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첫교회·평화전망대 지나 돈대까지 - 역사로 흐르는 교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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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첫교회·평화전망대 지나 돈대까지 - 역사로 흐르는 교산천
  • 장정구
  • 승인 2023.01.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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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59) 강화 교동 교산천

 

48번 국도 이강교차로를 지나면 바로 검문소다. 검문소 역할이 교동대교 앞으로 옮겨지면서 주민용과 방문객용으로 구분된 차선과 단촐한 초소 건물에서 검문소였음을 알 수 있다. 검문소를 지나자마자 갈림길이고 오른쪽 고갯길을 넘으면 왼쪽은 저수지고 오른쪽으로 공동묘지다. 공동묘지 위쪽 능선으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들이 자리잡고 있다. 교산리 고인돌은 강화지역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했는데 30여기 중 13기가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교산천을 이루는 물길 중 하나가 교산저수지에서 시작된다. 저수지 아래 물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산 밑 도로 옆에 작지만 선명한 간판이 하나 보인다. 콩세알.

‘콩세알은 자연을 닮아 갑니다. 생명, 나눔, 순환이라는 콩세알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생명, 나눔, 순환의 생산공동체 콩세알
생명, 나눔, 순환의 생산공동체 콩세알

콩세알은 2005년 강화 양사면 교산리에 자리잡은 생명, 나눔, 순환의 생산공동체이다. 벌레나 새가 먹기 위해, 이웃과 나눠 먹기 위해, 마지막으로 자신이 먹기 위해서 콩 세 알을 심었다는 옛 농부들의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정신질환 장애인들에게 직업훈련을 통해 재활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발달장애 어린이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고령 농업인을 위해 소규모 농지에 대해 농사일을 지원하고 귀농·귀촌인들에게 농사 교육도 지원한다. 햇살 한조각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에너지재단의 공동프로젝트로 태양광발전소도 운영하고 있다. 마당 옆 산밑 양지편으로 열 마리가 넘는 물까치들이 모여 시끄럽다. 물까치들이 연신 오가는 눈 녹은 곳에 수북하게 쌓인 오렌지색 귤 껍질이 선명하다.

꽁꽁 언 저수지와 달리 교산천 물길 곳곳에는 숨구멍이 보인다. 제설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하천 둑방길은 바퀴 자국으로 미끄럽다. 사이사이 개와 함께 종종 걸음으로 걸어간 발자국도 찍혀 있다. 산에서부터 물길 옆 수풀이 자란 곳까지 하얀 눈 위에는 둑방길을 가로지른 새 발자국인지 생쥐 발자국인지 야생동물 발자국이 선명하다. 작은 물길이지만 주변으로 논이 펼쳐지는 지점부터는 농업용수 취수용 보와 수문이 곳곳에 있다. 제법 하천 폭이 넓어지는 곳에는 얼음 썰매를 타도 될 만큼 빙판이 길고 넓다. 교산저수지에서 시작된 물줄기와 별립산 북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두 개의 교산교에서 만난다. 여기서부터가 지방하천으로 지정된 하천 구간이다.

꽁꽁 언 교산저수지, 그 뒤로 별립산이다.
꽁꽁 언 교산저수지, 그 뒤로 별립산이다.

별립산에서 바라보면 교산천은 북쪽으로 반듯하다. 산 중턱까지 올라온 전원주택단지엔 아직 곳곳이 빈터이다. 과거에는 산 아래 논과 밭이 시작되는 곳에 위치하던 집들이 지금은 전원주택단지라는 이름으로 산중턱까지 올라가고 있다. 대부분 외지인들이다. 산을 깎아서 만든 전원주택단지는 멀리서도 금방 알 수 있다. 별립산에서 시작된 물길은 제법 크다. 48번 도로 아래 암거 박스가 3개나 된다. 축사를 지나 코너를 돌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논이 시작되고 물길은 넓어진다. 취수용 보들에 고인 물은 빈틈없이 얼었다. 무성했던 풀숲이 잦아든 하천은 겨울바람에 더욱 춥다. 두 물줄기가 만나 북으로 내달리던 교산천은 교한교에서 양쪽에서 흘러내린 산줄기를 만난다. 오른쪽 산줄기가 끝나는 곳에 제법 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교산교회다.

‘보름달이 환히 빛나는 밤에 존스 선교사는 달빛에 예문을 비추어 읽으면서 배 위에서 이승환의 어머니에게 세계를 주었다. 강화에 최초로 복음의 겨자씨가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교산교회는 강화 최초의 개신교회다. 교산교회에는 강화초대 기독교선교역사관이 있고 교회 앞 삼거리에는 강화복음전례기념비가 서있다. 선상세례, 외국인 선교사의 강화도 입도가 거부되자 배 위에서 1893년 세례를 받았다. 이후 이승환의 집을 중심으로 시루미공동체라는 신앙공동체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출발한 교산교회에 이어 홍의교회가 설립되고 강화읍, 망월과 교동, 길상과 화도, 삼산과 주문도 등으로 강화에서 기독교가 전래되었다.

교산교회 앞 삼거리에 있는 선상세례 조형물
교산교회 앞 삼거리에 있는 선상세례 조형물

 

교산천은 지금 공사중이다.
교산천은 지금 공사중이다.

교한교를 지나면서부터 교산천은 공사장이다. 빛바랜 안내판을 자세히 보니 2020년 시작된 수행상습지 개선사업이 2023년 11월까지 진행된다는 내용이다. 포크레인은 연신 땅을 파고 덤프트럭은 흙을 나른다. 논두렁 길을 돌아서 교산천 하류로 향하는 길, 별악봉 산줄기 끄트머리에 흰색 건물이 보인다. 평화전망대다. 교산천이 향하는 곳은 작은 구릉이다. 구등곶돈대다. 돈대로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아름다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돈대 출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군부대에 출입을 요청했는데 북한의 무인비행기 문제로 출입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법 형태가 잘 유지되고 있는 돈대를 철책 밖에서 바라본 것에 만족하고 돌아선다.

교산리 해안제방 밖으로 수제공(水制工)이 설치되어 있다. 조금 멀리 교동대교가 보인다. 갈빗살 방조제라 부르는 수제공은 연백과 교동, 강화 교산리와 석모도 등에서 볼 수 있다. 한강, 임진강물에 더해 예성강까지 합쳐진 물의 힘에 방조제가 무너지기 일쑤였다. 거센 물살의 흐름으로부터 안쪽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제방에서 수직으로 바다를 향해 갈빗살 형태로 보조방조제를 쌓았다. 이것이 수제공이다. 수제공을 쌓은 후에야 제방이 안정화되었다고 주민들은 이야기한다. 그러던 것이 2013년 교동대교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제공이 없던 교동도의 상용리 제방이 또 무너졌다. 교동대교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촘촘하게 설치했던 가교로 인해 물길이 좁아지면서 인근 제방이 붕괴된 것이라 주장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북한 제방에 변화가 있었는데 그로 인한 영향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는 않았다. 열린 하구인 한강하구가 그 어느 곳보다 역동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구등곶돈대 옆으로 흘러든 교산천 물은 오늘도 바닷물, 조강물을 만나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을 따라 바다로 향하고 또 조강을 거슬러 오른다.

구등곶돈대로 올라가는 길 옆 아름드리 나무들
구등곶돈대로 올라가는 길 옆 아름드리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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