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다 - 치명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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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다 - 치명타 작가
  • 박이슬
  • 승인 2022.10.3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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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6)
[인터뷰] 당신은 몰랐던 인천 작가(1) - 치명타
글 = 박이슬 / 임시공간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인천in은 9월부터 11월까지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를 주제로 인천 문화예술 청년 8명의 인터뷰, 기고, 기사, 리뷰 등 다양한 글들을 싣습니다. 청년의 눈으로 인천문화의 현재, 가치, 정체성, 발전방향 등에 대해 알아보고 제언합니다.

 

치명타 작가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드로잉, 영상, 회화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 치명타이고요. 소수자 담론, 사회 시스템 구조와 그 구조가 작동하면서 누락되는 것, 망각되는 것, 고의적으로 탈락시키는 것을 추적하고 기록하고 드러내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인천이라는 지역과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인천은 제가 전혀 살아본 적도 학교도 다닌 적도 없는, 완전히 생뚱맞은 지역이었어요. 2013년 인천 부평 갈산동의 콜트-콜텍 기타해고 노동자 농성장과 연대하기 시작하면서 인천에 처음 오게 되었고요. 그다음에 2016년 전후로 인천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활동가, 작가 등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천에 많이 오고가게 되었고, 거주지로서의 공간이라기보다는 활동하는 지역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2018년에 독립을 하게 되면서 주안으로 이사를 오고, 그렇게 지금까지 인천에 살게 되었어요.

 Under the Paper Installation, Post Territory Ujeongguk, 2022 ⓒ사진 안부
 Under the Paper Installation, Post Territory Ujeongguk, 2022 ⓒ사진 안부

 

올해 8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탈영역우정국에서 열린 개인전 종이 아래 Under the Paper(2022)에 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종이 아래(2022)는 작년 임시공간에서 진행했던 개인전 재난도감(2021)과 같은 궤를 잇는 시리즈 작업인데요. 재난도감은 도감 형식을 차용한 드로잉으로, 재난에서 가장 먼저 스러지는 소수자의 일상을 만화 형식으로 풀어낸 개인전이었어요. 종이 아래는 작업의 주제 의식은 동일하게 가지고 가되, 매체적인 부분에서 회화, 그다음에 색채를 쓰는 방향으로 발전시켰고 사이즈도 조금 키웠어요. 주제 의식도 소수자 담론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루었고요. 텍스트를 이용한 직접적인 방법보다는 관객이 상상하면서 다른 식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는, 그래서 관객과 작품 사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그런 드로잉을 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작년 임시공간에서 열렸던 개인전 재난도감 Disaster Drawing(2021)의 연장선에서 기획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재난도감에서 작가님이 보여주신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 사회에 드러난 불평등과 이에 대한 작가적 문제의식이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확장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재난도감의 경우는 도감그리고 카툰형식의 드로잉을 했기 때문에 개별적인 에피소드를 다루는 식으로 작업을 주로 했어요. 거기에 텍스트도 들어가다 보니 어떤 구체적인 사례를 현장에 그림에 담아서 나열하는 방식으로 그게 이렇게 모이면 도감처럼 하나의 시리즈가 완성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는데요.

물론 종이 아래도 비슷한 방식이긴 하지만 여러 사건들이 어떻게 교차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의 작품에 하나의 에피소드가 실리는 건 동일한 방식이지만, 그림들이 다 같이 모였을 때 교차되는 지점을 관객들이 알아봐주길, 그리고 텍스트나 직접적인 은유를 피해서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싶었어요. 작가의 의도와 다른 해석이어도 괜찮으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두는거죠. 재난도감은 저의 기질 자체가 작품의 메시지를 담아낼 때 항상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는데, 종이 아래는 덜 직접적인 방식을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재난도감전시가 선언 혹은 권유와 닮아있었다면, 종이 아래전시는 그저 우리 둘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툭던져놓는 방식인거죠.

〈79.5%‧1,560,000원‧7일‧10시간‧6배〉, 2022, 종이 판넬 위에 아크릴 수채 콩테, 각 90×40cm ⓒ사진 안부)
〈79.5%‧1,560,000원‧7일‧10시간‧6배〉, 2022, 종이 판넬 위에 아크릴 수채 콩테, 각 90×40cm ⓒ사진 안부
작업중인 치명타 작가
작업중인 치명타 작가

 

전시 평면도에 적힌 작품명 〈79.5%‧1,560,000원‧7일‧10시간‧6배〉(2022)에서 드러나는 구체적인 숫자, 〈종이 아래〉(2022)의 아래 적힌 그림에 담긴 자세한 정보에서, 발을 딛고 선 현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작업에 들어가기 전 리서치 과정과 그 이후 종이에 담아내는 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저의 관심사가 인권과 소수자 운동에 있어서 이에 관한 활동 단체, 언론 기사는 일상에서 접하고 있고요. 작품을 하게 되면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심화해서 표현을 해야 되니까, 구체적인 주제를 정하고 나면 그것과 관련된 리서치를 시작해요. 주로 인권 단체에서 발행하는 글, 칼럼, 기자회견, 보고서를 봅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단체에서 낸 보고서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 보고서 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존재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어떤 식의 피해를 입고, 그게 어떻게 구체화 되고 또 대응을 어떻게 미흡하게 했는지, 그래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이 세세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그런 자료를 중심으로 보았습니다.

