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자전거가 승용차보다 편리하고 저렴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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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자전거가 승용차보다 편리하고 저렴하다면
  • 박병상
  • 승인 2023.03.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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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미세먼지에 휩싸인 인천 연수구 아파트 단지 (자료사진)
미세먼지에 휩싸인 인천 연수구 아파트 단지 (자료사진)

봄이 완연해지면서 하늘이 온통 뿌옇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앱을 자주 살핀다. 황사와 더불어 미세먼지가 서쪽에서 날아오는 까닭이겠지만, 인천부터 농도가 높아지는 날이 많은 걸 보면 중국만 탓할 노릇이 아닐 것 같다. 인천 서쪽에 문제가 있나? 있다. 영흥도에 세계 최대 규모로 밀집한 석탄화력발전소가 맹렬하게 가동 중이다.

푸틴이 일으킨 전쟁 이후 가스 가격이 올랐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의 전기요금이 급등했다는데,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천연가스는 러시아에서 수입하지 않는다. 국제 석유 가격은 왜 오르는 걸까? 전쟁과 직접 관계없다. 매장량의 한계가 점점 분명해지는 지 모른다. 수십 년 전부터 석유 위기를 예고했던 석유 전문가는 소비가 생산량을 초과하는 상황을 주목해왔다. 석탄은 당장 고갈을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기후변화를 대비하려면 석탄화력발전은 당장 끝내야 하는 게 국제적 과제다.

의식주를 지금처럼 유지하려면 석유 소비는 줄이기 어렵다. 화력발전 연료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탄 소비를 줄이려면 전기 생산방식을 바꿔야 한다. 방법을 모르지 않지만 왜 바꾸지 못하는 걸까? 발전소를 비롯해 석탄 관련 산업체의 강력한 로비 때문일까? 석탄 매장량이 막대한 독일은 기후변화를 완화하려고 화력발전을 줄이려 노력하는데, 우리는 역행한다. 2,000만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의 서편에서 온실가스로 기후위기를 키운다. 그뿐 아니라 온배수로 해양생태계를 교란하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주민의 수명을 줄인다.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의 주범 중에 승용차를 빼놓을 수 없다. 화석연료 태우는 내연기관을 부착한 자동차는 도시를 크게 오염시킨다. 수소나 전기로 움직이게 하면 도시 공기를 다소 깨끗하게 만들지라도 승용차가 줄지 않으면 소용없다. 수소를 모으고 전기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석탄을 생각해 보자. 바닷가와 시골 공기만 더럽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핵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면 후손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기후위기에서 그치지 않고 핵폐기물과 방사능으로 위협하는 선조가 될 수 없지 않은가!

 

영흥화력발전소 전경

태양광이나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해 산업체와 가정에서 사용할 수 없을까? 독일과 유럽 여러 나라는 가능성을 열었는데, 모든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에너지 공급은 쉽지 않다. 아쉽게 우리 시도는 미약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는 개인용 승용차를 도시에서 몰아내는 열정을 시민의 동의로 꽃피운다. 도시로 들어가는 승용차에 경제적 부담을 안기면서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적극 지원한다.

우리의 미세먼지 대책은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과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적 가동 중단에서 머문다. 한데 중국에서 먼지가 몰려드는 요사이, 인천을 중심으로 미세먼지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력회사 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민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행태가 아닌가. 가능성이 희박했고 실천 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던 ‘2050년 탄소중립 정책’마저 현 정권에서 크게 후퇴했다. 기업의 애로를 반영하려고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든다.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이 편리할 뿐 아니라 부담이 전혀 없도록 도시의 도로교통 체계를 개선하면 어떨까? 유럽에서 증명하듯, 승용차 운행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면서 대중교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라면 가능하다. 버스와 자전거가 승용차보다 훨씬 편리할 뿐 아니라 저렴하다면 도시의 공기는 바로 깨끗해진다. 코로나19 여파로 늘어난 버스의 배차 간격을 단축하면서 요금을 받지 않는 방법도 있다. 버스와 자전거가 주도권을 갖는 도로의 폭은 줄일 수 있다. 도로에 나무를 심으면 도시는 더욱 깨끗해질 게 틀림없다.

막대한 예산을 퍼부으며 도로를 거듭 확장해도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금방 좁아지고 느려진다. 공기가 더러워지는 만큼 시민의 건강이 악화한다. 시민과 미래세대를 불안하게 해온 정책과 예산을 바꾸자. 바람과 태양으로 생산한 전기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달리는 무료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은 자신이 사는 도시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도시가 될 수 있다. 그곳이 인천이면, 인천을 배우려는 도시가 늘어난다. 중국 미세먼지 유입도 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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