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과 음악이 만나 특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두 예술가가 전시공간에서 만났다. 유림 사진작가와 지효 연주가가 이색 전시회를 연다.
두 사람은 지난 8월에 처음 만났다.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의 ‘2022 서로예술인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이후 3개월동안 서로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공존’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공동작업을 쌓아갔다.
그 결과물을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제물포갤러리 제3예술공간에 풀어놓는다.
유림 작가는 그동안 재개발 현장을 담은 ‘사라진 마을’에 대한 기록에 집중해왔다. 과거의 이야기인 만큼 흑백사진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이번엔 관점이 확 바뀌었습니다. 현존하는 공간이야기 입니다. 사람이 없는 공간이지만 그곳에 식물들이 뿌리내려 온기와 생동감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폐공간이 흉물스럽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초록의 활물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폐교와 폐교회, 비어있는 상가건물에 살아있는 초록의 식물을 더했다. 온기가 더해진 공간에서 가야금을 연주, 이를 영상에 담았다. 곡은 지효 연주가가 작곡한 ‘낙화난상지’다.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에 매달릴 수 없다는 뜻의 곡입니다. 유림작가의 시선을 맞춘 곳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오랜 공상의 시간을 갖다보니 새로운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가야금과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효 연주가가 곡의 의미를 짚는다.
완성된 영상은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타이틀을 ‘창문을 마주보며’로 정했다. 실제로 작품 곳곳에서 창문을 마주볼 수 있다. 그 앞에는 초록의 식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그 답은 관람자의 몫 아닐까요.” 두 예술가가 한목소리로 건네는 초대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