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시조(市鳥)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가 강화도 주변 갯벌에서 63마리가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1990년 이후 국가 연구기관이나 시민 차원 조사를 통틀어 역대 최다 기록이다.
한달 전인 지난 1월19일에도 같은 지점에서 1차 조사했는데, 당시 42마리 보다 21마리나 늘은 수치다. 이제까지 강화도에서 월동하는 두루미의 최고 기록은 1년 전인 지난해 2월18일 강화도시민연대가 조사한 58마리였다.
인천두루미네트워크(대표 최진형 가톨릭환경연대 선임대표)는 지난 2월 16일 강화도와 남쪽의 동검도, 영종도, 세어도, 김포 대곶면 해안 등 11곳에 시민 조사원 23명과 함께 2023년도 제2차 두루미 개체 수 일제 조사 결과 모두 63마리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시민 조사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각자 담당 구역에서 관찰을 시작해 오전 11시와 정오에 쌍안경과 망원경(필드스코프)으로 시야에 들어온 두루미 수와 위치를 지도에 표시했다. 일부 조사원들은 고성능 망원카메라로 갯벌의 두루미 사진을 찍었다.
조사원들은 이어 오후 2시에 강화도 선두리 해안에 있는 탐조 전문 스푼빌(저어새)카페에 모여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 지점 사이에 관찰 개체가 겹쳤는 지도 확인했다.
조사 활동을 총괄한 김순래 강화도시민연대 생태보전위원장은 모든 조사 자료와 지도 위치를 비교 검토한 뒤 이날 강화도 갯벌에서 발견한 두루미는 모두 63마리라고 최종 판정했다.
10년 전인 지난 2012년 12월 26일 이 단체가 조사할 당시 29마리에 비하면 10년 사이에 2.17배로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이다.
김순래 위원장은 ‘ 인천과 강화의 시민 환경단체들이 두루미 철에 거의 매주, 어떤 때는 2~3일마다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강화도 갯벌 어디에 두루미가 모이는지 잘 알고 있다’ 면서 ‘ 인천 강화 지역 두루미는 지역 시민 활동가들이 제일 잘 알고 아끼고 지킨다’고 강조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 이기섭 박사(조류학)는 강화도에서도 남쪽 동검도 주변 갯벌에 두루미가 많이 모이는 이유는 영역 다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넓은데다 갯바닥이 질어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점, 갯고랑이 발달해 몸을 숨길 수 있고, 갯벌과 갯고랑에서 작은 물고기나 칠게 같은 동물성 먹이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강화도에서 월동하는 두루미가 중국 동부 해안 지역 장쑤성(江蘇省) 옌청(鹽城), 랴오닝성(遼寧省) 슈앙타이즈(雙胎子)강 하구 자연보호구 습지의 두루미 무리와 습성, 서식 환경이 비슷한 점으로 미뤄 서로 교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진형 인천두루미네트워크 대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두루미 조사에 나선 것은 겨울을 나기 위해 인천을 찾아오는 두루미의 개체 수를 파악해 서식 환경 보호의 기초 자료로 삼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앞으로 인천시, 국립생물자원관과 자료를 공유하면서 두루미와 서식지를 함께 지키기 위해 민-관-학의 협력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인천두루미네트워크는 다음달 3월 중순에 동검도에서 두루미 환송 잔치를 열 계획이다.
인천두루미네트워크 간사 단체인 가톨릭환경연대의 김보경 사무국장은 두루미 사진 전시, 두루미 개체 수 모니터링 결과 발표, 두루미 서식지를 지키는 데 필요한 시책과 사업 제안과 토론회도 연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