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렇게 가깝다니, 생각지도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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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렇게 가깝다니, 생각지도 못했어”
  • 김시언
  • 승인 2023.01.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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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이야기] (12) 평화전망대
강화평화전망대 망배단과 그리운금강산 노래비
강화평화전망대 망배단과 그리운금강산 노래비

 

북한땅과 가장 가까운 거리는 1.8킬로미터

강화는 둘러볼 곳이 아주 많다. 그중에서도 꼭 찾아가 봐야 할 곳이 있다. 강화 평화전망대와 교동 망향단. 두 군데 다 북한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 곳이다. 남북한이 나뉜 지 70년. 강화 평화전망대에 가면 북한 땅이 얼마나 가까운지,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현실적인 상황에 놀란다.

강화 평화전망대는 강화군 양사면 전망대로 797(철산리 11-12)에 있다. 강화 평화전망대 리플릿에는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곳’이라고 씌어 있다. 2008년 9월에 개관한 평화전망대는 북한 땅과 2.3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평화전망대 앞을 흐르는 조강을 끼고 가장 가까운 거리는 1.8킬로미터다.

2023년 새해를 맞이한 다음 날, 강화 평화전망대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하점면에서 양사면으로 꺾어져서 철산리로 가는 길, 길에는 오가는 차가 하나도 없었다. 평화전망대가 보이는 곳 바로 앞 검문소에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평화전망대로 향했다. 코끝이 쨍할 정도로 날이 추웠건만 널찍한 주차장에는 차들이 여러 대 주차돼 있었다. 이곳은 관람료를 받는다. 개인은 2,500원, 청소년 및 군인은 1,700원, 어린이는 1,000원이다. 6세 이하, 65세 이상은 무료관람. 필자는 강화 주민이라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그냥 통과. 강화에 살면서 좋은 점은 관람료나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이다.

 

강화평화전망대 건물
강화평화전망대 건물

 

고향을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다니

매표소에서 전망대에 이르는 길은 가파르다. 오르막길이라 걷기 불편한 분들은 위쪽에도 주차장이 있으니 매표소에 따로 말하면 차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르는 길은 천막이 쳐져 있어 그늘졌다. 여름이나 비가 올 때는 지붕이 있어 좋을 텐데, 겨울에는 그늘이라 서늘했다. 4분 정도 오르니 ‘강화제적봉평화전망대’ 건물이 나왔다. 전망대 옆에는 ‘망배단’과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가 있다. 망배단은 북한에 고향을 둔 이산가족이 북한 땅을 바라보며 제를 올리는 곳이다. 고향을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다니 얼마나 안타까울까.

1층에는 통일염원소와 북한전시관, 평화전망대 스토어(매점)이 있고, 2층에는 전시관과 전망대, 3층에는 북한땅 조망실과 옥외전망대가 있다. 전시관에는 ‘800여 년 간척의 시간으로 만든 강화’라는 주제로 고려 때 간척사업, 조선 후기와 1990년대 간척사업 등이 요약돼 있다. 땅을 지속적으로 넓혀서 지금의 강화 땅이 됐다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돼 있다.

 

가장 가까운 거리 1.8킬로미터
가장 가까운 거리 1.8킬로미터

 

세월이 지나면 아예 알아볼 수 없을지도

통일염원소 앞에서는 잠시 숨이 턱 막히고 먹먹해졌다. 통일을 염원하는 수많은 사람의 소망이 적힌 종이가 가득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통일을 바라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북한전시관에는 북한의 의복, 먹거리, 즐길거리 등 북한 주민의 생활 모습을 알 수 있는 전시물이 소개돼 있었다.

‘서울말과 북한어 그 사이’라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오래 머물렀다. 특히 학생들은 설명을 꼼꼼히 읽었다. ‘남북한은 같은 역사와 문화 및 언어를 공유하며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살아왔던 같은 민족입니다. 그러나 분단의 긴 세월로 언어의 차이가 생겼습니다. 평양말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급과 생활 감정에 맞도록 규범화한 공용어인 문화어, 한자어와 외래어 가운데 고유어로 토착화되지 않은 말인 다듬은 말로 구분됩니다. 같은 의미를 가지지만 다른 언어로 불리는 남북한의 언어를 비교해 봅시다.’ 관람객들은 이곳에 머물러 같은 말을 남한과 북한이 어떻게 쓰는지 비교하면서 차이를 확인했다. 필자도 그들 틈에 끼어 단어를 비교했다. 비슷한 말도 있고 완전히 다른 말도 있었다. 세월이 더 지나면 아예 알아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했다.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메모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메모
서울말과 북한어의 차이를 살피는 관람객
서울말과 북한어의 차이를 살피는 관람객

 

“북한이 이렇게 가깝다니, 생각지도 못했어.”

북한 땅 조망실에서는 해설하는 분이 마이크를 잡고 눈앞에 보이는 북한 땅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필자가 이곳에 들어섰을 때는 세 가족이 열심히 듣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꼼짝하지 않고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해설사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살펴봤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북한이 이렇게 가깝다니. 정말 놀랍다.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어.” 학생은 자기가 서 있는 평화전망대에서 2.3킬로미터 앞에 북한 땅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주차장에는 새로 지은 건물이 있었다. 남북 1.8평화센터. 문앞에는 ‘개관 준비 중’이라고 써 있었다. 1층에는 전시실과 카페테리아, 2층에는 북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 옥상에는 북한을 육안으로 조망할 수 있는 쉼터가 조성된다는데 봄이 되면 또 다시 찾아와야겠다.

한강과 임진강과 예성강이 만나는 조강(할아버지 강)에는 유빙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필자가 찾았을 때는 밀물 때라 바다 쪽에서 물이 들어오고 있었고 유빙도 물결 따라 흐르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한참 동안 흘러가는 유빙을 바라봤다.

 

조강에는 유빙이 물결 따라 흐르고
조강에는 유빙이 물결 따라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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