇습니다.

어느덧 백세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주변에 퍼졌습니다. 백년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소통됩니다. ‘백 세주’가 시중에 유통됩니다. 백 세주를 마시면 백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부질없는 생각도 떠올랐습니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이런 생각을 할까. 그런데 백 세주를 마시면 오래 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술의 판매량을 늘이기 위해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상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들과 좋은 기분으로 함께 마신 일이 있습니다.

 

“이 술 먹고 모두들 백세까지 사는 거야.”

“백세 그 이상 살고 싶은 사람은?”

“그야 뭐, 천세 주, 만 세 주를 마시기로 하고.”

“욕심이 과하구만.”

 

집에 가면 재빨리 상표 등록 신청을 준비해야 할까봅니다.

대부분 오래 사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단 남 보기에 추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주위에는 아직 백세까지 살아본 사람이 없으니 직접 도움을 받아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이 백세를 향해 가는 사람들에게 좋을 것입니다. 학문적으로 나와 있는 정답은 모릅니다. 그저 저의 일상적인 경험에서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노년으로 접어들면서부터 내 활동 범위가 점차 줄어듭니다. 내가 알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갑니다. 점점 내 주위가 허전해집니다. 이제는 만나는 친구도 친지들도 드뭅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제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나는 요 며칠 백년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떠올린 일은 혼자 사는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별 연습도 필요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종래는 혼자 남겨지는 존재입니다.

잘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에게서 꼰대 소리는 듣지 않아야겠습니다. 안방 늙은이라는 말은 더더욱 싫습니다. 늙어간다고 생각까지 멈출 수는 없습니다. 두 손 두 발을 묶고 살 수는 없습니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젊은이 못지않은 활력을 되찾아야할까요. 가진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야 잘 늙는 것일까요. 좋기는 하지만 정답도 아닌 것 같습니다. 백세를 향해 앞서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눈여겨보기로 했습니다. 철학자 김형석, 세계 최장수 디자이너 노라노를 비롯하여 본보기가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긍정적인 삶입니다. 평화로운 마음의 소유자들입니다. 독특한 개성과 감각을 지닌 노인들입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합니다. 어떻게 할까. 어릴 때 장래 희망을 상상하듯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해야합니다. 늙었다고 희망까지 없지는 않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중요합니다. 유년이나 노년이나 다를 리 없습니다. 내가 살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변화와 성장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배우고, 봉사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김형석 교수를 예로 들어봅니다. 백세를 넘겼지만 건강유지를 위해 힘쓰고 독서와 강연을 하며 철학적인 삶을 이어갑니다.

“이 나이에 해서 뭘…….”

나는 이런 사람은 외면합니다. 잘 늙는다는 건 긍정적인 삶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성숙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늘 움직이고 배우고 겸손해야합니다.

나는 언제인가부터 백세를 향한 나의 작은 실천을 이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일기를 쓰는 대신에 잠자리에 들기 전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하느님과 어머니, 집안 식구들, 내가 아는 사람들을 향해 두 손을 모읍니다. 무엇이든 나와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건강유지를 위해 움직입니다. 향상의 문제는 다음입니다. 우선 해보는 겁니다. 결과는 다음입니다.

나는 아직 남들처럼 무엇인가 내세울만한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단지 보통사람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배움에 꾸준히 참여합니다.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몸이 찌뿌듯하고 저립니다. 마음이 어리바리 할 때가 있습니다. 가끔 어떻게 되는 거야 하다가도 부지런히 움직이면 나아지겠지, 늙어가는 과정이겠지 합니다. 나는 아직도 모든 게 진행임에 틀림없습니다.

늙어가기를 바랍니다. 아니 나는 늙어가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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