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했으니 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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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했으니 최상입니다”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2.12.30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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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
26년동안 한길…최근 ‘하루 교양 공부’ 발간

“생판 연고도 없는 도시에서 계간지 만드는 일을 하게 되면서 1, 2년 하다 마음에 안 들면 떠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어느새 26년이 흘렀네요. 여전히 이 자리에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황해문화’를 만드는 그시간 내내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가 늘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새얼문화재단이 발간하는 계간지 ‘황해문화’의 한가운데는 전성원 편집장이 있다.

발간 초창기부터 117호를 찍은 이번 겨울호까지 그의 눈과 손을 거쳐갔다.

대학에서 문학창작과를 전공한 청년은 소설을 쓰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었다. 대학 선배가 “지역에서 문화운동을 하는 시민단체가 의미있는 잡지를 내고 있다”며 함께 하자는 권유를 덥석 받은 것이 인천과 기나긴 인연을 맺는 시발점이 됐다.

“제안한 선배는 초기 황해문화 편집장이었던 장석남 시인입니다. 저를 데려다 놓고는 본인은 몇 년후 떠납니다. 혼자 남게 된 거죠. 떠나지 못한 표면적인 이유는 내가 가면 누가 만드나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본질적인 이유는 종합인문교양지를 표방한 황해문화가 전국 유일하다는 가치의 무게에 있었습니다.”

실제로 전국에 문학계간지는 많았으나 인문교양을 다루는 잡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문학청년이 각 분야를 망라한 계간지를 만들기 위해서 공부는 필수였다. 그것도 치열하게 해야했다.

“현재 우리사회와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를 깊이 다루는 것이 황해문화의 방향이다보니 정치·경제·문화·사회학을 망라해야 합니다. 분야별 전문 필자를 섭외하려면 저도 공부가 돼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깊이요.”

지역과 중앙에서 활동하는 전문편집위원 8명을 모셨다, 매호마다 특집 이슈를 정하기 위해 매주 편집회의 열고 토론에 토론을 이어간다. 그렇게 결정된 기획에 맞춰 필자를 선택하는 일은 온전히 편집장의 몫이다.

“늘 필자 아카이빙 작업을 합니다. 그러려면 논문과 비평을 많이 봐야하죠. 필자별로 파일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몇가지 발간 원칙이 있어요. 황해문화에 글을 실었던 필자에게 3년이내는 다시 청탁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중 하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이들의 글을 실을 수 있을 테니까요.”

 

본인 문체가 더 이상 소설을 쓰는 데 적합하지 않게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논문과 비평 글을 많이 본 결과였어요.”

공부를 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에서 문화연구·문화비평 전공자로 석사학위를 받는다. 이어 같은 대학원에서 ‘국제문화연구학’을 수료하기에 이른다. 현재 박사논문 단계를 남기고 있다.

자연히 강의 제안이 따라왔다. 성공회대 교양학부에서 ‘책의 문화사’ ‘책의 사회사’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 ‘문화사 고전강독’ 등을 이어갔다. 그도 어느새 내년 학기면 10년째다.

매학기 다른 강의를 준비하는 이유를 묻자 “강의는 취미생활”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강의보다는 황해문화를 만들면서 더 많은 배움을 얻습니다. 1년에 4학기를 다니는 기분이랄까요. 필자를 관리하려면 최소한 발간한 책과 글을 챙겨봐야 합니다. 글을 이해하려면 문해력이 필요하죠. 그래야 교정 교열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관리하는 필자가 많아야 하는 이유가 다 있다. 한호 발간을 위해 필요한 필자가 대략 25명, 매달 여는 ‘새얼아침대화’ 강사 섭외도 그이 몫이다. ‘새얼백일장’ 심사위원으로는 50여명의 인력풀이 있어야 한다. “사람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습니다.”

최근 또하나 일을 냈다. 이달초 ‘하루 교양 공부’라는 책을 발간한 것이다. 구성이 특별하다.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날짜에 맞춰 매일매일 읽을 수 있는 글을 게재했다. 부제가 ‘나와 세계를 잇는 지적 생활 습관’이다.

“날짜에 맞춰서 그날 일어났던 세계사적 이야기를 소재로 합니다. 순전히 제가 다뤄보고 싶은 사건들이죠. 그 사건과 인물이 왜 지금 우리 삶과 밀접한 지 풀어갑니다. 그동안 모아놓았던 파일이 바탕이 됐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고 자료를 준비하는 데 1년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집필을 하는 데 6개월, 이후 교정 교열을 보는 데 또 6개월, 그렇게 2년이 걸린 셈이다.

이번이 개인적으로는 3번째 저서다. “책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한 편인데 재미있는 기획이라는 생각에 일을 벌였습니다.”

정 편집장이 하는 모든 행위가 온통 읽고 쓰는 일이다. 알고보니 퇴근도 남들보다 늦게 하고 주말에도 일하기 위해 사무실로 출근한다. 고될 것 같은데 대답이 예상을 벗어난다.

“공부는 일로 하는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했으니 그 또한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된다면 최상이죠.”

황해문화는 그의 청춘이라고 말한다. “매호마다 대박 나는 기획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 오래가는 것이 중요하죠. 한가지 더, 내가 발굴한 좋은 필자에게 글을 부탁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일입니다.” 글에 묻혀 사는 삶을 스스로 즐기고 사는 그는 천상 책을 만드는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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