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텃밭은 도시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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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대의 텃밭은 도시의 완성
  • 박병상
  • 승인 2022.12.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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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1972년 20회 올림픽을 개최한 독일 뮌헨은 알프스와 이어지는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문화유적이 많고 부유하다. 그런데 시민은 텃밭이 부족해 불만이 컸다. 우리나 뮌헨이나, 민원 해결은 정치적이다. 뮌헨시는 이전한 공항 부지에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지열로 생산한 전기를 어느 정도 자급하며 녹지를 충분히 조성했지만, 텃밭 확보는 쉽지 않았다.

유럽 도시의 공동주택은 전통적으로 ‘중정’이 넓다. 뮌헨 올림픽 주경기장 주변이 두드러졌다. 넓은 4각으로 지은 공동주택의 한가운데 조성한 정원을 ‘중원’이라고 하는데, 중원은 유럽 공동주택의 자랑이었다. 한데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택이 부족해졌다. 시는 주택 증설을 중정에 허가했지만, 시민은 달갑지 않았다. 공동주택이 볼품없어지지 않았나. 그 공동주택이 낡자 시는 묘책을 생각해냈다. 낡은 건물을 헐어낸 자리를 텃밭으로 바꾼 것이다.

퇴근 후 곯아떨어지는 주민은 이웃과 인사 나눌 기회가 적다. 신축아파트 주위의 상가 건물이 근사해도 상인이 입주를 꺼린다. 손님을 만나기 어려운 탓이다. 주민은 대개 주말이면 대형 쇼핑몰을 찾는다. 트렁크 가득 식품과 물건을 승용차로 실으니 집 주변의 식당을 거들떠볼 이유가 없다. 가족 친지와 찾는 식당도 쇼핑몰에 있는데, 쇼핑몰의 본사는 인천에 없다. 시민의 돈이 인천에 순환하지 못하므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클라인 가르텐”이라고 말하는 독일 텃밭은 도시의 필수 공간이다. 20여 년 전 방문한 프랑크푸르트 텃밭은 100㎡의 규모였고 10년 이상 분양하는 원칙을 지킨다고 했다. 임대한 시민은 개성 넘치는 정원을 텃밭에 꾸미거나 간단한 농작물을 재배해 이웃과 나눈다. 평상시 대기를 정화하는 녹색공간이 되고 유사시 식량기지로 활용되는 까닭에 생태학자는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텃밭을 도시의 완성으로 평가한다.

 

독일 텃밭 '클라인가르텐'(작은 정원)
독일 텃밭 '클라인 가르텐'(작은 정원) - 출처 네이버블로그 농부의 연꽃이야기)

 

텃밭은 시민의 정주를 도울 뿐 아니라 민주주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 주말마다 텃밭에서 만나 의기투합하는 시민은 지역 정치뿐 아니라 아이의 건강에 관심이 크다. 정책 결정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환경과 기후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행동한다. 텃밭 임대한 유권자의 발언과 행동은 정치권을 움직이도록 만들 것이다. 텃밭에서 민주주의를 배양하는 시민은 여간해서 터전을 옮기지 않는다. 정주의식이 분명해지는 것이리라.

방문 10년이 훌쩍 지나도록 관심을 잇지 못해, 150만 인구로 늘어난 현재 뮌헨의 텃밭 상황을 알지 못한다. 낡은 공동주택에서 바뀐 당시의 텃밭은 프랑크푸르트보다 좁았다. 10여 년 전 뮌헨의 텃밭은 현재 인천보다 많았고 면적은 훨씬 넓었다. 70만 시민의 프랑크푸르트는 물론, 뮌헨보다 창피할 정도지만, 인천시민의 텃밭 열기는 독일 여느 도시 못지않게 뜨겁다. 분양을 원하는 지원자도 넘친다.

요즘 1천여 인천시민이 가족, 이웃과 몸과 마음을 나누는 텃밭에서 자부심과 농작물을 키운다. 2018년 현재 시장이 인천시에 도시농업팀을 창설하면서 텃밭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4년이 지난 현재, 성과가 눈에 띈다. 한데 ‘인천도시농업시민협의회’는 별안간 걱정이 커졌다. 인천시가 도시농업팀을 폐지하려고 움직인다는 게 아닌가. 턱없이 작아도 시민의 정성으로 아름다운 인천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순간, 인천시는 왜 찬물을 끼얹으려는 걸까? 독일만이 아니다. 유럽과 미주, 일본에서 텃밭은 도시의 완성인데, 인천시는 어떤 도시를 상상하는가?

해안도시 인천은 기후위기에 예민해야 한다. 기상이변이 심각해지는 이때, 온실가스 배출을 오히려 늘리는 한국을 국제환경단체는 “기후악당국가”라고 비난한다. 인천시도 책임에서 예외가 아닌데, 시장은 “세계 초일류 인천”을 거듭 약속한다. 관측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폭우가 빈발하는 상황에 세계 초일류 해안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설마 초고층빌딩은 아니겠지. 늦지 않게 인천도 텃밭을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텃밭은 도시의 완성이자 시민의 자부심이다. 시민과 세계 초일류로 가는 민주주의 길이다. (인천in,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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