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을 이어온 강화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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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을 이어온 강화국수
  • 김시언
  • 승인 2023.03.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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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이야기]
(17) 동문안길 '강화국수'
강화읍 동문안길 12-1, '강화국수' 전경

 

점심을 뭘로 할까, 어떤 음식을 먹을까 할 때 무조건 생각나는 국숫집이 있다. 강화읍 강화경찰서 근처에 있는 국숫집, ‘강화국수’다. 강화읍 동문안길 12-1. ‘강화국수’는 60년째 문을 연 국숫집으로, 잔치국수, 비빔국수를 비롯해 국수 종류를 전문적으로 한다.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입소문을 타고 꼭 찾아가는 집이다. 가게 안도 소박해 일가친척집을 찾아간 마냥 편안하다.

필자가 아는 지인은 강화에 올 때면 무조건 이 집에서 한끼를 해결한다. 그래야 비로소 강화에 온 것 같다나. 한번은 잔치국수, 다음에는 비빔국수, 다시 찾을 때는 열무국수 등을 돌아가면서 먹는다. 언젠가는 뜨끈한 잔치국수를 먹고 갔는데 자꾸 그 맛이 생각나 일부러 찾아와 곱빼기를 먹었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야 눈에 삼삼한 국수맛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는데, 국수를 좋아하는 그에게는 그만큼 멸치국물로 우려낸 국수맛이 빼도박도 못할 정도로 강력하고 중독성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게에서 국수를 먹는 사람들
가게에서 국수를 먹는 사람들

 

국수 가격도 착하고 맛도 좋고

필자는 강화국수에 가면 대체로 비빔국수를 주문한다. 오늘 낮에도 후다닥 나가서 비빔국수 한 그릇을 뚝딱 말아먹고 왔다. 읍에 나갈 일이 있을 때면 이 집을 찾곤 하는데, 오늘은 그냥 국수 생각이 나서 다녀왔다. 봄이 오는 걸 시샘하는지, 바람이 아직 차가웠고 덩달아 국수가 생각났다.

강화국수 비빔국수 먹는 법이 재미있다. 비빔국수를 반쯤 먹다가 함께 나온 뜨끈한 멸치국물을 부어서 물국수로 먹으면 맛이 특별나고 감칠맛이 돈다. 이 방법은 음식점 한쪽 벽에 ‘비빔국수 맛있게 먹는 법’이 따로 써 붙어 있을 정도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필자는 아예 처음부터 뜨끈한 국물을 부어 물국수 양을 늘려서 먹곤 하는데 그 맛이 기막히다. 어려서 한겨울에 먹던 국수 맛이 꼭 이랬다. 온 식구가 뜨거운 아랫목에 둘러앉아 김칫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던 때가 떠오른다. 손맛 좋던 할머니, 어머니가 생각나고 아울러 백석 시인이 쓴 ‘국수’도 떠오른다.

강화국수를 처음 간 때는 강화에 와 살면서 몇 년 뒤였다. 사람들이 강화국숫집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딱히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너댓 명이 일 때문에 모였고, 일을 끝나는 시간이 마침 점심때라 ‘간단히 국수 한 그릇 먹자’고 해서 가게 됐다. 동문안길 공영주차장 앞에 있는 가게에는 대여섯 명이 줄 서 있었다. 얼마나 맛있길래, 우리는 차례가 오길 기다리면서 줄 뒤에 섰다. 순식간에 우리 뒤로 줄이 더 이어졌다.

국수라서인지 자리가 금방 났다. 잔치국수, 비빔국수를 주문하고 사람들 표정을 살펴봤다. 어라, 저 표정은 뭐지? 뭇사람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국수를 아껴먹는 표정이었다. 그들 젓가락에 잡힌 면발이 맛있어 보였고, 후루룩 그들 입 안으로 들어가는 국수가 아주 탄력적이고 싱그러워 보였다. 드디어 우리 자리에도 국수가 나왔다. 반찬은 잘 익은 김치 한 가지. 잔치국수 국물부터 쭉 들이켰는데, 그 맛이 아주 속시원했다. 적당히 간을 한 멸치국물로 육수를 내고, 잘 삶은 면발, 달걀 지단을 얇게 썬 데다 몇 가지 고명은 식욕을 돋웠다. 물론 우리 일행도 좀전에 본 ‘아껴먹는 사람들’ 표정이 됐다. 몇 년이 지났어도 필자는 국수가 줄어드는 만큼 아쉬움도 커진다.

 

멸치 육수를 우려낸 잔치국수
멸치 육수를 우려낸 잔치국수

 ‘차부국수’ ‘수정국수’로도 불린다

강화국수는 60년 된 노포다. 1950년대에 문을 연 강화에서 가장 오래된 국숫집이다. 초대 사장님은 최선희 사장님, 지금은 최선희 사장님의 며느리인 차윤희 씨가 사장님이다. 강화국수는 예전에 ‘차부국수’ ‘수정국수’라고도 불렸다. 강화버스터미널이 강화군청 앞에 있을 때는 테이블과 의자 몇 개를 두고 국수를 팔았는데, 이때부터 ‘차부국수’라고 불렸다. 인천으로 오가는 버스터미널에는 사람이 늘 붐볐고, 대기 시간이 촉박한 버스기사들한테 국수는 알맞춤한 음식이었다. 후루룩 맛있는 국수를 한 그릇 말아먹고 지금보다 좁고 구불한 길을 돌아돌아 강화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강화로 운전대를 잡았을 것이다. 물론 강화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때였다.

그 뒤로 강화버스터미널이 지금 자리인 풍물시장 앞쪽으로 옮겨갔고, 강화국수도 경찰서 쪽으로 가게를 옮겼다. 자리를 옮겨간 곳 2층에는 수정다방이 있었던지라 ‘수정국수’라고 불렸다. 지금도 ‘수정국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강화국수 음식점 한쪽 벽에는 ‘수정국수’를 설명한 글이 있다. ‘1950년대 맑은 동락천이 흐르고 그 옆 실개천 뚝방 위의 국수집 수정국수는 옛 인항여객차부 어귀였다.’ 수정국수 이후에 다시 자리를 옮긴 강화국수는 지금 자리. 차윤희 사장은 초대 최선희 사장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받아 강화국수를 꾸리고 있다. 시어머니 일을 돕다가 차츰차츰 일을 배우고 지금의 강화국수를 운영하고 있다.

 

멸치육수를 부은 비빔국수
멸치육수를 부은 비빔국수

 

수십 년이 흘러도 생각나는 국숫집

“집에서 식구들한테 해주는 것처럼 하죠. 아직 손목도 괜찮구요.” 차윤희 사장님은 국수를 삶고 찬물에 여러 번 씻지만 아직 할 만하단다. 무엇보다 강화국수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이 있어 힘이 난다. “어떤 손님은 30년 만에 찾아왔어요. 식구들한테 꼭 먹이고 싶었답니다.” “어떤 손님은 40년 만에 왔는데, 이쪽 지역에서 군복무를 했대요.”

3,40년 만에 찾아와 먹는 국수 맛은 어땠을까.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추억이라고, 그들은 아마 잔치국수를 먹을 때마다 오래전에 강화국수에서 먹은 국수맛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세월이 흘러 식구들을 데리고 발걸음을 했을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따져서 3,40년 만이겠으나 그들의 기억에는 늘 국수맛이 자리했을 것이다. 후루루 말아먹는 국수 한 그릇, 국수 면발 한 가닥 한 가닥마다 추억과 기억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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