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창호 / 검단선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세계화 시대에 재외동포는 우리의 소중한 역사문화 자산이다. 세계화 시대는 모든 문명권의 사람들이 상호 교류하는 시대로 어디든 국경을 넘어 이주해 사는 글로벌 시대이다. 재외동포는 여러 동기와 이유로 해외에 나가 있는 ‘한인(韓人) 디아스포라’이지만 그들은 고국을 잊은 적이 없다. 재외동포의 역사적 뿌리는 어디인가? 바로 한반도이고 이민 역사를 가진 거점 도시에 재외동포청을 두어야 한다.
2021년 기준으로 732만명의 재외한인동포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재외동포재단을 설치해 재외동포들에 대한 각종 지원사업을 해 오고 있지만 동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재단이 출범한지 25년이 지났다. 지난 2월 27일 국회에서 재외동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기존의 조직을 확대, 개편하여 재외동포청을 외교부 산하에 설치하자는 법률이 통과되었다. 한인사회의 이중국적 문제와 참정권 문제 등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적극행정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어느 지역에 재외동포청을 둘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필자는 우리의 120여년 이민 역사속에서 인천이란 역사 지리적 공간이야말로 국내의 어느 도시들보다 재외동포청을 두기에 가장 타당한 곳이라는 입장에서 그 당위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자 한다.
오늘날 미주에만 263만의 한인 교포가 살고 있다. 그 역사적 뿌리는 무엇일까. 바로 하와이 이민을 제물포에서 떠난 것을 출발로 한다. 근대 공식 이민의 출발지가 바로 인천이었다. 1902년 12월 22일, 미국 하와이로 출발한 121명의 이민자들이 정든 고국을 떠났다. 알렌 선교사, 존스 목사, 데쉴러 이민 사업가가 하와이로의 모험을 이끈 이민 삼총사였다. 이민자들의 대부분은 인천 내리감리교회의 신자들로 121명 중 84%가 인천사람들이었다.
이때로부터 외교권이 박탈된 1905년 8월, 을사늑약까지 2년반동안 하와이로 건너간 한인 이민자들은 7,400여명이었다. 당시로서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하와이로 건너간 것이다. 그 유명한 하와이의 사진신부 이야기가 이때 나왔다. 한인(韓人)들은 설탕을 만드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열심히 일을 한 후 돈을 모아 다시 미주 본토로 건너갔다. 한인 동포들은 자녀교육에 헌신했을 뿐만 아니라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국민회를 통해 아낌없이 독립자금을 바쳤다. 이들이야말로 불굴의 한국인인 동시에 아메리칸 드림의 원조 아닌가.
해방후에도 하와이 교포들은 고국과 인천을 잊지 않았다. 그들의 후원금으로 1954년 인천에 인하공과대학이 설립되었다. 인하대학교는 인천에서 한 글자, 하와이에 한 글자를 따와 학교의 교명으로 삼은지 70년이 되었다. 인천시는 2022년 하와이 이민 12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했을 정도로 재외동포들을 잊지 않고 있다. 국내의 도시들중에서 미주 하와이 교포, 파독 광부 간호사, 중앙아시아 고려인, 중국 조선족, 일본 재일 교포, 사할린 한인 등 해외 한인들과 가장 교류가 많은 도시가 인천이고 그 중심에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있다. 그것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걸어온 인천의 역사 지리적 공간성에 기인한다.
근대시기에 외국과 교류한 개항장이 있던 곳이 인천이었고, 인천항을 통해 해외를 오고 갔기 때문이다. 오늘날 항만과 인천공항을 끼고 있는 인천은 수도권의 관문도시로 재외동포들에가 가장 친숙, 친근하고 편리한 국제도시이다. 필자가 여기서 꼭 말하고 싶은 역사공간은 앞서 말한 한국이민사박물관과 그의 활용성이다.
2003년 인천시는 하와이 이민역사 100주년을 기념해 100년전 선조들이 고국을 떠날 때 마지막 손을 흔든 월미도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세우고자 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후 5년간 자료수집, 박물관 건축, 및 전시공간을 조성해 2008년 이민역사 전문 박물관을 국내 최초로 개관했다. 이 모두 인천인들의 땀의 결과로 재외한인동포에 대한 감사의 일환이었다. 15년간 박물관은 전세계에 진출한 한인이민역사에 대해 자료수집과 보관, 및 전시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이민역사박물관으로 인천의 자랑이자 국내의 보물이다.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자리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무궁할 것이다.
재외동포는 우리의 역사문화 자산으로 한류(韓流)의 거점이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인천이야말로 재외동포청이 자리잡을 최적의 장소이자 거점도시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그 지역의 고유한 역사성과 발자취를 무시하면 안된다. 그것은 국력의 낭비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해외한인회에서도 재외동포청을 수도권, 특히 인천에 유치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는 점이다. 당국은 수요자들의 요구를 귀담아 들어 지혜로운 결정을 하길 바라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