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스카이 블루도 있지만 노을 하늘색도 좋다
상태바
하늘색, 스카이 블루도 있지만 노을 하늘색도 좋다
  • 고진이
  • 승인 2023.02.02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컬러 칼럼]
(8) 2월 하늘색

 

색을 주제로 고진이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며 계절에 어울리는 글을 쓰는 [컬러 칼럼]이 어느덧 1년을 돌아 새해를 맞았다. ‘2023’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숫자 배열이다. 1월에는 자꾸 2022년이 연장되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설을 보내며 정말로 ‘계묘년’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에는 [컬러 칼럼]이 짝수달에 연재가 될 예정이다. 첫 번째 칼럼을 쓰며 올해와 관계를 돈독히 해보고자 한다. 2월로 시작되는 컬러 칼럼, 이달의 색은 ‘하늘색’이다.

개인적으로 2월은 달리기 전 준비 자세를 취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듯한 달이라고 생각한다. 1월과 3월이 중첩되는 달이라는 느낌도 들고, 심지어 유일하게 30일을 못 채우는 달이다. 좀 애매한 달 같기도 하지만, 1월에서 바로 3월로 넘어가라고 하면 좀 머뭇거릴 것 같으니 꼭 필요한 달이 아닌가 싶다.

이런 2월은 중간톤이면서 주관적인 하늘색과 닮았다. ‘하늘색’을 연상해보라고 하면 아마 모두 다른 천차만별의 하늘색을 생각해낼 것이다. 아직 이를 연구한 자료는 없지만, 분명히 그럴 거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람들마다 색을 인식하는 폭이 다르고 하늘색은 어떤 블루 계열에 흰색을 어떤 비율로 섞냐에 따라 나올 수 있는 색이 무한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늘의 색’이라고 연상하면 더더욱이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하늘색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번뜩 생각이 난 작품이 있다. 약 5년 동안 잊고 있던 ‘너와 나의 수평선’ 2018년 시리즈는 지금까지 완성해두고 단 한 번도 전시하거나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는 작품이다. 여러 하늘색이 이어지는 듯한 이 작품은 혼자 제주도로 떠나던 여행에서 시작되었다. 그 무렵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멍하니 비행기 창에 비치는 하늘의 색과 대기의 면과 면이 맞닿아 생기는 수평선을 관찰했는데 꼭 가까운 관계처럼 명확한 선이 없었다. 오히려 뚫어져라 바라볼수록 하늘의 수평선은 멀어져만 갔다. 그 아득함에 무수히 많은 생각을 더했다. 작업실로 돌아와 여행 동안 수집한 여러 수평선을 캔버스에 재구성했다. 그렇게 완성된 ‘너와 나의 수평선’은 #1과 #2로 구성된다. (그림1, 그림2)

그림1_고진이, 너와 나의 수평선#1_oil on canavs, 27 x 35 cm 10점 연작_2018
그림1_고진이, 너와 나의 수평선#1_oil on canavs, 27 x 35 cm 10점 연작_2018
그림2_고진이, 너와 나의 수평선#2_oil on canavs, 27 x 35 cm 10점 연작_2018
그림2_고진이, 너와 나의 수평선#2_oil on canavs, 27 x 35 cm 10점 연작_2018

 

#1에는 하늘에서 발견한 수평선들로, #2는 땅에서 노을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발견한 수평선들이다. 아마 ‘하늘색’ 하면 떠오르는 색은 주로 #1에 있는 색일 것이다. 기분까지 좋아지는 맑은 날의 하늘색이다. 영어로도 Sky blue인 것을 보면 인류가 하늘의 색 중에 대표색이라고 인정한 색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그런 하늘색을 좋아하지만, 노을에 물드는 #2의 하늘의 색도 그만큼 좋아한다. 순리처럼 하늘의 색이 변화하고 우리가 그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일은 생각해보면 참 신비로운 일이다. 세상을 메우고 있는 끊임없는 움직임이 부딪쳐 관계함으로 만들어내는 사건들을 우리가 매일 마주하며 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흘러가는 하늘의 색처럼 나도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지막으로 새해 첫 칼럼인데 2023년 신작을 소개를 안 하고 지나가면 아쉬우니 올해 3년 만에 열릴 개인전에 공개될 작품 중 하나를 공개하겠다. ‘Touch. 1, Touch. 2'이다. (그림 3)

그림3_고진이,Touch1-2_oil on canvas_각15.7 x 157cm_2023
그림3_고진이,Touch1-2_oil on canvas_각15.7 x 157cm_2023

3월 중순에 [갤러리 다온]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하루가 열리는 순간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에서 발표할 여러 신작 중 Touch. 1-2 는 위에 소개한 ‘너와 나의 수평선’처럼 관계에 대한 작품이다. 무언가가 시작되었다 함은 무언가와 관계하게 되었다는 뜻과 같다. 그 맞닿음을 번지는 빛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작품의 색이 이번 칼럼에서 얘기하는 하늘의 색과 닮았다. 올해가 흐르는 하늘처럼 경이롭고 담대하길 기원하며 2월의 색 ‘하늘색’을 마무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