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승리로 우승 확률 70%... 4월 1일 계양체육관에서 2차전
인생이든 스포츠든 성패를 가르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 순간은 찰나일 수도, 긴 시간일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의 행동과 결정이 희비 또는 승패를 가른다는 건, 모두 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0일(목)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의 중요한 순간은 23:23으로 맞선 3세트 막판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모두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의외의 분전으로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먼저 가져가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대한항공은 2세트를 가까스로 잡아내며 분위기를 완전히 뺏기지는 않았다. 두 팀 모두에게 1차전, 아니 챔피언 결정전 전체의 향방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3세트는 그래서 중요했다.
3세트는 초반부터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지만, 승리 흐름을 먼저 잡은 건 사실 현대캐피탈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중반 허수봉의 두 차례 스파이크를 앞세워 15:12로 리드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대한항공은 곽승석(1점)-한선수(1점)-정지석(3점)이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17:15로 전세를 뒤집었다. 다만 챔프전까지 올라 온 현대캐피탈도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현대캐피탈은 기어이 22:22 동점을 만든 데 이어 기세를 몰아 23점에 먼저 도달했다. 22:23으로 뒤진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곽승석의 퀵 오픈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승부의 결정적인 순간이 됐던 23:23에서 상대 주포 오레올의 후위 공격을 막기 위해 대한항공 진영 앞 선에 있던 세 명의 블로커가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공은 김규민의 손에 맞고 현대캐피탈 코트에 떨어졌다. 김규민의 이날 유일한 블로킹 성공이었다. 이 블로킹 1회 성공 기록은 미들 블로커로서 민망한 성공 횟수지만 그 의미마저 작지는 않았다. 24:23으로 다시 역전한 대항항공은 링컨의 스파이크 서브가 네트에 맞고 현대캐피탈 진영에 떨어지며 3세트를 움켜쥐었다. 이날 벌어진 네 번의 세트 가운데 가장 긴 39분이 소요되며 승부는 완전히 대한항공 쪽으로 기울어졌다.
대한항공이 세트 스코어에서 앞서나가자 현대캐피탈의 4세트는 경기 전 우려했던 체력 저하가 급격히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대한항공은 10여 일 가까운 휴식으로 인한 실전 감각 문제를 말끔히 해소한 듯 했다. 대한항공은 4세트 초반부터 몰아쳐 비교적 쉽게 세트를 따냈다. 4세트는 이날 가장 많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은 결국 현대캐피탈에게 세트 스코어 3대 1 (20:25, 25:23, 25:23, 25:17)로 승리하며 5전 3승제인 챔피언결정전의 1차전 승자가 됐다. 그동안 17번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 팀은 12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우승 확률을 70%로 만든 셈이 됐다.
이날 링컨(28점)-정지석(16점)-곽승석(14점)은 총 58점을 합작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각각 46%-46%-58%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세터 한선수 역시 변함없는 조율 능력으로 공격수들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이미 컵 대회와 정규 리그에서 1위에 올라 역대 두 번째 트레블 꿈을 꾸고 있는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3년 연속 통합 우승에도 성큼 다가서게 됐다.
양 팀은 오는 4월 1일(토) 19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