그다음에 구체적인 사례를 알기 위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는 메이저 언론의 신문 기사를 조사했어요. 왜 메이저 언론이냐면, 그 언론에서 말하는 어투와 어조를 확인하려고 하는 거예요. ‘보통의 사회가 이것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가.’ 저에게는 이 질문이 굉장히 중요해서요.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문제로 보이는 사건도 기사화될 때는 그렇지 않거든요. 사실을 그저 나열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거나 건조해요. 그래서 그런 것도 일부러 많이 찾아보며 댓글을 볼 때도 있어요. 저의 인식과 그 일에 관심 없는 사람의 인식이 너무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런 건 감안하죠. 그 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구태여 본인의 시간을 내어서 작성하니까요. 그래서 ‘이게 전부는 아니다’라는 생각은 언제나 갖고 있어요.

이런 방법으로 다양한 자료를 아카이빙 한 다음에 세부적인 분류를 정해요. 가령 ‘소수자성’으로 묶으면 이주민, 장애인, 난민, 여성, 성소수자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해서 리서치한 글을 하나씩 매듭을 지어 놓는거죠. 그중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랑 맞닿는 글이 있으면 그걸 토대로 그려요. 사실 TV도 되게 많이 봐요. 일부러. 다른 작품에서는 어떻게 언급하고 있는지도 보고. 그런 식으로 리서치를 합니다.

 

실재적으로 감각한 사건과 문제들을 미술의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한 생각과 고민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해답이 있으면서도 항상 고민되는 지점이죠. 머리로는 답을 알고 있지만 작업하면서 괴로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전시 《종이 아래》를 준비하면서도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 이유는 저는 제 집이 있고, 화장실이 있고, 자본이 있기 때문에 제가 코로나에 걸려도 저는 죽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장애여성공감’에 진희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정치적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사실 이 모든 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기보다 우리가 연결되고 교차되는 지점에서는 같은 존재거든요. 그래서 ‘우리’라는 감각, 그 감각을 계속 상기하면서 순간순간 괴롭거나 어려운 감정이 들 때마다 컨트롤을 합니다.

저는 주변에 활동가 동료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당사자를 직접 만나고, 운동을 만들어 나가고, 실제 목소리를 내고, 균열을 일으키는 존재이기 때문에 저도 제 작업으로 그런 비슷한 역할은 하지만 속도감과 드러나는 지층이 달라요. 옆에서 보다 보면 ‘그림’이라는 도구가 느리게 가요. 굉장히 느리면서 이게 어느 날은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을까?’ 이런 무기력감도 들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고 있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소중한 기록이 운동이나 활동으로도 남지만 다른 방식의 결과물로도 남으면 그게 더 풍성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낼 거라 믿거든요. 그런 이상적인 생각을 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중 유경근님이 영화제 GV 게스트로 오셨을 때 제가 관객석에서 이런 질문을 드렸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고, 참사 피해자와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당사자가 아님에도 그리는 것이 이걸 대상화하는 건 아닌지 이런 고민이 많이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 분이 해주신 답은, 완성된 작품 자체의 부족함이나 만족감은 예술가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우리는 많이 얘기해주면 좋다’고 하셨어요. “지속적으로 누군가가 우리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 한마디가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창작을 하면 자기검열에 계속 빠지는데, 그거는 우리가 아는 만큼 표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실수를 했다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 나아가면 되는 거니까요. 변화해서 나아가면 되는 거잖아요. 투쟁하는 당사자들도 그렇잖아요. 어떻게 그 사람들이 항상 완전무결하겠어요. 그림 그리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런 시행착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예술가로서 바라보는 인천이라는 지역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제가 인천에 4년 정도 살았죠. 길지 않은 기간 살아 보니까 ‘뭔가가 없으면서 있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뭐가 없냐면, 당장 작업을 하려고 그러는데 화방이 없어요. 작업 재료를 살 때 비교 견적을 낼 수 있는 선택지가 적고, 책을 사서 보려고 해도 해당 분야의 전문 서점이 없어서 약간 서울에 편승한 느낌이 들죠. 시립미술관도 아직 없네요.

하지만 뭔가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제가 인천아트아카이브 사업을 같이 해보니까 뭔가가 많아요. 사라졌지만 의미 있는 시도는 계속 있어왔고요. 인천에서 활동하는 기획자, 작가 중에 유의미한 맥락을 만들어내는 분들도 많아요. 이렇게 산재되어있는 아카이브를 정리, 보관하고 기억해 줄 중심점이 부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으로는, 우선 올 겨울에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전시를 합니다. 그리고 기회를 잡을 수 있으면 매해 개인전을 하려고 하는데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페인팅을 다시 잡아봤으니까 지속적으로 하면서, 요새는 팟캐스트에 꽂혀 있어요. 음성 언어로 구현되는 것에 대한 워크숍도 들어보고 있고요. 스스로 재밌게 할 수 있는 매체나 주제 의식이 생기면 그걸로 작업을 새롭게 이어나갈 것 같습니다.

 

치명타 개인전 《종이 아래 Under the Paper》

기간: 2022년 8월 4일 - 8월 21일

장소: 탈영역우정국 1층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20길 42)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탈영역우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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