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의 미학·사상을 기반으로 K-컬처 세계화에 나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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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의 미학·사상을 기반으로 K-컬처 세계화에 나설겁니다”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3.0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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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공작소를 가다 - 아트 & 숨]
(12) 우현문갤러리 김선학 대표

우현 생가터 인근에 갤러리 문열어
고유섭기념관 설립추진위원회 발족…교육용 에니메이션 제작 구상중
지난해 중구 개항장거리에서 갤러리 3곳이 문을 열었다. 동구 배다리거리는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문화공간이 확 늘었다. 이들 공간은 특유의 색깔들을 입히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in은 이곳들을 포함, 곳곳에서 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 공간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시작한다. ‘예술 공작소를 가다-아트 & 숨’이라는 문패를 달고 매주 수요일마다 한편씩 이어간다.

 

인천 중구 용동 큰우물 인근엔 우현 고유섭 선생의 생가터가 있다. 이곳을 지나는 대로에는 '우현로(又玄路)'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그 길 한가운데 5층짜리 건물에서 ‘우현문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벌써 2년 8개월전 일이다.

갤러리를 찾아가 만난 김선학 대표는 ‘한국미학의 선구자 우현 고유섭,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책을 읽고 있었다. 인천문화재단이 ‘문화의 창-예술총서’로 지난 2006년 발간한 서적이다.

“우현을 공부하면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나 역시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바로 ‘한국 미학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시도입니다. 우현이 개척한 한국미학을 기반으로 K-컬처의 세계화, 이를 위해 가칭 ‘고유섭센터’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갤러리 소개를 청했더니 우현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김 대표다.

갤러리 문을 연 시기는 2020년 7월. 이듬해부터 고유섭기념관 설립 기원 의미를 담은 전시회를 시작했는 가 하면, ‘우현 고유섭 연구회’를 출범했다. 그리곤 곧이어 비영리민간단체 ‘우현’ 창립총회를 연다.

“단체 설립목적은 우현의 미학과 사상 대중화에 있습니다. 그 첫단계로 인간적인 부분을 조명하려고 합니다. 창영학교를 다니던 모습이라든가 이곳에서 놀던 어린시절 등 성장기 모습부터 다가가려고 합니다. 최근 선생의 평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거죠.”

이미 고유섭기념관 설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전문 연구원도 둔 상태다. 올해 사업 중심도 우현을 조명하는 데 가 있다.

사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고유섭 기념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갤러리를 연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인천에서 규모 큰 갤러리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말그대로 저지른 일이다. 본인이 갤러리를 열게 될 줄은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국내 손꼽히는 디자인업체 계열사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속 승진도 경험한 그다. 중국으로 건너가 기업 컨설팅부터 디자인 회사 운영을 거쳐 미술교육 입시학원 컨설팅에 갤러리 영업 관리까지, 무려 16년을 보냈다.

“상하이에서 알게 된 지인이 어느날 인천에 건물이 하나 있다며 운영을 대한 의논을 해왔어요. 근처에 우현 생가터가 있다는 말을 듣고 화랑을 운영해보라며 기획서를 건넸죠. 그런데 대뜸 저에게 운영을 권유하더군요.”

이때 인천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이 왔다. 결국 어머니상을 치렀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국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인천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저로서는 장소에 대한 추억이 많은 곳이죠. 마침 그림을 하는 친구가 인천엔 갤러리가 없다며 서울 전시를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그럼 내가 인천에서 갤러리를 해볼까 하는 결심이 선 순간입니다.” 이 모든 일이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말한다.

 

1층부터 3층까지를 갤러리로 꾸몄다. 4, 5층은 사무공간, 지하 1층은 공방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전시 공간이 꽤 넓어졌다.

의욕적으로 갤러리를 열었으나 한 해 운영해본 결과, 상업 화랑의 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콜렉터 문화가 부재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에 대한 저변확대는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기획 전문가 입장에서 미래를 판단,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갤러리 운영을 한축으로 가되, 중심은 우현을 조명하는 사업에 두기로 했다. 비영리공익단체를 통해 고유섭기념관 설립과 미학연구, K-컬쳐 세계화추진 계획을 세웠다.

사업 기획에는 고건축 대가인 고모부 조언이 도움이 됐다. 동국대 고건축학과 교수를 역임한 김동현 교수다.

“당시 시대상황에서 우현이야말로 문화 독립운동가였다고 칭송하셨어요. 식민지시대 한국미술사와 미학연구의 업적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고 하셨죠.”

올해는 기념관 설립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평전에 기반한 교육용 에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더불어 연구모임 결성, 전문 연구원 확대, 일반인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사업의 핵심은 우현 인지도를 향상하는 데 있습니다. DM발송도 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미학을 근간으로 한 K-아트 세계화위원회 결성도 구상중이다. “K-건축, 기념 조형물을 묶어서 고유섭 미학을 전통으로 한 공모전을 연 뒤 당선작을 들고 세계 미술박람회 투어에 나서는 과정입니다.”

구체적인 사업 구상에 대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갤러리를 열고 비영리단체를 만들면서 10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제가 버틸수 있는 시한입니다. 이제 3년차에 들어왔는데요, 계획보다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희망적입니다. 게다가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있어요.”

궁국적으로 고유섭센터 건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파장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김 대표가 가야하는 길이라고 매일매일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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