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도 자주 보면 재미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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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도 자주 보면 재미난 예술"
  • 배영수
  • 승인 2011.09.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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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이은주 무용가

'살풀이춤'을 추는 이은주 무용가


취재 : 배영수 기자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선 문화·예술적 창조도시를 지향점으로,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성 혹은 대중성을 내건 활동들이 펼쳐져 왔다.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진정성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다가가 집중 인터뷰를 통해 열정이 담긴 창작물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걸고 기획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6개 단체를 비롯해 2011년 하반기에 활동하는 문화·예술가(혹은 단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문화·예술가(단체)는 인천지역 대표적 한국무용단 '이은주무용단'의 대표 이은주 무용가이다.

"가요를 해서 번 돈, 국악을 해서 다 날리고 빚까지 졌어요."

대중음악 가수에서 지금은 국악 뮤지션으로도 명성이 높은 가수 김수철이 10여 년 전 한 TV프로에 나와서 했던 말이다. 그만큼 한국의 전통예술이 소위 '돈 안 되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는 얘기지만, 이는 사실 어제 오늘 일만도 아니다. 지금도 이 땅의 많은 전통예술 지망생은 졸업과 동시에 전공을 그만두거나 전향을 하는 등 진로를 바꾸고 있다. 한국 전통무용도 마찬가지다.

그런 연유로 1981년부터 인천에서 한국 전통무용가로 활동해 온 무용가 이은주는 지역사회가 귀히 여겨야 할 사람으로 꼽힌다. 현재 인천에서 무용을 전공으로 하는 교수도 그이 한 명뿐이고, 인천시내 대학에는 무용과가 아예 없다. 비록 인천시립무용단이 있기는 하나, 최근 공연은 크로스오버(Cross-Over) 경향이 짙어 이를 '전통적'이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다. 

많은 한국무용가가 현대적 창작을 도입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무용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 관점에서 "한국무용은 즐기기 너무 어렵다"고 느끼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어렵게만 느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말 그대로 '우리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한국 전통무용은 방 안에서 하는, 그러니까 '기방 무용'의 장르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대적으로 뛰는 동작도 없고, 공연이 진행되는 대형 무대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네 예술을 우리부터 어려워한다면 세상 그 누가 한국적인 것을 알아줄까요? 물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러한 예술을 전파하려고 일선에서 노력을 해야 하는 게 먼저지만, 시민들도 '한국인이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알려고 노력해야 하고, 관심 이상 무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실제로 한국무용 활성화를 위한 이은주의 노력은 뼈를 깎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전통예술을 지키기 위해 금전적인 부분도 아낌없이 투자해야 했다"는 그는 자기 스승인 고(故) 한영숙 선생 전통무용을 계승하기 위해 1997년 '한영숙 살풀이춤 보존회'를 창립했다. 그리고 '한영숙류 이은주의 춤' 공연을 13회나 열었다. 창작무용에도 힘을 쏟으며 제3회 전국무용제에서 '달을 안고 서는 여자'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이며 최우수상과 안무상, 연기상을 휩쓰는 쾌거도 누렸다. 얼마 전에는 우현상 예술부문을 수상하는 등 업적도 남길 수 있었다. 또한 한영숙류 살풀이춤 무보집과 '인물로 본 한국무용사' 등의 서적은 무용 전공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은주무용단의 승무 공연. 한영숙 선생 춤사위를 계승하는 움직임 중 하나다.

이은주는 "예술은 강제성으로 시작하는 측면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초·중·고 학교들이 나서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해야 문화예술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높일 수 있고, 지역 내 전공자들도 많아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옛날에 학교 다닐 때는 극장이나 미술전을 1년에 두 번 정도는 가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효과가 큰 것이었다"는 그는 "학생들 봉사점수 외에 문화관람 점수 같은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이은주무용단'은 오는 9월 15일 '이은주의 춤 그 열일곱 번째 - 화어무(畵於舞)'라는 이름의 무용 공연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서 올린다. 승무와 태평성대, 살풀이춤 등 그이 스승 한영숙 선생 작품과 자기 작품을 선보인다.

이 공연에 대해 그는 "한 선생 작품 전수도 제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고, 나 역시 이제 나이를 먹고 많은 제자들이 생긴 만큼 후대에 남길 무언가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다"라고 말했다.
 
공연에서 선보일 '굿거리춤'은 소리꾼 조공례 선생 음반 중에서 들었던 '방아타령'에서 느꼈던 독특함이 기억에 많이 남아 그 이미지에 춤을 만들었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무용 춤사위를 보면 자연과 조화를 담은 모습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데, '구름사위', '잉어걸이' 등은 모두 자연 현상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했다.
 
인천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음에도 인천 태생이 아닌 이유로 이곳 삶이 약간은 나그네 같았다는 그는 "얼마 전부터는 인천지역에 대한 주인의식도 생기면서 고마운 도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30년 전 인천에 와서 활동을 많이 하면서 나름 명성도 쌓게 되고, 제자들도 많이 '거느린' 위치에 설 수 있었다는, '인천 사랑'에 대한 논리였다. 그러면서도 시민들에게는 "전통문화를 대하는 애정을 좀더 보여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무용을 오래 해 온 결과 이제는 이것이 내 이름과 같은 소중함을 느끼게 됐어요. 한때 너무 어렵고 힘들어 다른 길로 가려는 시도도 해 봤지만, 저는 천생 무용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요.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무용에 대해 '너무 어려워서 나와는 안 맞는다'는 생각을 먼저 하기보다는 많이 보고 접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고, 남이 보지 말라고 해도 보게 됩니다. 그러니 일단 많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예술은 '많이 접하면 다 알게 되는 영역'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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