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에 온 이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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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에 온 이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이기를”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4.05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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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공작소를 가다 - 아트 & 숨]
(16) 아트앤북 스페이스 집현전 이상봉 대표

인천 헌책방 1호 집현전 이어 문화공간으로 운영
레지던시 프로그램·사진 강의·전시가 열리는 장소
지난해 중구 개항장거리에서 갤러리 3곳이 문을 열었다. 동구 배다리거리는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문화공간이 확 늘었다. 이들 공간은 특유의 색깔들을 입히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in은 이곳들을 포함, 곳곳에서 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 공간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시작한다. ‘예술 공작소를 가다-아트 & 숨’이라는 문패를 달고 매주 수요일마다 한편씩 이어간다.

 

배다리 헌책방거리의 ‘집현전’은 인천의 제 1호 헌책방이라는 이력을 지닌 장소다. 역사는 1953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창영학교 인근에서 ‘학생서림’으로시작, 삼거리쪽으로 내려오면서 몇차례 이전을 하다 1990년대 들어 지금의 자리에서 ‘집현전’으로 터를 잡았다.

그 이름에 ‘아트 앤 북 스페이스’라는 명칭을 더해 서점 겸 문화공간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가 이상봉 집현전 대표다.

“인천에서 제일 먼저 생긴 헌책방이라는 이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 장소를 이어간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본래의 존재가치를 가져가야합니다. 여기에 이 지역에서 제가 가꾸어 온 문화공간을 연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 대표가 공간을 맡으면서 정한 운영방향이다.

집현전을 꾸려오던 어르신이 책방 문을 닫기로 하면서 그를 찾았다.

“정확히는 어르신 자녀가 찾아와서는 이어서 운영해줄 수 있겠냐는 요청을 했어요. 책방의 서사를 잇는다는 마음으로 제안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8년 일이다.

선뜻 제안을 받은 이유가 있다. 이전부터 이 거리에서 사진전문 갤러리를 운영해오던 그였다. 열심히 공을 들인 결과 나름 공간운영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집현전 바로 옆에서 ‘사진공간 배다리’라는 간판을 걸고 문을 연 것이 2012년 5월이었어요. 사진 갤러리로는 인천에서 처음이었죠.”

갤러리를 연 이유는 또 이렇다. 사진 작가로 활동하면서 지역에 전시공간이 없다는 걸 항상 실감하고 있었다. 사진 관련 전문교육을 하는 곳도 찾기 어려웠다, 전시와 교육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했다. 한발 더 나가 작가들과 네트워크가 가능한 공간이자 함께 인천을 기록하는 일을 하는 곳. ‘사진공간 배다리’의 역할로 설정한 목표다.

“우선 외부 작가들을 인천으로 초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의 경우 중앙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인천에서 전시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최민식, 류은규, 성남훈 작가와 같은 대가를 초대했습니다. 열여섯평 남짓한 공간임에도 흔쾌히 와서 작품을 걸어주었죠.”

2주 단위로 초대전을 이어갔다. 무려 5년을 그렇게 갔다. “인천의 사진문화 발전을 위해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달렸습니다.”

동시에 아카데미에 중점을 뒀다. 인문학적인 사진작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연변대 이영욱 교수를 초대한 사진 강의로 출발했다. 재능대와 안양예술대 교수에 사진기자를 섭외해 강좌를 운영했다.

“‘사진공간 배다리’를 매개로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인천을 알게 됐습니다. 전시기간 가능하면 특강을 겸해줄 것을 요청하곤 했죠. 그 결과 전국 200여명의 사진작가들과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세 번째는 지역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인천기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강좌형식으로 사진가를 모집, 1년 단위로 프로젝트 진행 후 결과물 전시와 책으로 엮는 방식이다.

“주제를 재개발 구역, 인천 해안선, 인천섬으로 정했어요. 참여자 공고를 내자 전국에서 몰려왔습니다.”

 

집현전 운영을 제안받을 당시, 공간 운영에 한참 자신이 붙어있을 때였다. “책방을 기반으로 문화공간으로 운영해보고 싶은 생각이 당연히 들었습니다.”

공간은 넓지 않았지만 3층짜리 건물이라는 점에 마음이 갔다. 1층은 그대로 헌책방 콘셉트를 유지하기로 했다. 2층은 작가들이 작업을 할 수 있는 레지던시 공간으로, 3층은 갤러리 겸 문화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예상보다 리모델링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 사이 ‘사진공간 배다리’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집현전이 그 기능을 흡수하는 쪽으로 가게 됐죠.”

3년이 걸렸다. 2021년 5월 ‘아트 앤 북 스페이스, 집현전’을 다시 연다.

우선 레지던시 작가를 모집하는 데서 출발했다. ‘헌책방 레지던시’라는 이름으로 공모를 했더니 16인이 신청을 했다.

“그중 대학원 졸업생이 10명, 유학생 출신이 6명이었어요. 심사를 하기에 벅차다고나 할까,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그중 한명을 선정했습니다.”

3개월 단위로 1년에 2회 레지던시 작가를 뽑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 프로젝트와 연계하는 한편, 작업 결과물 전시와 책 출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비록 개인 자격이지만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보자해서 레지던시를 시작했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레지던시는 또 처음이더라구요.”

 

갤러리 전시 장르는 사진에서 시각예술 전체로 확대했다. 기억나는 전시로 ‘갤러리 현대’의 도록을 모은 책전시를 든다.

“지인이 갤러리 현대 도록 30여권을 기증했는데 들여다보니 국내 최고의 작가들은 다 있었습니다. 도록전시를 하고 싶다는 공문을 갤러리측으로 보냈는데 승낙과 더불어 40여권의 도록을 더 기증해주었죠.”

더불어 역시나 사진강의를 이어갔다 최병관 교수, 양룡교수, 박찬원 사진가 등이 강사로 나서주었다.

올해의 계획을 묻자 기획전시 도서전에서부터 사진 특강, 레지던시 초청작가 확대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이달로 집현전 운영 만 2년을 맞습니다. 처음 계획한대로 방향은 잡혔다고 봅니다 기본 틀은 세워졌으므로 양적 확대를 이룰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그가 바라는 집현전은 이렇다. “문화공간으로서 사람들에게는 보여줄 수 있는 공간, 예술인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특히 배다리에 온 이들이 잠시라도 앉았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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