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사회적 기업, "도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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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사회적 기업, "도움 절실하다"
  • 이병기
  • 승인 2010.02.2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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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조례 제정했지만 갈 길 멀어


인천시청 민원실에 설치된 장애인 생산품 사회적 기업 진열대

취재: 이병기 기자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은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에 대한 복지국가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6년 정부에서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고 이듬해부터 정부의 지원 정책이 시행되면서 사회적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2009년 11월말 기준 노동부에서 인증해 지원을 받는 사회적 기업은 전국 268곳, 인천은 14곳이 포함돼 있다. 이와 별도로 노동부에서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지역에서 예비 사회적 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은 143개 정도다.

작년 말 열린 '인천 사회적 기업과 사회복지분야와의 연계 활성화 방안' 사회복지정책포럼에 따르면 인천의 사회적 기업의 특징은 법적 지위 측면에서 주로 비영리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적인 사회적 기업이 시장 활동을 위해 상법상 회사 지위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 인천의 많은 사회적 기업이 취업 취약계층, 저소득층, 장애인 등을 위한 노동통합적 목적을 추구하는 편이며, 일부는 농촌지역 재생과 친환경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들이 영업활동과 자원동원 면에서 취약한 실정이다. 전국 51개 사회적기업의 영업활동 매출액이 평균 8억7000만원인데 비해, 인천지역의 사회적 기업은 5억9000만원 정도. 또한 다양한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지만, 정부 일자리 사업에 의한 보조금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병조 경인지방노동청 기획총괄과장은 "비영리 단체의 경우 정부 보조금의 지원 의존도가 높아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 마인드 부족으로 지원금 대비 매출액이 30% 정도로 재정 자립도가 저조한 실정이다"라며 "근로자의 출·퇴근 등 복무관리가 미흡하거나 지원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하는 등 기관의 자체 역량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재정난이 가장 힘들어


출처: 2009년 제2차 사회복지정책포럼 '인천 사회적기업과
사회복지분야와의 연계 활성화 방안' 中 조민호 인천 사회적기업네트워크 대표 토론자료

지난 2월18일 발간된 '2009년 인천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 자료집'에서도 인천의 사회적 기업들은 재정과 지역 네트워크의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양구청과 부평구청에 보수유지업체를 통해 카트리지를 납품하는 '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카트리지사업단'은 운영상 어려운 점으로 "현 공장은 개인소유자의 임대로 복지시설(에어콘, 온풍기, 샤워실)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어 시(구)유지를 임대용으로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의 사회적 기업 중 수입이 가장 많은 사회복지법인 손과손(핸인핸)은 2007년 노동부의 인증을 받아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

핸인핸은 장애인들의 생산성이 비장애인에 비해 낮기 때문에 매출액보다 매출원가, 또는 판매관리비의 비중이 높아 영업이익이 아닌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손실에 대한 부분을 영업외 이익으로 보충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핸인핸의 경우 매출이 20억원이 넘지만, 당기순이익은 1000만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미가엘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옹기종기네트워크'는 2005년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시작됐다. 당시 복지관 이용자들로부터 방과후 공부방 사업에 대한 욕구가 있어 인력 및 자원에 대한 확보방안을 모색하던 중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로 공부방이 필요한 지역에 설치하고 운영하는 '아동지도사파견사업'으로 인건비를 지원받게 됐다. 이후 2008년 현재 이름으로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옹기종기네트워크 사회적 기업 운영의 어려운 점으로 열악한 재정구조와 참여자들의 비전공유를 예로 들었다.

옹기종기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은 시장경제적 논리에서 상충되는 사회서비스와 수익창출이라는 2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사회적기업육성법으로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아닌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실적으로 그 수준이 미비하며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일자리지원사업으로 지원되는 인건비를 보조받아 그나마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일반기업도 살아남기 어려운 현대의 경제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며 "정부는 사회적 기업에 직접적인 인건비 지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기업 운영 어려움의 또 다른 이유로 참여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지적됐다. 사회적 기업의 재정구조가 불안정하다 보니 참여자들 역시 불안감을 느끼고, 기업에 대한 애착심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일부 시민들은 '잠깐 일하다 떠날 자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의 발전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에 옹기종기 네트워크 측은 "자신의 일자리에 대한 믿음과 참여자들이 하나의 기업 안에 비전을 공유하고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영농인들의 영농 대행과 지역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 사업을 진행하는 콩세알나눔센터는 "민간단체로 운영돼 경영미숙, 자본금 부족, 마케팅과 홍부 미흡 등의 항시적인 어려움이 있으며 위생설비(HACCP, GAP)를 갖추지 못해 급식 시장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자활물류는 취약계층의 고용창출과 지역 내 주거취약계층에게 지원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운영된다. 한국자활물류는 "경기침체로 인한 판매저조로 재정적 압박과 시장확보의 어려움"을 운영상 개선점으로 꼽았다.

'사회적 기업 지원 조례', 갈 길 멀다

인천시는 지역의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초 '사회적 기업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이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3~14번째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이 조례에 따르면 시는 사회적 기업과 예비 사회적 기업(노동부 미인증 기업)의 설립 및 육성을 심의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육성지원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위원회는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짜여질 전망이다.

위원들은 시 관계부서 실·국장, 관계 행정기관 공무원, 기업인, 사회적 기업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시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하게 된다. 위원회를 구성하면 사회적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 육성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시에서 직접 사회적 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조례상 근거가 없었지만, 향후에는 재정지원을 비롯해 시설비나 공유지 임대, 경영지원 등이 가능하게 된다.

이현경 인천시청 고용정책과 사회적 기업 담당은 "이번 조례의 큰 의의는 사회적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며 "올 3월 내로 육성지원위원회를 구성해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 예산을 무조건 퍼주기보단 미래적인 시각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어져야 한다"며 "인천에 중소기업들이 많은 편이지만, 사회적 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적 기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협약을 추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사회적 기업 관계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인천사회적기업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조례가 통과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구체화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지역의 네트워크 연계 등 시의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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