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주민과 교감 바탕으로 문화공간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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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주민과 교감 바탕으로 문화공간 일궈”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2.0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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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공작소를 가다 - 아트 & 숨]
(8) 제물포갤러리 류성환 관장
3개 공간으로 늘려…“주민이 함께하는 커뮤니티 공간” 역할

인천 제물포역 북광장에서 먹자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개인전을 알리는 배너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몇 집을 더 건너가자 같은 배너가 또 세워져 있다. 이렇게 연이은 공간 3곳이 모두 ‘제물포갤러리’다. 류성환 작가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한곳씩 늘려 이 지역에 문화공간을 만들어왔다.

“작가 입장에서 개인전을 열 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백화점 갤러리는 기획전 위주로 가는 경향이 있고, 공공이 운영하는 전시장은 그룹전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죠. 답답함과 갈증이 컸습니다. 지역 작가들이 한번 ‘우리들의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작업도 하면서 소통하는 공간을 꾸며보기로 했습니다.”

그를 포함한 5명이 십시일반으로 세를 얻고 레지던시 공간에서 출발했다. 첫 전시로 지역작가 40여명이 참여하는 그룹전 ‘인천 리빌딩 아트 평화’를 열었다.

“공간 콘셉트를 다시 정했습니다. 갤러리를 중심에 두고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제물로갤러리’라는 명칭도 이때 정했다. 공간 운영 기획자인 그에게 관장이라는 직함이 얹혀졌다.

 

중점을 둔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지역작가를 지원하는 갤러리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더불어 하나의 공간에서 그치지 말고 5곳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간에 욕심을 낸 이유는 지역 문화거점을 만들고 싶어서였습니다. 유휴공간을 연결해서 거점화하면 그 자체로 지역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또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한꺼번에 열려면 공간이 여럿 필요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매년 한곳씩 늘어가면서 청라지역 공간까지 더해 4곳으로 확장됐다.

지역작가 지원은 그가 줄곧 심혈을 쏟고 있는 지점이다. 꾸준히 작업하는 청년작가들이 전시할 수 있는 공간,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미술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매개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젊은 작가 그룹전과 개인전에서 출발합니다. 지역에 작가를 알리는 장입니다. 이어 다른 전시와 연결을 통해 다양한 미술그룹에 진입하도록 안내합니다, 갤러리가 작가를 알리는 교두보가 되는 것이죠.”

궁극적인 지향점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 실현이다. 그동안 미술교육, 워크숍,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주민들이 이곳 갤러리에서 함께 나눴다.

 

주민과의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었던 데는 그가 이 지역에서 축적한 수많은 시간이 바탕이 됐다.

“갑자기 나타나서 갤러리를 꾸미고 프로그램에 와 달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15년 이상 이어져온 교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역 어르신과 상인 등 주민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골목길 공연과 전시를 열면서 교감을 나누었죠. 이를 기반으로 네트워크가 생성됐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대학을 졸업하면서 제물포역 뒤편 도화동 일대는 줄곧 삶의 터전이 됐다. 작업실도 열고 작품에 몰두했다. 처음부터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어릴 때 살던 서울 왕십리 골목과 닮아 정이 갔다. 사람들 정서도 비슷했다.

“동네 사람을 한사람씩 그려나갔습니다. 폐지 줍는 노인을 연작으로 그리기도 했죠.” 그리곤 이들 그림으로 첫 개인전 열었다.

추상화가 주류였던 시기에 사실화에 기초한 그의 그림은 분명 추세에서 벗어난 작품처럼 보였다. “나만의 형식으로 동네사람을 그리는 것, 그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라고 스스로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그림으로 연결된 관계는 자연스럽게 그를 동네사람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들었다.

 

지역 작가와 주민들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중 지난 2011년 인천문화재단에 제안했던 문화도시공동체 사업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가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도화동 일대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곳곳에 빈집이 늘어나던 상황이었다. 그 빈집을 갤러리 삼아 개인전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재개발에 대한 발언을 담는 프로젝트였다. 골목길과 빈집에서 버려지는 폐물들을 미래의 유물이라고 설정, 예술가들이 다양한 작업을 더해갔다.

“당시 관심 일던 공공미술을 마을단위에 이입해서 실현한 첫 단추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물포갤러리야말로 지역 작가와 주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오늘까지 이어왔다고 강조한다.

“이곳에서 산 세월이 20여년입니다. 그동안 골목길은 노후화로 불편함이 더해졌습니다만 건물의 가치는 여전히 남아있죠. 이 가치를 지키는 고민을 해야합니다. 그 장소 중 하나인 제물포갤러리에 주민들이 와서 예술적 감상이든 문화 체험이든 편하게 경험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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