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언제쯤 이겨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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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언제쯤 이겨보나"
  • 김동환
  • 승인 2011.08.23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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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22라운드 리뷰

[이렇게 뛰는데 왜…] 인천은 정규리그 10경기 동안 승점 3점을 얻는데 실패했다 (ⓒ UTD기자단 남궁경상)
 
이기는 법을 잊어버린 것일까? 오늘도 승리는 남의 팀 이야기가 됐다. 리그 최하위 강원을 홈에서 맞이한 인천은 90분 내내 쉴 새 없는 공격을 펼쳤지만 0대0 무승부를 거두고 말았다. 이쯤 되면 팬들도 화가 나는 건 당연했다.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에 울려 퍼진 것은 승리의 메아리가 아닌 팬들의 화난 목소리뿐이었다.

▲ 9경기째 무승 … 강원전이 열쇠

인천은 수원전(5월29일) 승리 이후로 강원전을 치르기 전까지 정규리그에서 9경기를 하는 동안 이기지 못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마지막 승리를 거둔지 3달이 다 됐다. 답답한 날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인천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 남은 홈경기 중에 비교적 분위기가 어수선한 강원, 대전, 서울과의 경기가 끼었기 때문이다. ‘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서울과 대전이 분위기를 추스르는 듯 하지만 강원전을 통해 인천은 선수단 분위기를 바꿀 가능성이 여전히 있었다.

팬들도 은근히 기대를 걸만했다. 상대는 ‘최하위’ 강원이었으니까 말이다. 제 아무리 그들이 공격을 펼친다고 해도 올 시즌 리그 6골에 그친 강원의 공격진에 위협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분위기 전환으로 가는 열쇠’. 강원전은 이 한마디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 … 1승에 목마른 두 팀

‘최하위’ 강원과 ‘최다 무승부’ 인천, 누구하나 승리에 목마르지 않은 팀이 없었다. 팀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는 말은 필요 없었다. 단지 1승이 필요할 뿐이었다. 1승이면 족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모두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 주축 선수 빈 틈 메우기 … ‘아직은 부족한’ 신인들

전재호도 없다. 정혁도 없고 김재웅도 없다. 정혁은 지난 전남전에서 받은 즉각 퇴장으로 강원전에 뛸 수 없었다. 김재웅은 경고누적으로 빠졌다. 전재호는 부상에서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 투입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인천은 뒤에서 받쳐줄 선수 없이 강원전에 나설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대신하기 위해 허정무 감독은 지경득과 조범석 카드를 뽑아들었다. 지경득은 엘리오, 카파제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고, 조범석은 이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위치에 섰다.

오른쪽 공격수로 나선 지경득은 김한섭과 조금씩 호흡을 맞추며 강원의 측면 공략에 집중했다. 뒤에서 자신을 받쳐주는 조범석과의 패스도 원활했고, 이재권-바이야로 이어지는 중원에서의 패스연결에서도 리듬을 타며 강원을 압박해 나갔다. 전반 18분, 지경득은 김한섭으로 공을 내줬다가 받는 2대1 패스를 선보이며 카파제까지 공을 연결시켰다. 이를 이어받은 카파제가 크로스 했으나 강원에 차단당하면서 좋은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한 구석이 있었다고 생각했는지 허정무 감독은 전반 32분에 한교원을 투입하고 지경득을 빼는 비교적 이른 선수교체 타임을 가졌다.

조범석도 강원전에서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그는 김한섭을 도와 오른쪽 수비에 가담하며 강원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강원도 이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지 주로 장원석이 있는 왼쪽 측면을 공략하는 전술을 펼쳤다. 조범석은 김한섭과 패스 연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강원 진영 가운데를 콕콕 찌르며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바이야, 이재권과 함께 수비에 집중하며 인천의 허리를 단단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게다가 중앙에서 경기템포 조율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후반 10분 장원석-엘리오-조범석으로 이어지는 패스에서 연결 미스로 강원에 역습찬스를 내준 점은 팬들의 가슴을 덜컹하게 만들었다.

