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기반으로 사람들과 나누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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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기반으로 사람들과 나누는 공간”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1.11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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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공작소를 가다 - 아트 & 숨]
(5) 서담재 이애정 관장
2022년 중구 개항장거리에서 갤러리 3곳이 문을 열었다. 동구 배다리거리는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문화공간이 확 늘었다. 이들 공간은 특유의 색깔들을 입히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in은 이곳들을 포함, 곳곳에서 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 공간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시작한다. ‘예술 공작소를 가다-아트 & 숨’이라는 문패를 달고 매주 수요일마다 한편씩 이어간다.

 

 자유공원으로 오르는 홍예문을 바라보고 왼편 언덕길을 따라가다 보면 벽돌집 담에 ‘서담재’라고 쓴 붉은 간판이 보인다. 그 집 돌계단을 올라서면 영락없는 옛 가옥과 소담한 정원이 반긴다.

갤러리를 겸하고 있는 복합문화 공유공간 ‘서담재’는 해가 바뀌면서 개관 8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 세월동안 이 공간의 정체성을 한켜 한켜 쌓아온 이는 문화기획자 이애정 관장이다.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집입니다.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장소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지역 사람들과 이 공간을 공유하는 것, 지금까지 확장해온 방향성입니다.” 처음 갤러리로 시작한 서담재가 차츰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공유’되는 데는 모든 시간을 쏟은 이 관장의 노력이 자양분이 됐다.

이집을 만난 동기는 “살집을 찾으면서”라고 말한다. 지인의 소개로 보게 된 집은 알고 보니 역사적 인물이 살았던 곳이었다.

“일제시대 ‘인천부사’ 집필을 총괄했던 인물이 살았고 해방 후에는 한국전력 사옥으로도 활용되다 해군장성을 지낸 김종인 부부가 거주했다고 하더군요. 남아있는 근대건축물인거죠.”

집을 고치면서 중구로부터 ‘근대건축물 개보수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한켠에서는 살림을 하고, 다른 한켠은 사람들과 나누는 문화공간으로 쓰기로 정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집, 그래서 책과 이야기가 있는 집을 만들자는 의미로 ‘서담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랫동안 작은도서관을 기반으로 독서문화운동에 매진하고 있던 이 관장이다. 중구의 제1호 작은도서관 ‘꿈나래 어린이도서관’도 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서담재 문을 열 당시에도 여전히 도서관 관장을 맡고 있었다. 책을 매개로 한 공간 운영은 그에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갤러리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와 본 이들이 작품을 걸면 좋겠다는 권유를 해왔어요. 2015년 10월 서담재 문을 열면서 추천받은 작가를 초대했습니다.”

그것이 갤러리로서 시작이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때 까지 5년을 매달 초대전을 이어갔다. 무려 60여회에 이른다.

“한번 작품을 걸었던 작가가 다른 작가에게 공간에 대한 자랑을 하고, 와서 본 이들이 새로운 개념의 갤러리라고 작가를 추천하고, 그렇게 이곳에서 전시를 하고싶어하는 작가들이 늘어갔습니다.” 그만큼 이 관장도 그림에 대한 조예가 깊어져 갔다.

“지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신경을 많이 쏟았죠. 내게 이런 면이 있나, 스스로 놀랍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책과 연관된 인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개관한 지 4개월 무렵 ‘서담 독서회’를 시작했다. ‘서담 야독’, ‘서담 인문강독회’도 열었다. 하고 싶었던 인문학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더해나갔다.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동네방네 아지트’라는 기획으로 ‘화요문화 힐링공방’ ‘마이 오리지널 북’ ‘오감으로 즐기는 프랑스 문화산책’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맺고 또 시작하고 맺었다.

“작가들을 초대해서 강의도 하고 문화체험으로 이어가는 구성이 기본입니다. 수많은 이들이 서담재에 와서 인문학 소양을 나누는 시간들이죠.”

모든 기획은 오롯이 이 관장이 해냈다. 남들 보기에 ‘술술’ 만들어낼 수 있던 기반에는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한 데다, 본격적으로 문화프로그램 기획·운영을 공부한 연후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딴 이력이 있었다. 이미 준비된 문화기획자였던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 갤러리 초대전을 줄였다. 인문학 프로그램은 그대로 가되, 공간을 나누어 쓰는 비중을 늘렸다.

 

“혼자서 와 책을 읽는 다든가, 워크숍을 하기도 하고, 전시나 공연을 할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이들에게 장소를 내주면 원하는 방식대로 사용하는 거죠. 진정한 공유공간이 돼가는 과정입니다.”

지난 한해 서담재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을 꼽자면 개관 7주년 기념 초대전을 포함해 기획전 4회, 초청 공연 3회, 독서회 24회, 대관 전시·공연, 공유공간 활용에 이른다. 특히 3월부터 10월까지는 거의 매일을 사람들이 오고 갔다.

“이 집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네요. 살림 집으로 쓰던 공간도 3년쯤 됐을 무렵 모두에게 내주었습니다. 지난 8년동안 저를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이 모든 이유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오늘도 이 관장은 새로운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느라 밤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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