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평생건강은 '산후조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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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평생건강은 '산후조리'부터
  • 이성은
  • 승인 2011.08.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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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이성은 경인여대 교수 / 간호과


한 산후조리원 모습

여성은 출산을 통해 또 다른 여성으로 태어난다. 출산의 흥분과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본격적으로 모성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빨리 몸을 추슬러야 한다. 엄마로서 아이를 양육하는 경험은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커다란 신체적, 정신적 노력,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두 아이를 출산하면서 매번 산후 수개월간을 수면부족과 피로감에 시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출산 전에는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지만, 산후 아기를 키우고 모유수유를 하면서 늘 피곤했다. 면역력 저하로 인한 대상포진, 그리고 디스크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많은 여성들은 출산 후 빠른 회복을 위하여 임신기부터 산후조리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한다. ‘출산은 문화다’라는 말이 있듯이 출산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 생리적인 현상이기 전에 다양한 나라와 지역, 그리고 민족에 따라서 특별하고도 고유한 생활방식을 표출한다. 서구여성들이 출산 직후 샤워를 하고 차가운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또 조깅이나 수영을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건강에 커다란 해가 될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산후조리’라는 고유한 출산문화가 있다.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고질병으로 고생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대부분 여성들이 산후건강관리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또 관습적으로 건강을 추구하는 방식을 따른다. ‘산후풍’에 걸려 건강을 망쳤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흔히 들린다. 또한 건강이 좋지 않은 연세 드신 여성분들의 경우 과거 잘못된 산후조리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 것을 보면, 출산 후 건강관리는 여성의 일생에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예전에는 친정어머니가 산후조리를 해주시기도 했지만, 요즘은 이도 다양화되고 상품화되어 차등화되고 있다. 핵가족 시대에 가족의 도움을 얻지 못하는 산모들은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산후조리원 서비스를 기대하거나 또 가정에서 소위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찾기도 한다. 산후조리에 대한 산모들의 기대감도 점차 변화하여 요즘 대중매체 기사거리를 보면 ‘명품 산후조리원’이라는 말도 종종 등장한다. 이를 보면 산후조리에 대한 기대도 단순한 건강관리 차원을 넘어 서비스를 통해 대접받고 싶은 산모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산후조리에 대한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특화된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산모 건강회복을 돕는 일이다. 산모의 건강은 신생아 건강의 선결요건이기 때문이다. 마치 ‘백미터 달리기’의 반복에 비유되는 출산을 산고를 통해 몹시 지친 산모의 신체적 안정과 휴식을 돕는 일, 그리고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도록 하고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관리가 중요하다. 또한 임신기를 거쳐 여러 영양소가 결핍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충분히 체력을 보강하는 것은 아이 평생건강의 밑받침이 되는 모유수유를 지속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물론 우리나라 여성의 체질과 생활방식도 예전에 비해서는 점차 서구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조건적으로 전통적인 산후조리의 구체적인 방법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조상들이 슬기롭게 지켜왔던 산후조리의 원칙은 예나 지금이나 산후회복에 근본이다.

막연히 알고 있는 산후조리의 6가지 기본원리(유은광, 1993)는 ‘몸을 따뜻하게’, ‘충분히 쉬기’, ‘잘 먹기’, ‘무리하게 힘쓰지 않기’, ‘청결 유지’, ‘정성껏 돌보기’ 로 주로 산모건강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중 몇 가지 원리는 오늘날 상황에서도 매우 중요해 살펴보고자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찬 것을 피함’은 음양이론에 기초한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 여러 겹옷을 껴입고 과도하게 억지로 땀을 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위생을 위협하고 산모의 붓기를 심하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산모와 아기가 같이 있는 경우 체온조절 능력이 낮은 신생아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에어컨 바람이나 차가운 물을 피하는 것은 산모의 기운을 북돋으며 출산 동안 느슨해진 신체회복을 도울 수 있다. 섭씨 25~26도로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적당히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충분히 쉬기’는 말 그대로 정신적, 신체적 휴식을 의미한다. 산후 여성은 출산의 기쁨과 흥분에만 빠져있을 수 없다. 특히 요즘같이 맞벌이하는 여성의 경우 산후는 결코 마음 편한 휴식의 기간은 아니다. 남편과 가족의 도움, 그리고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임신기부터 미리미리 양육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신체적으로 충분히 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휴식은 아니다. 간혹 거의 아무런 활동 없이 과도한 영양을 섭취하면서 쉬는 것을 ‘산후조리’라 오해하는 경우, 산후 과도한 체중 증가로 이어져 여성건강에 또 다른 위협이 되기도 한다. 가벼운 개인위생이나 아이를 돌보는 일은 오히려 산모 회복에 도움을 주므로 조금씩 늘려가는 게 필요하다. 모유수유를 하는 여성은 밤잠을 설치기 쉬운데, 틈틈이 쉴 수 있도록 배려하여 출산동안 긴장감으로 인한 몸과 관절의 무리를 피하도록 하는 게 좋다.

‘잘 먹기’ 또한 적절한 영양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산후 영양요구량은 모유수유 여부에 따라서 달라진다. 따뜻하고 소화기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음식의 섭취가 중요하다. 미역국은 혈액순환 증진과 변비예방, 유즙생성 등에 지금도 탁월한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임신기부터 모유수유를 위하여 어느 정도 피하지방 축척이 있으므로 음식의 양보다는 질, 즉 영양소 관리가 중요하다. 지나친 고영양은 여성비만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힘쓰지 않기’는 말 그대로 회복 전에 몸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금하라는 뜻이다. 특히 요즘 젊은 여성들은 컴퓨터와 휴대폰이 필수품이어서 걱정스럽다. 필자도 산후에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업무로 컴퓨터 앞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산후기간은 평상시와는 달라 눈의 긴장과 피로가 심해지고 허리통증 등으로 한동안 고생하고 몹시 후회했던 적이 있다. 모유수유를 하는 산모인 경우 어깨나 목 관절 무리로 병원신세를 지는 경우를 수차례 보았으니, 일상에 좋은 자세를 유지하고 가벼운 체조로 올바른 신체선열을 유지하는 게 도움을 준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출산한 여성도 그 대접을 받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산후조리를 하는 장소나 비용이 아니다. 우리 조상의 지혜를 현대에 맞게 잘 받아들이는 ‘산후조리’야 말로 명품 산후조리가 아닐까 한다. 또한 아이 건강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모성의 산후건강은 여성건강의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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