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이별의 아주 특별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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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이별의 아주 특별한 의미
  • 최원영
  • 승인 2022.10.1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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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73화

https://youtu.be/WvU7a4RLR30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일을 하면서 그 경험을 토대로 쓴 《인생 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에서 주옥같은 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몇 문장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아름다운 정원에 앉아 있다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그러나 고통 속에 있다면, 상실을 경험한다면, 그리고 그 고통을 아주 특별한 목적으로 당신에게 주려는 선물로 여긴다면 당신은 성장할 것이다.”

“이 세상이 학교라면, 상실과 이별은 그 학교의 주요 과목이다. 상실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시기에 우리를 보살펴 주는 사랑하는 이들, 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자각하기도 한다. 상실과 이별은 우리 가슴에 난 구멍이다. 하지만 그것은 타인들로부터 사랑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그들이 주는 사랑을 담아둘 수 있는 구멍이기도 하다.”

“상실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성장한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머리카락은 조금 빠지지만, 외모 못지않게 내면도 중요함을 깨닫는다. 퇴직하면 수입은 없어지지만,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 노년에 이르면 자식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베풀었던 사랑을 돌려받는다. 소유했던 것을 잃은 슬픔이 가시고 나면 좀 더 자유로워지고, 세상을 가볍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때로 관계가 끝났을 때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다. 그것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자신이 아닌, 홀로 있는 자신을 말한다.”

저자가 만난 환자들의 경험담을 들어보겠습니다.

“불화나 이혼, 또는 죽음 등으로 배우자를 잃은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슬픔과 아픔을 호소하곤 했을 때, 나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몰랐다. 이제 내 아내가 죽은 뒤 상실이 주는 고통이 무언지 알게 되었다. 이제 그들에게 가서 ‘미안해. 네가 그때 어떤 기분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하고 말하고 싶다. 나는 성숙해졌고 타인의 마음을 더 헤아릴 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상실의 아픔이 가르쳐주는 깨달음은 나의 아픔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안아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럴 때 ‘그’와 ‘나’는 하나가 됩니다. 깊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니까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주셨던 시계를 한 번도 풀어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저녁 모임을 갔다 와서 보니 시계가 없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이었다. ‘언젠가는 시계와도 이별할 거야.’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은 잠시 우리에게 맡겨진 것에 불과하다는 가르침을 다시 느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생각에 익숙해졌고, 필연적으로 일어난 상실에 적응이 되어갔다.

나는 시계에 집착하는 대신 아버지와 나를 연결해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언젠가는 나 역시 모든 것들과 작별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석 달 후. 침대 스탠드에 물을 쏟았다. 침대 너머에서 걸레질을 하던 중 시계를 발견했다. 시계는 다시 돌아왔지만, 우리가 소유한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모든 것과 작별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결국엔 자신의 내면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끝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아픈 작별을 통해 우리의 내면에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생길 것이란 말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해드린 <인생 수업>에 실린 주옥같은 글 중에서 몇 문장을 다시 한번 들려드리면서 오늘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세상이 학교라면, 상실과 이별은 그 학교의 주요 과목이다.”

“당신이 아름다운 정원에 앉아 있다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그러나 고통을 아주 특별한 목적으로 당신에게 주려는 선물로 여긴다면 당신은 성장할 것이다.”

“상실과 이별은 우리 가슴에 난 구멍이다. 하지만 그것은 타인들로부터 사랑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그들이 주는 사랑을 담아둘 수 있는 구멍이기도 하다.”

“나는 고통을 통해 성숙해졌고 타인의 마음을 더 헤아릴 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은 잠시 우리에게 맡겨진 것에 불과하다.”

“언젠가는 나 역시도 모든 것들과 작별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모든 것과 작별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결국엔 자신의 내면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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