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미래'를 생각해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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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미래'를 생각해 보았는가?
  • 윤세민
  • 승인 2011.08.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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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세민 / 경인여대 교양학부 교수(언론학박사 · 문화평론가)


2012년 말이면 아날로그 TV 방송은 종말을 고한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 시 모든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은 더 이상 시청할 수 없으며, 2013년부터는 디지털 TV 방송만 시청할 수 있다. 그렇다면 라디오는 어떻게 되는가? 라디오의 미래라 불리는 '디지털 라디오' 진행은 현재 어떻게 되고 있는가? 아쉽게도 이 논의는 디지털 TV에 밀려 아예 뒷전에 머물러 있다. 

라디오는 전파매체 제1세대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라디오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매체가 갖고 있는 경제성과 간편성, 그리고 친밀성을 바탕으로 한 수용자들의 습관적 청취 행태 덕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라디오의 경우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사회 또는 국가적으로 민의를 수렴하고 공론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친밀성은 라디오 매체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온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라디오는 손쉽게 휴대할 수 있다는 점, 이용할 때 경제적 부담이 없다는 점, 그리고 프로그램 내용이 청취자 개인에 대해 소구력이 크다는 점 등에서 모든 대중매체 가운데 수용자 개개인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패러다임 도래 등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해 다른 매체에 비해서, 특히 아날로그 방송으로서의 친숙성을 갖고 있던 라디오도 이제 변화의 파고에 직면해 있다. 라디오의 디지털화 요구는 물론 기술적 진보에 대한 변화의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라디오 위상을 위협하는 새로운 미디어 등장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개인형 매체인 MP3,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그리고 DMB의 라디오방송 서비스 등 신규 매체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디오도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기술 변화를 적극 수용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라디오방송 시장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은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디지털 라디오는 전파 도달률이 아날로그 라디오보다 휠씬 높다는 기본적인 장점 외에도 멀티미디어 등 풍부한 콘텐츠 제공, CD 수준의 고품질 음향, 끊김 없는 강력한 신호, 새로운 부가서비스 등 아날로그 라디오와는 차별화한 특성을 지닐 것으로 예측된다.

수용자는 배제된 디지털 라디오 전환 논란

그렇지만 디지털 라디오 방송의 기술적 특성이 기존 라디오 방송에 견주어 매우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 도입과 수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정책적 숙고 없이 단행된 기존 DMB에 대한 시장실패(출범 초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일컬어지며 야심차게 시작된 DMB는 2011년 현재 지상파 DMB 사업자의 누적적자 규모가 832억 원에 이를 정도로 참담한 실패를 겪고 있음)는 지상파 라디오 디지털화가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교훈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디지털 라디오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책방향의 거듭된 선회로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라디오 전환 논의는 최근에서야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2011년 현재 디지털 라디오 기술표준은 결정되지 않았다. TV 전송방식이 수년간의 진통 끝에 미국식으로 결정되었듯이, 디지털 라디오 논의에서도 몇 가지 전송방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주로 기술적·경제적 면에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라디오는 우리에게 더없는 친밀한 매체이기에, 디지털 라디오 전환에 대한 논의도 하루속히 또 공론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런 논란이 관련 부처와 전문가 입장에만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정작 라디오 주인인 일반 청취자들은 이런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는 형편이다.

디지털 라디오는 단순히 기존 라디오 방송신호의 디지털 변환이라는 측면을 넘어서 주파수 활용 효율성과 시대적 서비스 욕구, 기술발달의 방향성과 함께 최종 수혜자로서의 수용자 편익증진 등을 감안하여 탄력적인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고정과 휴대 및 이동수신이 자유로운 보편적 멀티미디어 서비스라는 개념 정의를 통해 오디오 중심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양식의 서비스 제공이란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 라디오는 보편적 공익 매체요, 가장 친밀한 매체다

향후 디지털 라디오는 전환 이후에도 신규 유사매체들과 지속적인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라디오는 신규 매체들과의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이상 어떠한 새로운 의미도 갖지 못한다. 그래서 도입 과정에서 디지털 라디오가 누구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어떤 만족감을 줘야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차별화한 디지털 라디오 방송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라디오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DMB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장밋빛 전망 속에 출범했지만 불분명한 매체 위상, 사업자들의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투자에 대한 무관심, 공익적 규제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수익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현재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는 평가이다. 디지털 라디오도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기술, 정책·제도, 산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사전연구와 검토를 통해 전환 초기 혼란과 시장실패를 막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디지털 라디오 전환은 방송사와 소비자, 가전업체(단말기 제조업체), 그리고 전파 할당 권한과 법․제도를 지원하는 정부 등 모두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일치했을 때만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수용자 우선 정책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미 디지털 TV 전환 과정에서도 우리는 여러 형태로 뼈저린 경험을 한 바 있다. 정책적 오류와 갈등을 최소화하고 방송시장과 수용자 복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 제시와 합의가 이루어져 디지털 라디오가 보편적 공익 매체요, 가장 친밀한 매체로서 지속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안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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