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자르고 붙이고…‘자연의 훼손과 복원’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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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자르고 붙이고…‘자연의 훼손과 복원’ 사유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2.12.20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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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수 초대전 ‘자연에 대한 조형적 해석’
21일부터 ‘도든아트하우스’에서 열려

“묘사를 잘하는 작가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 보다는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방법적인 고민이 따르죠. 그것이 저에게는 작품을 자르고 붙이는 행위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주제는 자연과 환경에 대한 성찰입니다.”

7년 만에 열세번째 개인전을 여는 유태수 작가의 작품에 대한 사유다. 오는 21일부터 개항장 거리 도든아트하우스에서 초대전을 편다.

예의 오브제 사용은 이번 전시에서도 더했다. 녹슨 모종삽이 검은 색의 나무그림 위에 도드라지게 올려져 있다. 어머니 손에 들려 있던 그 모종삽이다. 용도 폐기되거나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상을 통해 기억된 삶의 여정을 반추해내는 작업인 것이다.

 

존재-고립(存在-孤立),100x100cm, Mixed Media on panel
존재-고립(存在-孤立),100x100cm, Mixed Media on panel

“모종삽은 자연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대체하는 농원의 이미지입니다. 저 역시 도시에 살고 있지만 태어났던 시골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비록 녹슬거나 닳아빠진 모종삽이지만 이를 통해 치유적 삶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작업이 간단치 않다. 오래된 삽을 구하려 찾아다니는 데서 시작, 부식시키고 용접작업을 거쳐 나사를 단 뒤 그림 위에 고정시킨다.

“고향 황토밭을 일구던 쟁기를 그대로 오브제로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쟁기질을 하던 장인의 땀과 노동을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작품을 구성하는 작업방식이 독특하다. 자연을 대상으로 삼아 그린 뒤 규칙적으로 잘라내고 붙이는 행위로 나아간다.

 

존재-고립(存在-孤立), 40x36cm, Oil on Canvas with Mirror
존재-고립(存在-孤立), 40x36cm, Oil on Canvas with Mirror

“1차적으로는 자연을 완벽히 묘사합니다. 이를 잘라내서 거울 위에 간격을 두고 차곡차곡 붙여나갑니다. 거울이 캔버스인 셈이죠. 완성된 후 그림을 바라보면 사이사이 노출된 바탕면의 거울을 통해 보는 이의 모습도 비춰집니다.”

그림조각을 붙이는 과정은 환경에 대한 훼손과 이에 대한 복구라는 인식을 작업으로 끌어들인 행위다.

또 그림 사이사이 만들어진 틈에 거울이 보이는 것은 관람자에게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평소 지나치는 소재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부제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조형적 해석’이라고 붙였다. 전시는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존재(存在)-고립(孤立), 58x58cm, Mixed Media on Panel
존재(存在)-고립(孤立), 58x58cm, Mixed Media on P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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