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년 역대급 입주 폭탄... 전문가들 “집값 반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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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내년 역대급 입주 폭탄... 전문가들 “집값 반등 어렵다”
  • 윤성문 기자
  • 승인 2022.12.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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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분양·매수심리 등 각종 지표 모두 빨간불
4만 가구 입주 쏟아지고 공급도 1만 가구 넘어
매매·전세 동반 하락 가능성... 하반기 저점 전망도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올해 인천 부동산시장은 역대급 한파를 맞은 한 해로 꼽힌다. 단기간에 치솟았던 집값은 역대급 속도로 하락했고, 전세 시장은 이른바 ‘빌라왕’들의 전세 사기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 선행 지표로 불리는 경매시장을 비롯해 분양시장, 매수심리 등 대다수 부동산 지표도 하방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습이다.

내년에는 인천에 역대급 물량 폭탄까지 쏟아진다. 4만 가구가 넘는 대규모 입주 물량이 예정된 데다 분양 예정 물량도 1만 가구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인천 부동산 시장의 매수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공급 물량까지 쏟아져 타 지역보다 반등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 고금리 시대에 반 토막 난 아파트값

한국부동산원이 올해 마지막으로 발표한 12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인천 아파트값은 1.18% 하락해 3주 연속 1%대 낙폭을 기록했다.

인천 아파트값은 올 10월 3일(–0.31%)부터 12주 연속 하락폭을 확대했으며 부동산원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역대 최대 하락도 매주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 인천 아파트값 누적 하락률은 11.81%다. 전국에서 10%가 넘게 떨어진 지역은 세종(16.74%)과 대구(11.91%), 인천 등 3곳뿐이다.

인천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자금 시장 경색과 잇따른 금리 인상, 거래절벽, 집값 고점 인식 등이 맞물리며 끝없이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가파르다. 이들 지역은 이미 집값이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경우가 많다.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대표적인 대장주 아파트인 ‘송도더삽퍼스트파크F13블록’ 전용면적 84.94㎡는 이달 7억6,000만원(34층)에 매매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최고가(13억1,000만원·22층)와 비교하면 사실상 반 토막이 난 수준이다.

지난해 8월 10억7,500만원(20층)까지 치솟았던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4163㎡도 이달 5억7,000만원(2층)까지 실거래가가 내려와 2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서구 청라국제도시에서는 ‘청라센트럴에일린의뜰’ 전용 95.2717㎡이 이달 6억9,000만원(18층)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가이자 신고가인 지난해 10월 12억8,000만원(27층)과 비교하면 6억원 가까이 내렸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전경. 사진=인천 서구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전경. 사진=인천 서구

이 지역의 대장주 아파트인 ‘청라국제금융단지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전용 84.424㎡는 이달 6억8,000만원(8층)에 직거래돼 지난해 9월 최고가(10억5,500만원·26층) 대비 3억7,500만원 하락했다.

중구 영종국제도시에서는 ‘땅끝마을’로 불리는 전남 해남군 아파트 가격보다 낮은 단지도 나왔다.

중산동 ‘인천영종동보노빌리티’ 전용 84.873㎡와 운서동 ‘금호베스트빌1단지’ 전용 84.244㎡는 이달 나란히 3억원에 팔려 해남군 해납읍 ‘해남코아루더베스트1단지’ 전용 84.951㎡ 최고가(3억6,300만원)보다도 집값이 낮았다.

영종지역 대장주 중 하나인 ‘e편한세상영종국제도시오션하임’ 전용 84.9777㎡는 이달 4억1,000만원(19층)에 팔려 지난해 12월 신고가인 6억6,000만원(21층)보다 2억5,000만원 하락했다.

 

◇ 매수심리·분양·경매 등 각종 지표도 빨간불

부동산 선행 지표로 불리는 경매시장과 매수심리, 분양시장 등 인천 부동산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대다수 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68.0%로 2014년 6월(53.7%)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로 100%를 밑돌면 경매 참가자들이 물건의 가치를 감정가보다 낮게 본다는 의미다.

최근 빌라왕들의 전세 사기가 잇따르는 인천지역 빌라의 경우 낙찰가율이 70.7%로 내려와 지난해 5월(69.4%)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한국부동산원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시계열 통계표를 보면 인천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이번 주 64.6을 기록해 1년 넘도록 기준선(100) 이하에 머물렀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 아파트 수급지수는 지난해 12월 20일 99.8을 기록하며 기준선 밑으로 떨어진 뒤 54주 연속 매수자에 비해 매도자가 많은 상황이 지속 중이다.

 

인천 루원시티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인천 서구
인천 루원시티 일대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인천 서구

미분양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11월 주택 통계를 보면 인천 미분양 주택은 2,471건으로 전월(1,666건) 대비 48.3% 늘었다.

인천 미분양 주택은 올 4~6월까지 400건대에 머물다가 3개월 만에 500건을 넘은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내년이 더 암울... 역대급 물량 폭탄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인천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4,984가구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입주가 이뤄진다.

내년 1월부터 입주하는 인천의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총 18곳에 달한다. 2,000가구 이상 단지도 6곳이나 된다.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추산한 인천의 연간 적정 입주 물량은 1만4,824가구다. 적정 수요 대비 3배가량 많은 물량이 공급되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가 많으면 전세 공급이 늘어나 일반적으로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시장 전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같은 입주 폭탄은 매매가격까지 끌어내리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신규주택이 입주하면 나오는 물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현상이 주변을 자극해 지역 시세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입주물량 뿐만 아니라 분양물량도 상당하다. 민간분양과 민간임대를 합친 민영아파트 분양계획을 보면 인천에는 1만8,380가구가 예정돼 있다.

경기(7만521가구)와 서울(2만7781가구)과 비교하면 적지만 대구(1만5,435가구)나 경남(1만4,656가구) 등 다른 지역들과 비교하면 많은 숫자다.

서진형 공공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인천은 고금리 속에 타 지역보다 공급 물량도 많아 내년 하락 기조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하반기 중에는 저점을 다질 수도 있어 투자보다는 실거주의 측면에서 주택 매수를 고려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경매 낙찰가율은 더 하락할 것"이라며 "인천의 경우 유찰시 서울보다 최저입찰가 하락폭이 큰 만큼 시장 흐름과 주변 시세를 파악하면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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