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와 대입 사회기여자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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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와 대입 사회기여자 전형
  • 황명숙
  • 승인 2011.08.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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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황명숙 / 인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이사


2007년 황금돼지해에 나에게는 두 가지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다.  가장 중요한 가족관계 변화였는데, 그 중 한 사건은 감당하기 힘든 슬픈 사건인 아버지의 작고였고, 두 번 째는 나에게 언제나 어느 때나 행복을 주는 늦둥이 준석이의 탄생이었다. 

나에게 닥친 이 두 가지 사건은 인위적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방법 외에는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아버지는 준석이가 태어나기 약 5개월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준석이 존재도 모르셨고 말기 암 상태여서 준석이 임신 사실도 알릴 수가 없었다.

40대 중반 나이에 출산을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큰 아이가 고3이 되어서 엄마 뒷바라지가 필요한 시기였는 데, 동생이 태어나니 엄마가 도와줄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중3인 둘째 아들에게는 그즈음 성적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제 고3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있다. 산 너머 산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11월 19일 첫 눈이 펑펑 내린 이른 아침에 준석이는 우렁찬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하복부 마취 상태여서 준석이 탄생 과정을 지켜보며 참여할 수 있었다.  나와의 첫 대면에서 "태어 난 것 축하해!  아이 예뻐라! " 이렇게 첫 인사를 하였다. 우리 가정에서도 준석이는 큰 보물이지만 사회적, 국가적 입장에서 거시적으로 보더라도 보물이다.  인구가 줄어들어서 우리나라 경제 환경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는 상황에 나는 큰 기여를 했다고, 스스로 애국자라고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우리나라 가임 여성 평균 출산율이 1.07명이라고 통계가 나오는데,  나는 그 두 배가 넘는 3명을 출산했기 때문에 애국자와 사회기여자라는 말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랑스와 같은 복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셋 째 아이부터는 소득과 상관없이 혜택이 많다고 하는, 신문에 발표된 복지 정책을 믿고 은근히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나에게 혜택이 돌아 온 것은 구청에서 준 병원비 보조금 7만원과 체온계가 전부였다. 탄생과정까지 임신 중 검사비와 인공분만 수술비, 산후 조리원비, 육아 용품비 등을 계산하면 낳는 과정까지 큰 비용이 드는 데 복지하고 현실하고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다. 오로지 혜택을 받으려면 놀이방에 아이를 맡겼을 경우 탁아비의 70% 정도를 구청에서 보조해 주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내가 양육할 여유가 있는데도 탁아소에 내 귀한 아이를 보내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고, 세금도 아끼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을 해서 혜택을 포기했다.

그런데 2010년도에 연세대학교에 사회기여자 전형이 처음 생겼고, 이후 고려대학교 사회공헌자 전형과 성균관 대학교 나라사랑 전형, 그리고 경희대학교 사회공헌자 전형에 다자녀 특별 전형이 새로 생겼다.  2011학년도에 연세대 입학생이 다자녀 특별 전형으로 처음 입학을 하게 되었고, 2012 학년도에는 더 많은 대학에서 사회기여자 전형. 또는 공헌자 전형 등으로 용어는 조금 다르지만  다자녀 특별 전형으로 입학생을 맞을 예정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 최고여서, 자녀의 대학진학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우리나라 학부모가 늦둥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준석이가 태어난 지 5년 후에 이런 전형이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3인 형이 사회기여자 전형 중 다자녀특별 전형으로 대학 진학을 치열한 경쟁을 피해서 조금 쉽게 하게 된다면 동생 준석이 덕일 것이다. 다자녀 대입 전형이 국공립대는 의무 조항으로 하고  사립대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대학에 사회기여자 전형을 만들어서 다자녀 가정 자녀들이 대학 입시에 혜택을 볼 수 있다면,  우리나라 출산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2012년 대입 전형에 수도권 상위권 대학에서 다자녀 특별 전형이 생겼다는 것은 선발 인원이  많지 않아서 입학이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점진적으로 선발 인원이 확대되어 다자녀 가정 학생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면, 출산율이 많이 높아져 사회기여자 전형은 말 그대로 사회기여를 하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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