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인이 되는 배다리... 140회 시낭송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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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이 되는 배다리... 140회 시낭송회 열려
  • 신은주 시민기자
  • 승인 2022.12.3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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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참석자들의 창작시와 애송시 낭송으로 진행
시낭송회
시낭송회

140배다리 시낭송회1231() 오후 2시 인천시 동구 금곡동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시다락방)’에서 나도 시인이 되는 날로 열렸다.

배다리 시낭송회는 매해 12월을 시인 없이 참석자들의 창작시와 애송시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2022년의 마지막 날에 시낭송회가 열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창작시와 애송시를 낭송하면서 삶에서 느끼는 특별한 감회를 나누었다.

인천에 살다가 거주지를 충북 충주로 옮긴 구명회님이 오랜만에 시낭송회에 참석해서 시골에 사는 즐거움을 들려주면서 칠순을 맞은 지인에게 써 준 가사를 낭송했다.

전직 성우 김경숙님은 50년 전에 라디오와 TV에 자신이 출연했던 광고를 녹음파일로 들려주면서 전성기 시절을 회상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낭송했다.

배다리 시낭송회에 처음 오신 분들도 공간의 아늑함과 사람들이 들려주는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 그리고 시를 낭송하면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 시의 매력에 푹 빠져 앞으로 자주 오고 싶다면서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는 종이책은 아름다운 방이라고 표현하면서 책과 함께 사는 삶에서 오는 감동을 나누었다.

나도 시인이 되는 날의 시낭송회에서는 그 동안 몰랐던 좋은 시를 만나기도 하고 삶의 지혜도 알게 되고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느끼게 된다. 시적 대상을 만나 설레면서 한 편의 시로 완성하고도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을 하지만 그 시속에 담긴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든 사람의 가슴에 있는 시심이 언어의 옷을 입고 시로 만들어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배다리 시낭송회는 바로 이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2007년부터 15년 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배다리 시낭송회는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을 주기에 사람들은 오늘도 2층 계단을 올라와 시다락방이라는 세상으로 들어온다.

141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2023128() 2최성연 선생님과 인천 시조회 시인을 모시고 열린다.

 

 

妙寂寺에서

 

                                      석의준

 

묘적산 조붓한 계곡을 따라

조용히 열반에 이른다는

아담한 절간 하나가 산다

 

천 년을 이어 온

원효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고

사리를 담은 부도 하나가 을씨년스럽다

 

부처님 말씀을 이어가겠다고 발버둥치는

해묵은 석탑 하나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등짝이 휘었고

屋蓋石 끝자락 풍경소리는

절간의 담을 넘은지 오래다

 

한여름 땡볕에 빛바랜 연등이

가을 운동회라도 된 듯

절간 마당에 줄줄이 그네를 타는데

 

검은 기왓장 너머 기도처

간혹 들리는 죽비 소리에

연못 속 비단잉어가 부처를 돌며 돌며

연신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린다

 

중생을 닮은 산 까치 몇 마리

팽나무 평상에 빙 둘러 앉아

기도에 화답이라도 하듯

시 한 수를 읊고 있는데

 

산등성이를 넘어

삽상히 불어오는 한 점 바람이

무심히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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