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율동, 가슴 뻐근한 인천 뮤지컬 《올 더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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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율동, 가슴 뻐근한 인천 뮤지컬 《올 더 웨이》
  • 허회숙 객원기자
  • 승인 2022.11.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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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뮤직 드라마 《올 더 웨이》(All the way)

 

지난 11월 12일(토) 오후 4시30분, 오랫만에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 들어선다.

제일 먼저 입구 왼쪽에 있는 푸른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인공의 빛으로 만든 스마트 정원이 이렇게 신선하다니~

정원 속으로 걸어 들어가 의자에 앉아 쉬고 싶어진다.

객석의 불이 꺼지자 뱃고동 소리에 이어 〈연안부두〉가 울려 퍼지면서 배가 도착한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 이별하는 사람 등...

이곳은 눈부신 생의 바다를 지나 모든 만남과 이별이 있는 곳, 1950년대 인천항이다. 무대의 배경은 인천항의 관문인 신포동이다.

담배 가게, 건어물 상회, 왕서방네 짜장면집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일제의 혹독한 시련기를 거쳐 해방 후의 정치적 혼란과 가난,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평범한 하루를 사는 민초들. 그 젊은이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나름의 삶들을 엮어나간다. 일과 사랑과 보람을 위하여 하찮은 일에 부대끼고 울고 웃으며 사는 인천항의 사람 사는 모습들이 정겹게 펼쳐진다.

뮤직드라마 올 더 웨이 (ALL THE WAY)는 담배가게 집 딸 연숙과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쫒는 대수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기다림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며 전개된다.

연숙을 짝사랑하며 대수와 우정을 이어가는 인범, 이모, 기생, 왕서방 등이 연안부두를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6.25 동란, 88 올림픽까지 인천에서의 삶의 애환을 이어간다.

그 30년 세월이 역사의 강물이 되어 흐르는 동안, 서민들의 사랑과 이별과 만남이 현란한 춤과 20여곡의 친숙한 노래와 함께 펼쳐져 관객을 몰입시킨다.

〈연안부두〉를 시작으로 〈올 더 웨이〉 〈나는 열일곱살이예요〉 〈이별의 인천항〉 〈봄 날은 간다〉 〈푸르른 날〉 등이 세련된 편곡으로 신나게 흘러나올 때마다 객석에서도 노래와 박수가 터져 나온다.

출연 배우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신나는 율동에 맞추어 박수를 치다 보니 어느새 중간 휴식 시간이 된다.

관객들 사이에서 “아 재미있어” “ 참 잘하네”하는 만족스런 목소리들이 들린다.

제작진은 단순한 줄거리와 친숙한 대중가요를 현란한 춤으로 엮어내 신나고, 코끝 찡하고, 가슴 뻐근한 뮤지컬로 인천시민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무대를 따라 객석에서도 함께 노래하고 박수치며 하나가 되게 한 《올 더 웨이》는 신선하고도 재미가 있었다. 특별히 옛 인천 사람들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와 추억에 잠기게 한다. 

《올 더 웨이》는 인천문화예술회관, 서구문화회관, 부평아트센터, 남동소래아트홀 등 인천의 4개 문화예술회관과 전문예술단체 극단 십년후가 힘을 모아 만들어 낸 수작이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는 송창식의 〈푸르른 날〉을 흥얼거리며 밖으로 나오니 가을 비 답지 않은 폭우가 쏟아진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앞길에서부터 노랗게 쌓인 은행잎들이 하수구를 막아 빗물이 순식간에 발목에 차오른다. 버스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데, 버스를 타려고 해도 물이 콸콸 솟구쳐 흐르는 차도로 내려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빈 택시 한대 잡을 수 없어 30여 분을 걸어 집으로 향했다.

깜깜한 밤에 폭우에 온 몸이 쫄딱 젖고 차는 잡을 수도 없어 걸으면서도 입에서는 여전히 친숙한 노랫가락이 흥얼거려진다. 이 또한 《올 더 웨이》를 관람한 어느 가을밤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리라.

우리 인천의 꿈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는 이런 뮤지컬이 앞으로도 많이 기획, 공연되기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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