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원시티와 검단신도시 등 신도시가 밀집한 인천 서구에서 아파트 분양권 가격이 분양가 수준으로 떨어진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부동산 광풍으로 한때 억대 웃돈까지 붙었지만 올해 들어 부동산 침체가 심화되면서 거품이 대부분 빠지고 거래마저 끊긴 상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구 백석동에 들어서는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1단지’ 전용면적 59.85㎡ 분양권이 4억400만원에 급매로 나왔다.

최초 등록가 보다 4,000만원을 내린 가격이자 분양가 대비 웃돈이 붙지 않은 이른바 ‘무피(무 프리미엄)’ 매물이다.

해당 평형대에는 피(프리미엄)가 500만~1,000만원에 불과한 사실상 무피에 가까운 매물도 상당수 올라와 있다.

서구 한들도시개발사업구역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40층, 25개 동, 총 4,805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다.

2020년 6월 1순위 청약에서 8만4,730개의 청약통장이 몰려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던 곳이었다.

지역 내 다른 신도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에 공급하는 ‘포레나루원시티’ 전용 76.72㎡ 분양권도 3억9,660만원에 초급매 무피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아파트 역시 1,128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2019년 청약 당시 평균 20.27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전 타입이 1순위 청약 마감한 곳이었다.

해당 평형대는 피가 2억원 가까이 붙기도 했지만 현재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급매나 피가 없는 수준의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구 검단신도시에 있는 ‘신안인스빌어반퍼스트’ 전용 84.73㎡는 4억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이 아파트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3억8,820만~4억1,320만원 수준이다.

해당 면적은 일부 매물이 5억원이 넘는 가격에 올라왔으나 이를 찾는 매수자는 없다는 게 지역 공인중개업소의 얘기다.

검단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이자가 치솟는 상황에서 물량도 계속 쌓이고 있다"며 "집주인이 호가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구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구 아파트값은 최근 0.47% 내려 지역 내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인천 전체 아파트값 하락률(-0.41%)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자 5주 연속 하락폭을 확대한 것이다.

매수 문의가 희박한 상황에서 루원시티와 검단신도시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급매물 위주의 하락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원의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입주·분양 물량이 대거 몰려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구 입주·입주예정 물량은 1만9,606가구다. 지난해 8,876가구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1만7,313가구가 예정돼 있고, 2024년 4,357가구, 2025년 9,809가구로 입주 폭탄이 계속된다.

최근 5년간 인천에는 아파트 15만1,121가구가 분양된 가운데 서구에서만 5만7,700가구가 신규 공급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로 접어든 가운데 인천은 분양·입주 물량이 이어지는 오는 2024년까지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