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우는 걸까, 웃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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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우는 걸까, 웃는 걸까?
  • 최원영
  • 승인 2023.01.0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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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85화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일수록 결과를 빨리 내도록 요구합니다. 이런 문화에 적응된 사람들 역시 서두르는 경향이 큽니다. 그러나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전체의 맥락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채사장)에 나오는 글입니다.

“분명히 기억하라. 길가를 둘러보며 여유 있게 걷는다는 것, 그것은 한눈을 파는 게 아니라 제대로 가기 위해 신중히 걷는 것임을.

모든 게 마찬가지다. 세상이 내게 골라보라며 펼쳐주는 것들, 즉 진로, 직업, 사업, 종교, 신념, 목표, 미래 등등. 세상은 한 번도 당신에게 단 한 가지만을 골라 그것에만 매진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조심하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평생 먹고살 수 있는 하나의 전문직을 가져라.’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라.’

이들은 그것밖엔 없는 빈곤하고 겁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 앞에 세상은 하나의 좁은 길이 아니라 들판처럼 열려 있고, 당신이 보아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의 목표 지점만이 아니라 지금 딛고 서 있는 그 들판이다. 발아래 풀꽃들과 주위의 나비들과 시원해진 바람, 낯선 풍경들. 이제 여행자의 눈으로 그것을 볼 시간이다.”

그래요. 서두르지 않는 태도를 지니려면 평소에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자연이 준 소중한 선물들을 차분히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겁니다.

그런 시간들을 갖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좁은 시선으로, 즉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어 삶이 무척 고단해집니다. 어느 곳을 가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불평과 비난이 멈추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삶의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태도 중 하나는 역지사지하는 태도입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지요.

‘역지사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그때 노여움을 내려놓을 수가 있고 그를 안아줄 수 있습니다.

《긍정력 사전》(최규상)에 매미 소리를 소재로 삼촌과 조카가 나누는 대화가 나옵니다.

“조카들과 숲에 갔다. 매미 소리가 들렸다. 내가 말했다.

‘시끄러워, 울지 마.’

이때 조카가 말했다.

‘삼촌, 매미들이 우는 게 아니라 웃는 거잖아. 그러니깐 그냥 둬.’”

어린 조카가 어른 삼촌의 스승이 되어있네요.

매미가 운다는 것은 순전히 사람의 판단에 불과합니다.

울고 있냐, 아니면 웃고 있냐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저 해석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러나 어린 조카처럼 매미의 입장이 되어 매미를 헤아리는 게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모든 것에 빨리 반응하고 빠른 결과를 원하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몸과 마음 역시 분주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요구받은 목표에만 몰입해 살아가게 되면 놓치는 것들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훗날 우리가 삶의 끝에 이르게 되면 그 놓친 것들에 대한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듭니다.

바쁜 세상이지만 잠시만이라도 휴식을 취하며 생각에 잠기는 여유가 우리에게 더 많은 여유와 더 넓은 시선을 갖추게 해줄 겁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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