후반 12분, 조범석은 공격적인 전술을 택한 허정무 감독의 판단에 따라 박준태와 교체, 그라운드를 빠져나갔지만 강원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경기 종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허정무 감독은 “훈련에서는 좋았는데 경기에 들어가니 주축 선수들에 비해 경험에서 차이가 났다”고 이들의 활약을 평가했다.

▲ 예상외로 강했던 강원의 공격 … 인천 수비진 ‘어라?’

올 시즌 6득점에 그친 강원의 화력은 기껏해야 ‘성냥불’정도에 불과했다. 빈약한 공격도 강원전 낙승을 기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성냥불’을 생각하며 강원전 뚜껑을 연 인천 수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초반부터 강원을 몰아치려던 계획도 예상외로 맞불작전을 놓은 강원의 공격에 주춤거릴 뿐이었다.

인천은 초반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전반 5분에는 바이야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수비를 하다가 PK를 내줄 뻔했다. 4분 뒤에는 강원의 박상진이 왼쪽에서 가운데로 공을 연결시켰으나 바이야가 차단했다. 그러나 다시 공을 가로챈 강원이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김영후의 헤딩슛으로 연결됐으나 수비가 걷어내어 겨우 위기를 면했다.

인천은 강원의 낮고 빠른 크로스에 수비수들이 집중적으로 달려들면서 코너킥으로 이어지는 위기를 몇 차례 맞이했다. 예상외로 공격적인 강원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어 강원이 인천 진영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영후가 강하게 때렸으나 골대 옆으로 빗나갔고, 인천은 다시 한 번 실점위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반 6분, 인천은 이날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장원석이 뒤쪽에 있던 골키퍼 권정혁에게 공을 연결해준다는 것이 강원의 공격수에게 뺏기면서 순식간에 일대일찬스가 발생한 것이다. 가까스로 인천의 수비가 태클로 공을 뺏었지만 조금이라도 태클이 빗나갔다면 오히려 PK를 내주고 퇴장까지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계속된 강원의 공격에 인천의 수비는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엘리오까지 후방으로 내려오면서 직접 인천 공격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강원은 서동현, 박상진, 김진용 등 여러 명이 번갈아가면서 인천의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16분에는 서동현으로부터 연결된 공을 박상진이 직접 오른발로 슈팅했으나 골대 옆으로 살짝 빗나갔다. 5분 뒤에는 김진용의 강한 슈팅을 권정혁이 잡아내는 듯 했으나 손에서 미끄러지며 코너아웃, 자칫하면 그대로 공이 골대안으로 굴러들어갈 뻔했다.

▲ 권정혁의 ‘선방 쇼, 쇼, 쇼’

하지만 권정혁은 이날 몇 차례 결정적인 선방을 하며 강원에 절대로 골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강원의 크로스가 골문 앞으로 올라올 때는 망설임 없이 뛰어나가 공을 잡아냈다.

코너킥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반 26분, 코너킥 기회에서 박상진이 올린 공이 골문 앞으로 높게 올라오자 몸을 날려 낚아채는 결단력을 보여줬다.

불붙는 공격전개 싸움 속에 서동현, 김진용이 쇄도할 때도 무실점을 향한 의지는 여전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공을 향해 달려 나갔고, 후반 27분에는 김진용의 낮고 빠른 슈팅이 골문 구석으로 날아 들어왔지만 권정혁은 다이빙을 하며 막아냈다.

인천은 후반전 중반으로 접어들며 공격에 더욱 고삐를 당겼지만 결정적 한방이 없다는 점에 가슴을 쳤다. 결국 인천은 강원전 0대0 무승부로 정규리그에서만 10경기째 무승을 이어가게 됐다. 다음 상대는 대전이다. 대전은 인천과 같은 시간대에 펼친 울산과의 경기에서 1대0 승리를 거뒀다. 강원전 무승부로 팬들은 지금 뿔난 상태다. 대전전에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팬들의 비난여론은 더욱 확산될것이 뻔하다.

허정무 감독의 고민은 가을밤 마냥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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